
사진=Transmission
[칼럼니스트 김성일] 변속기란? 자동차는 일정한 속도에서 최대한의 힘을 발휘하게 해서 더 달리기 위해서는 더 강한 힘, 즉 토크(Torque)와 낮은 회전을 해야 하며,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힘 보다는 낮은 회전속도를 필요로 하게 된다. 그래서 엔진의 회전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전속도를 줄임과 동시에 토크를 늘려주고,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분당 회전하는 RPM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 트랜스미션(Transmission), 즉 변속기(變速機)이다.
자동차 트랜스미션은 일반적으로 1단에서 6단까지의 변속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1단과 2단 기어에서는 힘을 세게 발휘하도록 감속비가 크게 설정되어 있고, 3단과 4단 기어에서는 중속과 고속에서 속도를 유지하거나 가속할 수 있도록 엔진 회전수와 비슷한 기어비로 되어 있다. 그래서 트럭과 같은 대형 차량이 가속을 위하여 10단 이상의 기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6단은 오버드라이브(Over Drive)라고 하여 고속에서의 주행을 위한 엔진 회전수보다 낮은 기어비로 이루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고속도로에서 연비주행을 할 때 주로 사용된다. 그래서 4~6단까지밖에 출시하지 않았던 예전과 다르게 최근에는 연비 효율을 위하여 변속기를 8단, 심지어는 9단까지 늘리는 등 트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수 늘리기에 모든 제조사가 동참하고 있다. (단수를 늘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맞춘 이유가 가장 크다)

사진=자동변속기(좌), 수동변속기(우)
변속기의 종류, 자동(Auto) 변속기와 수동(Manual) 변속기.
변속기의 종류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클러치(Clutch) 조작 여부에 따라서, 직접 조작하는 수동(Manual)방식과 유압으로 변속기가 속도에 따라 맞는 변속을 직접 해주는 자동(Auto)방식이 있다.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밟게 되면 토크 컨버터 내부의 터빈이 임펠라를 작동시키면서 움직이는 자동 변속기와 다르게 수동 변속기는 클러치의 마찰력을 이용하여 엔진의 회전력을 구동축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동 변속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첫 번째는 당연히 '편리함' 때문이다. 옛날에는 수동 변속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출발하는 것부터 배웠지만, 지금은 D(Drive) 상태에만 변속기를 가져다주고 액셀러레이터만 밟으면 차가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현대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이동수단으로 꼽히는 자동차를 더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현재 우리나라에 출고되는 차량 백 대 중 세 대, 약 3%를 제외하고는 자동변속기를 선택한다.
수입 제조사는 수동 변속기가 있다 하더라도 판매율이 대단히 낮아 거의 대부분 자동 변속기만 수입, 판매하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극소수의 차량을 제외하고는 수동을 만나기 힘들고 국산 메이커 중 수동 비율이 가장 높다는 제네시스 쿠페마저 네 대 중 한 대 정도밖에 수동변속기를 선택하지 않으므로 우리나라에 돌아다니는, 차량 대부분이 자동 변속기를 선택한다.
세계 자동차 생산국 5위를 10년간 유지해온 나라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를 재미의 수단보다 이동수단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자동 변속기는 수동 변속기에 비하여 무겁고 토크 컨버터와 유압펌프 등으로 인하여 출력을 손실하기 때문에 연비 면에서는 다소 불리하다. 그래서 연비가 보통 10% 많게는 15%까지 수동 변속기와 차이가 난다.

사진=Mission oil
또한, 유지비도 자동 변속기가 수동 변속기와 비교하면 많이 든다.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다르지만, 수동 변속기는 자동 변속기보다 구조가 간단하여 고장이 날 부분이 적다. 변속기의 가장 큰 항목 중의 하나인 클러치 및 주변 부속품도 자동 변속기에 따라 내구성이 뛰어나다. 변속기 오일 권장주기도 길며 오일 용량도 자동 변속기의 1/4 정도라서 비용도 적게 든다.
참고로 대부분의 수동은 2리터 미만의 오일을 사용하는 반면에 자동 변속기는 차종에 따라 적게는 8L부터 많게는 12L까지도 들어간다. 아울러 전자 장비도 적기 때문에 최근 쟁점이 되는 급발진 사고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자동 변속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당연히 앞서 이야기한 '편리함' 때문이지만 필자는 그런데도 지금까지 수동 변속기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운전의 재미' 때문이다. 예전에는 너무 비싸거나 자동 변속기가 없어 수동변속기 선택했지만, 이제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경우가 더 많다.
수동은 자동 변속기와 다르게 응답성과 직결 감 등 운전자의 관여도가 아직 가장 높기 때문이다. 엔진과 클러치의 동력을 끊는 클러치를 밟지 않는 한 차가 끊임없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레 엔진 관성을 이용한 주행방법을 익히게 되고 이는 적절한 제동 타이밍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돕는다. 운전자의 의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
클러치를 밟고, 엔진 회전수에 맞춰 기어를 넣고, 속도를 줄였을 때 재가속을 위해 레브(Rev) 매치를 하는 등 불편해 보이는 것들이 이제는 모두 재미요소로 자리를 잡았다. 그 때문에 모든 것을 수동으로 하는 수동 변속기야말로 차와 가장 적극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일 것이다. 그래서 낚시에서도 언급하는 '손맛'을 한번 느끼면 자동 변속기의 편리함보다 수동 변속기의 '재미'를 추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유럽은 요즘도 수동 변속기의 비율이 약 50%를 넘는다고 한다.

사진=DCT(Dual Clutch Transmission)
그런데 수동 변속기를 위협하는 녀석이 나왔다. 바로 듀얼클러치, DCT(Dual Clutch Transmission)라고 불리는 변속기이다. 필자가 처음 듀얼클러치를 접한 것은 2006년 폭스바겐 5세대 골프 GTI 가 출시한 직후이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사브(Saab)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브 9-3 에어로를 구매하려 했었는데, 미국에서 먼저 DSG 를 접해본 지인이 "너 스타일을 아니까 꼭 한번 타보고 결정해" 라는 말을 듣고 GTI 를 시승했는데, 그때 충격은 지금도 남아있을 정도로 신선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제는 국내 제조사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는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클러치 페달이 없으므로 오토매틱으로 분류되지만 말 그대로 클러치가 두 개인 트랜스미션이기 때문에 클러치가 하나인 일반 변속기와는 개념이 다르다.

사진=Doppelkupplungsgetriebe-A
축과 축을 접속하거나 차단하는데 사용되는 클러치가 두 개이면 어떻게 될까? 보다시피 변속기에는 이렇게 2개의 클러치가 들어있다. (숫자가 단수이다) 파란색 클러치는 1단 3단 5단과 연결되어 동력을 전달하고, 회색 클러치는 2단 4단 6단과 연결되어 동력을 전달하는데 여기서 포인트는 클러치가 교차한다는 것이다.
파란색 클러치가 회색 클러치와 교차하며 변속하기 때문에 1단이 들어가 있을 때는 회색 클러치가 미리 2단을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변속기처럼 클러치가 떨어져 기어를 빼고, 다음 기어를 넣고, 클러치를 붙여 동력을 전달하는 일반 자동변속기와 다르게 특정 기어가 연결되어 있음에도 다음 기어가 미리 변속 된 상태로 대기하기 때문에 변속이 굉장히 빠른 것이다.
양산 차로는 최초로 폭스바겐 5세대 골프 GTI에 적용되었고, 그 뒤로는 아우디, BMW, 포르쉐, 벤츠와 같은 독일 3사 브랜드는 물론 시퀀셜타입의 기어가 가장 빠른 줄 알았던 슈퍼카 페라리 등에도 적용되었다. 그만큼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자동차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속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사진=폭스바겐 골프 GTI
그래서 필자는 시승 직후, 뒤도 안 돌아보고 골프 GTI 를 구매했다. 그 당시 해치백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오로지 변속기 하나만 보고 구매한 것이다. 그렇다. 듀얼 클러치는 그만큼 대단했고 지금도 수동 또는 듀얼클러치가 아닌 차를 탈 때면 답답함을 느낀다. 또한, 수동을 기반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수동과 마찬가지로 동력손실이 적으며, 연비도 뛰어나다. 듀얼클러치는 변속이 빠른 것이 가장 큰 장점이지만, 일상 주행에는 불편함이 있다.
수동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언덕길에서 브레이크를 때면 시동이 꺼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래서 처음 듀얼클러치를 접하시는 분들은 살짝 놀라곤 하는데, 구조상 어쩔 수 없다. 또한, 출발 시 울컥거리는 등 부드럽게 출발하는 일반 자동 변속기와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변속기는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의 변속기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두 장단점이 있으므로 무조건 수동이 좋거나 듀얼클러치가 좋지는 않다는 뜻이다. 나처럼 변속이 빠르거나 손맛을 중요시 생각한다면 수동이나 듀얼클러치를, 편리함을 중요시 생각한다면 일반 자동 변속기를 선택하자.

‘케토시닷컴’ 블로그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8년 네이버 자동차 파워 블로그 1세대에 선정되었고, 다수 방송출연 및 자동차 전문 객원기자 등 각종 기고를 통해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