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을 한다는건 즐거운 일이지만, 솔직히 벨로스터는 타기 싫은 차량이었습니다. 시승차 타면 좋은거 아니냐 라고 이야기들 하시지만, 시승기를 써야하는 입장에서는 관심이 없거나 타고싶지 않은 차를 시승했을때 시승기 쓰기가 참 난감하기 때문이죠.
영혼없는, 혹은 가식적인 시승기가 될 테니까요. 벨로스터는 솔직히 "이차는 안타면 안되나?"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새로 바뀐 7단 DCT가 장착된 벨로스터의 매력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죠. "시승은 하고 시승기는 안써야지" 라는 생각으로 시승에 임했던 이유는,
이전 벨로스터의 영향이 컸죠. PYL의 유니크함에는 걸맞지만 도대체 이차는 어떤 캐릭터가 있는 차인가 상당히 의아했고, 비츠오디오 스페셜에디션이라는 말도안되는 에디션을 만들어낸 현대가 참 안타까웠었죠. 정확히 2년전, 이 차는 시승기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비록 터보가 아닌 GDi 차량이었지만 참 볼품없었거든요.
이 차를 받은 순간까지도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1.6터보 엔진도 이전 모델들과 동일하고..
무광 오렌지 색상인 애시드카퍼는 참 이쁘기는 하지만, 다른건 안되니까 이런걸로라도 현혹하려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요.
실내도 외장색상과 동일한 색상으로 시트 및 트림등에 포인트를 준 걸 보니 예쁘다. 멋있다 라는 생각보다는 진짜 발광을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정말 고성능 슈퍼카 급에나 적용되는 톡톡튀는 안전벨트도 그렇고
스티어링휠의 스티치
역시 고성능 차량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6시방향으로 떨어트린 계기판 바늘. 구석구석 살펴보면 잘 달리는 느낌을 충분히 연출해냈습니다. 이런건 제작 원가적인 측면에서 큰 상승이 없을테니까 이런걸로 소비자 현혹 잘 하는 현대구나 라는 생각을 이때까지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소한 변화와는 달리 벨로스터에서 변화된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미션. 안전벨트에, 시트색상, 스티어링휠 스티치, 등 다 좋은데 왜 기어봉은 스포티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저걸 그대로 박아놨는지 심히 의구심이 들지만 (기어봉에 인색한 현대)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7단 DCT 는 미션 하나로 벨로스터라는 차를 완전히 다른차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지지난주에 i30 을 시승하면서 감탄했던 7단 DCT는 벨로스터에서도 감탄할만 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패들쉬프트를 사용할만 합니다.
빠른 변속 쾌감.
잘나갑니다! 같은엔진이지만 분명 미션에따라 차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냥 밟으면 밟는대로 쭉쭉 뻗어나가는 가속감. (언제까지나 이 급에서)
비교 자체가 좀 힘든 비교이긴 하지만 고속 영역으로 갈수록 가속력이 더딘 i30 와는 달리, 벨로스터는 시속 200km/h 까지 더딤없이 올라갑니다.
이제야 생긴것에 걸맞게 잘 달려주는것 같습니다.
(배기량 및 출력대비 좀 오바스럽기는 하지만) 이 멋진 벨로스터의 머플러를 자랑할만 합니다.
차대가 보강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18인치 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고속 안정성도 상당히 뛰어났고,
(하지만 타이어는 스포츠성향의 타이어를 장착했어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
코너링 시에도 상당히 안정적인 스탠스를 보여주었습니다. 툭하면 언더스티어의 늪에 빠지던 벨로스터는, 더이상 언더스티어에 허덕이지 않더군요. 심지어 유턴 수준의 헤어핀에서도 말이죠.
터보라는것의 요즘 행보가... 전세계적으로는 다운사이징을 위해 터보를 추구하는데 반해 현대는 동 배기량에서 더 잘달리게 하기위해 터보를 추구한다는게 좀 아이러니 하긴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그리고 7단 DCT로 인해 벨로스터는 상당히 펀드라이빙이 가능한 재미있는 차가 되었습니다. 행보가 어찌되었던 일단은 캐릭터를 분명히 했음은 확실한것 같습니다.
그리고 벨로스터의 운전을 재미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는 7단 DCT도 물론이지만 바로 이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 이것도 처음에는 "짝퉁 엔진음 만들어서 뭐하나...", "이제는 하다하다 별걸 다한다..."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RPM 그리고 속도에따라 정확하게 반응하며,
닥터드레 비츠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으로 출력해주는 사운드 제네레이터(정식명칭 사운드 이퀄라이저)는, 벨로스터를 운전하는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상당히 큰 요인이었습니다. 다운쉬프트시에만 살짝 언발란스함이 있지만 그때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리얼합니다. 소리도 여러가지로 음색도 내맘대로 조절할 수 있고 말이죠.
멍텅구리 스위치가 보이면서 무언가 옵션빠진듯한 허접함이 느껴질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온갖 버튼들과 옵션들로 소비자를 현혹하기 보다는 편의사양보다는 차의 캐릭터에 걸맞는 특성화 "본질"을 찾아주는게 더 좋아보입니다. i30, 그리고 벨로스터에서 그러함을 느꼈습니다.
1.6터보 가솔린이기 때문에 i30 디젤에서 느꼈던 만큼의 연비 매력은 없지만, 총 주행거리 640km 에서 시승을 시작,
총 주행거리 1154km 까지 내가 시승한 거리는 514km. 사실 이번 시승에서 정속주행이란 없었습니다.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가 선사해주는 멋진 사운드와 1.6터보와 7단 DCT의 조합에 소위말해 때려밟으며 펀드라이빙을 즐겼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연비는 9.6km/L. 주행 여건과 패턴을 생각하면 상당히 좋은 연비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벨로스터 터보의 가속력 및 7단DCT의 변속, 엔진 사운드 이퀄라이저 등. 사진과 글로 백번 설명하는것 보다는 영상이 필수겠다 싶어서 왠만해서 잘 꺼내지 않는 액션캠을 시승 내내 붙이고 다녔네요. 감상해보시죠.
액션캠 마이크의 한계로 실제 엔진사운드 이퀄라이저의 음색을 제대로 담아내진 못하고, 그리고 영상을 재생하는 디바이스에 따라서 음색이 많이 다릅니다. 되도록 PC스피커를 이용해서 감상해보세요. 그리고 볼륨 업!
7단 DCT가 장착된 벨로스터 1.6 터보. 이제야 벨로스터의 외관에 걸맞는 퍼포먼스가 충족된것 같습니다. 달리는 재미가 충분하고 더불어 귀도 즐거운. 새롭게 선보인 7단 DCT의 매력은 i30에 이어서 벨로스터에도 그 매력 충분하군요. 가장 타기 싫었던 벨로스터는, 아마도 가장 재미있었던 시승이 된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