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술이냐, 전략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렇듯 미니 컨트리맨을 바라보는 시선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미니라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호불호는 더욱 더 극명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인적으로 미니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미니 컨트리맨은 그렇게 관심 있게 보는 차가 아니었다. 기니피그에 '미니' 라는 배지가 붙어있는 것 자체가 꼴 보기 싫었다.
필자는 미니 컨트리맨이 한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때 미니 컨트리맨 쿠퍼 S를 동승해보면서 '내가 살 일은 정말 없는 차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미니 컨트리맨은 LCI라는 그룹 내 모델 변경 체계를 통해 화장을 고쳤고, 다시금 상품성을 재정비했다. 다른 것보다도 '과연 살만한 차일까' 가 가장 궁금했다.
2박 3일간 600km를 넘는 거리를 시승하면서 느낀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의 시승 소감을 풀어본다. 시승은 시내 및 간선도로, 고속도로를 달리며 다양하게 진행됐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의 시승기를 시작하기 전, 파워트레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덧붙인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에 탑재되는 엔진은 직렬 4기통 2.0리터 터보 디젤 엔진이다. 성능과 효율이라는 장점을 가지기 위해 직분사, VGT 시스템을 더한 게 특징. 그 결과, 최고출력 112마력/4,000rpm, 최대토크 27.5kg.m/1,750-2,250rpm의 성능을 발휘한다. 엔진 배기량을 생각해보면, 수치상 성능은 그리 뛰어나지 않다. 다만 BMW 그룹에서는 같은 엔진에 세팅 차이로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갖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미니만 하더라도 엔진은 같지만, 저출력(112마력, 27.5kg.m)과 고출력(145마력, 31.1kg.m) 버전이 따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함께 결합되는 변속기로는 BMW 그룹 차량에 두루 쓰였던 6단 스텝트로닉 자동변속기가 준비되었다. 당연히 수동 변속 기능을 갖춰두고 있으며, 조작법은 BMW 그룹의 다른 차종과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파워트레인에 있어서 미니 컨트리맨 쿠퍼 D가 특별히 돋보이는 점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구동 방식은 전륜 구동이며, 상위 모델인 ALL4에는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된다. 파워트레인은 같다.
파워트레인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마치고, 본격적으로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의 시승 소감을 풀어본다.
사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의 공식 제원상 가속 성능은 정말 지극히 평범하다. 0-100km/h 가속 시간 11.3초, 최고속도 181km/h는 그리 돋보이는 결과물은 아니다. 그러나 저회전에서 발휘되는 묵직한 토크에 힘 입어 체감 가속 성능이 빠르게 느껴진다. 그리고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고출력 디젤이 아닌 엔진 특성상 일시적으로 풀 액셀을 밟아 가속할 때보다는 반 정도 액셀을 밟아 가속할 때의 느낌이 훨씬 좋다. 엔진을 쥐어짜는 느낌 없이 시원스럽게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액셀 페달을 끝까지 밟은 상태에서 공식 제원상 최고속도로 가기까지는 상당히 큰 인내심을 요한다. 물론 시승차의 상태가 사실상 갓 출고된 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고속 가속 시에는 상당히 답답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느끼지 못했던 10km/h 사이의 벽은 속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욱 더 크게 느껴진다. 다만 일상적인 시내에서 운용하기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고, 고속도로에서 역시 '고속 크루징' 을 즐기진 않는다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사실 답답하면 쿠퍼 SD를 타야할 것이다.
한편, 스텝트로닉 6단 자동변속기는 토크컨버터 타입의 자동변속기로서는 수준급의 변속을 수행해낸다. 엔진 회전수의 여유가 많지 않은 디젤 엔진이 탑재됐음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다운 시프트를 해낼 때에는 언제든 제 역할을 수행해냈다. 사실 미니 컨트리맨에 대한 호감은 없을지언정 적어도 이 차에 탑재된 파워트레인에 대한 호감은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 이라면 누구든 호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이 좋다는 이야기롤 하고 싶다.
정차 시에 느껴지는 엔진의 소음과 진동은 이 차의 엔진이 디젤임을 확실히 확인시켜준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D 역시 다른 BMW 차량과 마찬가지로 정차 시에 실내로 소음과 진동이 상당수 유입됐고, 이는 속도를 어느 정도 올린 이후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사실 디젤차에 대한 반감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느껴지는 디젤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거슬릴 수는 있다. 하지만 디젤 엔진의 진동, 소음에 관한 문제는 대다수 메이커가 겪는 문제기에 운전자가 적응해야 할 일.
- 미니 컨트리맨은 LCI를 거치면서 디젤 모델 3종, 가솔린 모델 1종에 이르는 모델 라인업을 갖춰두고 있다. 신기한 점은 네 모델 모두 휠 & 타이어가 다르다는 것.
필자가 시승한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에는 205/60/R16 사이즈의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타이어가 장착됐다. 한편, 상급 모델에는 쿠퍼 D ALL4 17인치, 쿠퍼 SD ALL4 18인치, JCW 19인치 휠 & 타이어가 장착된다.
사실 이 차가 좋게 느껴지는 건 파워트레인의 절묘한 궁합에만 있지 않다. SUV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경쾌함, 운전을 즐길 여지가 충분한 섀시에 점수를 주고 싶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좋은 차가 나오기 위해서는 모 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 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확실히 동급의 경쟁 차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니만의 개성을 곤고히 갖춰뒀다. 휠 & 타이어의 영향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노면을 제법 탔다. 그러나 노면을 탄다고 해서 노면의 모든 정보를 운전자에게 전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탑승자가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는 요철 넘을 때의 충격은 어느 정도 정제를 거친 뒤 실내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저속에서는 가급적 노면 정보를 최대한 전달하는 편이지만, 고속에서는 생각 외로 노면 정보 전달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한다. 하나 예를 들어보자.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에서 노면에서 경험할 수 있는 노면의 고저차를 처리하는 상황에서는 차체의 상하 움직임이 크게 느껴진다. 처음에 이 차를 만났을 때 느꼈던 이질감이자 아쉬움도 바로 같은 이유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아쉬움을 느꼈던 그 때와 지금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엄연한 SUV이기 때문이다.
SUV라는 차량 성격을 감안해볼 때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누구나 수긍 가능한 주행 안정성을 갖췄다. 노면 고저차가 큰 곳에서는 차체의 거동이 지나치게 상하로 움직여 불안하게 느껴질 순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쟁 차종에 비해서는 지극히 양반이기 때문이다. 다른 미니에서 느낄 수 있는 '고-카트 필링' 이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이 역시도 SUV라는 범주에서 본다면 충분히 '고 카트 필링' 을 갖췄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동급 SUV 중에서 운전자의 의도에 잘 따라주는 정말 몇 대 없다.
스티어링 휠은 저속에서는 노면을 많이 타다 못해 스티어링 휠이 미세하게 조향될 정도이지만, 고속에서는 생각 외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서스펜션은 저속에서는 노면을 거칠게 필터링하는 것 같지만, 고속 주행시에는 '독일차 DNA' 를 가지고 있는 차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브레이크 역시 마찬가지. 사실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기기에는 매력적인 조합이 아님에도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출중한 기본기 덕분에 운전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사실 이 차를 타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바로 뛰어난 연비에 있었다. 최근 판매되고 있는 경쟁 차종 파워트레인에 비교해본다면,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의 파워트레인은 너무도 평범하고, 오래됐다는 생각까지도 들게 만든다. 하지만 실연비에 있어서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훌륭했다. 시내와 간선도로를 40:60 비율로 주행하는 상황에서 평균연비는 쉽게 20km/L를 넘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고속으로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는 평균 연비 20km/L를 넘기는 게 너무도 쉽다. 연비가 가장 잘 나오는 80-90km/h를 유지해서 달릴 때에는 22km/L도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었다. 시내에서도 평균 연비 15km/L는 꾸준하게 기록해줬다.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음료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실하게 구축해 둔 탄산수 같은 시원한 존재다. 평범한 생수만 판매되는 시장에 미니 컨트리맨과 같은 청량제가 한 두 대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니 컨트리맨 쿠퍼 D는 자신을 위협하는 경쟁 상대를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애매한 포지셔닝이다. 400만원 돈만 더 내면, 4륜구동을 시작으로 외장재, 편의사양 추가가 되는 미니 컨트리맨 쿠퍼 D ALL4를 구매할 수 있다. 더군다나 2가지의 색상 선택만 가능한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와는 달리 미니 컨트리맨 쿠퍼 D(쿠퍼 SD) ALL4는 10가지에 이르는 외장 색상 선택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차는 '미니' 라고 하기엔 미니 같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2000년 언저리까지 생산됐던 로버 미니와 지금의 신형 미니 3도어를 비교해본다면, 마치 경차와 준중형차를 세워놓은 것마냥 엄청나게 크기 차이가 난다. 조금 오버를 해본다면, 미니 4세대 모델은 본넷 끝에서 도어 끝까지의 거리 안에 로버 미니를 세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니 컨트리맨이 미니가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내려놓는 첫 번째 차가 되었고, 이후 미니 페이스맨, 미니 5도어를 선보이며 화룡정점을 찍었다. 사실 미니를 좋아하고, 2세대 미니를 격히 아꼈던 입장에서는 이들 모두가 눈엣가시처럼 느껴진다.
지금은 프리미엄 SUV 시장에 곤고히 자리를 잡은 포르쉐 카이엔도 자리를 잡기까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미니 컨트리맨의 성공 여부 역시 지금 당장보다는 앞으로의 10년 동안 평가를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미니가 추구해 온 것과는 다른 신제품, 미니 컨트리맨. 앞으로 미니 패밀리 내에서 어떤 업적을 남기고, 영향력을 발휘할지 궁금해진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미니 컨트리맨이 진정한 평가를 받는 시기는 LCI가 아닌 완벽한 풀모델체인지를 거친 이후의 상황을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미니의 그간의 틀을 깨는 미니만의 전략이 '친절한 미니씨' 인지 '돈독에 눈이 먼 미니씨' 로 평가될 지는 시간이 설명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 Good : 훌륭한 엔진과 변속기의 궁합, 뛰어난 실연비, (디젤차임에도) 충분한 운전의 즐거움, 평범한 SUV와는 다른 비범한 주행 안정성
* Bad : 애매한 컨트리맨 쿠퍼 D 모델의 포지셔닝, 지나칠 정도로 미미한 LCI 변화, 예전만 못한 패션카의 인기, 노려볼 만한 경쟁 상대 많음
* 시승차 정보 및 가격 : 2015 미니 컨트리맨 쿠퍼 D, 3,990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