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Korea"
국내 스피커 제작 메이커는 손꼽아보아도 열 개 남짓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많은 메이커들이 공동제작이나 공동구매 같은 형태로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메이커들은 해외시장 진출을 꿈꾸지만 녹록치 않은 현실이다. 또한 오프라인 딜러들이 취급하려는 의지가 없다보니 그런 현실이 이해는 간다. 그러나 대게 온라인에서 특정 마케터들에 의해 홍보되는 과정을 보면 조금은 걱정과 우려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제작자들이 피땀 흘려 내놓은 스피커가 성능이 아닌 일종의 애국 마케팅에 호소하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아쉽게도 내가 들어본 국내 스피커는 기본적인 밸런스와 음정조차도 기준치 미만인 것이 태반이었다. 그러나 그런 스피커를 두고 마치 집단 이기주의로 감싸 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성능이 아닌 마케팅의 힘으로 소비되고 즐겨지는 모습은 씁쓸하다.
국산이라고 해서 단순히 애정을 가져야하며 우리 것을 보호해야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폐해를 낫기도 한다. 만일 평균 성능 이상의 기본기를 갖추었다면 다행이지만 내가 경험해본 국산 스피커는 대부분 기준 미만이었다. 개인적으로 그 성능을 인정할만한 것은 과거 에이프릴 뮤직에서 만든 스테이트먼트, 카시오페아의 일부 모델 그리고 근래의 심포니9과 아큐브 스피커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대게는 내가 사용하고 있는 케프 LS50이라는, 백만원대 북셀프보다 못한 것이 태반이다. 밸런스, 피치, 다이내믹스 등에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힘사운드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아니 여타 국산 메이커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를 다수 수반했다. 약 6개월 전으로 기억된다. 하이파이클럽에 리뷰차 들렀을 때 풀 아큐톤 유닛으로 만든 스피커 신제품을 시연해볼 기회가 있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성능이 나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하이엔드급 북셀프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멋진 캐비닛 마감과 고급 아큐톤 유닛을 사용했다는 사실 두 가지 뿐이었다.
음상은 날뛰고 밸런스는 모든 대역이 따로 움직이고 있었다. 대역간 균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각 유닛의 스피드에 대한 고려가 없었는지 아니면 크로스오버 네트워크 설계가 엉뚱했는지도 모른다. 당연하게도 나의 기억 속에서 힘사운드의 존재는 지워졌다. 바쁜 리뷰 일정 속에서 힘사운드를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여유는 내게 없었고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 최근, 그러니까 6월 초 다시 한 번 하이파이클럽에 들렀다. 포컬 Diablo Utopia 리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 자리에서 또 지난번과 같은 우연의 시연 기회가 주어졌다.

"혁신의 실마리 - S62"
도대체 내가 까맣게 잊고 지낸 6개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걸까. 하이파이클럽에서 전해들은 바로는 제작자와 팽팽한 줄다리기 끝에 크로스오버를 포함 여러 수정을 받아들였단다. 국내 제작자들의 경우 대부분 엔지니어 출신으로 직접 설계와 음질 튜닝에까지 모두 진행하며 절대 타협이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평론가나 일부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의견도 대게 그들 앞에서는 철벽같은 자존심과 고집 앞에서 일정 거리 이상 진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 덕에 결과는 거의 재앙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 와중에 힘사운드는 투지를 불살라 새로운 튜닝 과정을 진행하며 여러 부분들을 수정했다고. 예외란 있는 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S62 는 트위터와 우퍼 모두 아큐톤 유닛을 사용했다. 정확히 말해 독일 틸 & 파트너에서 생산하고 있는 1인치 아큐톤 세라믹 역돔 트위터와 동사의 7인치 아큐톤 세라믹 미드/베이스 우퍼를 사용했다. 2웨이 2스피커 시스템으로 저음 반사형 타입 설계다. 후면 상단에 포트 1개를 마련해 위상 반전을 꾀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클로저 로딩 방식이다. 한편 기존 버전에서 캐비닛 MDF 두께 및 인클로저 깊이/넓이 그리고 포트 면적 등이 세밀하게 수정되었다.
전면 배플은 가볍고 단단한 카본시트를 사용하고 있다. 주파수 응답 범위는 저역은 38Hz 에서서부터 고역은 30kHz 까지 커버하는 유닛의 성능 덕분에 광대역 특성을 획득했다. 크로스오버는 2.6kHz에서 끊었다. 배플은 아주 약간, 약 2도만 기울여놓았다. 후면 바인딩포스트는 싱글 와이어링에 능률은 87dB, 임피던스는 특이하게도 6옴으로 설정했다.
스피커는 누구나 재료만 있다면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오디오 컴포넌트 중 하나다. 따라서 자작이든 공방 수준 제작자들도 그럴싸한 유닛과 중국산 인클로저로 다양한 구성의 제품을 만들어낸다. 한편 스피커는 모든 오디오 컴포넌트 중 턴테이블과 함께 '제대로' 만들기는 가장 어려운 제품이다. 수치로 떨어지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거의 대부분의 튜닝은 제작자의 경험, 음악과 레코딩에 대한 치밀한 이해와 분석, 기술적 노하우와 직감 등이 작용한다. 미국의 경우 NPL(National Physical Laboratory, 국립 물리학 연구소) 같은 곳이 스피커 메이커와 긴밀히 협력해 파인튜닝과 주파수 특성 검토를 지원하지만 국내는 그런 인프라와 협력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힘사운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설계는 전 세계적으로 합의된 설계 기반 그리고 유닛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캐비닛 및 크로스오버 설계를 참고하겠지만 그 이외에는 모두 일일이 테스트를 통해 하나하나 체득해 나가야하는 고난의 연속이다. 캐비닛 소재와 그 구조, 내부 브레이싱 구조 및 목제의 강성과 두께, 스피커 로딩 방식과 포트의 구경 및 포트 면적, 포트 주파수 설정 그리고 포트의 소재도 모두 결정할 사항들이다. 유닛의 구경 선정과 조합, 유닛의 위치와 유닛의 간격, 그리고 트위터와 우퍼의 단위 시간대 스피드 차이에 따른 위상 정합 문제도 충분히 반복 테스트를 통해 정확히 설계에 고려되어야한다. 특히 전면 배플의 디자인과 소재는 각 유닛의 음파에 영향을 끼치므로 이것도 예민하게 고려되어야 옳다.

"셋업"
힘사운드 S62 는 어떤 외부 전문기관의 도움 없이 철저히 독자적인 개발과정을 거쳐 개발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외부 업체와 공조하면서 꽤 많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파악된다. 앰프는 오디오 아날로그 푸치니 20주년 애니버서리 인티앰프 그리고 코드 DAVE DAC를 활용했고 케이블은 모두 헤밍웨이 제품을 사용했다. DAVE 의 경우 프리모드가 아닌 DAC 모드로 전환 후 -3dB 고정출력으로 세팅했다. 모두 오렌더 N10을 통해 네트워크 스트리밍 형태로 PCM 포맷만을 재생하기 위해 PCM plus 전용 모드로 설정하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리스닝 테스트"

Alice Sara Ott & Francesco Tristano -A soft shell groove
Scandale
이번 S62를 처음 듣는 순간 나는 음정과 밸런스가 표준 영역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모니터 타입이라는 것이 아니라 오차 범위 안에 안전하게 연착륙했다는 의미다. 앨리스 사라 오트의 ‘A soft shell groove’에서 피아노 건반의 하모닉스엔 사푼사푼 쿠션이 느껴진다.
아직 겨울의 스산함이 남아있는 어느 이른 봄날 한바탕 쏟아 부은 소나기 세례 후 물기가 약간 스며있는 대지의 느낌이다. 말랑말랑한 건반 터치가 마치 피요르드 송어처럼 날쌔다. 아큐톤의 기민한 옥타브 이동과 어떤 이물감도 느껴지지 않는 말끔한 입자가 선명하다. 음정과 밸런스 또한 풀레인지급 스피커에 대비해도 안정적이다.

Jane Monheito - A Shine on your shoe
Home
기존의 심각한 단점, 즉 매우 높은 음정과 더불어 중역이 부풀어 튀어나오며 낮은 대역은 얇고 왜소하게 끝나는 용두사미같은 밸런스가 보란 듯 사라졌다. 제인 몬하잇의 보컬은 싱그럽고 발랄하지만 절대 나이를 속이지 않는다. 여전히 기민한 반응과 더불어 묵직하고 슬램한 저역이 탄력적이다. 생생한 생명력과 정확한 음정, 세부 표현력 등에 힘입어 독보적인 사운드 스펙트럼을 만들어내고 있다.

Dan Laurin - Vivaldi Recorder Concertos
Vivaldi Recorder Concertos
비발디 리코더 콘체트토에서 댄 로딘의 리코더의 기음은 따스하다기보다 강건하며 싱싱하다. 안나 파라디소의 하프시코드와 선명하게 대비되는 총천연 하모닉스는 마치 한겨울 이른 새벽 창가에 서린 서리꽃을 깨끗이 닦아낸 듯 선명한 표면 텍스처에 눈이 시리다.
밀도는 매우 높으면서 섬세한 하모닉스로 인한 미세한 잔향은 포근하게 공간을 감싼다. 좌/우 채널을 오가는 산뜻하고 예쁜 리코더의 개방감은 목관의 맑고 목가적 잔향을 싣고 세련된 앰비언스로 공간을 채운다. 소프트 돔에서는 스캔스픽 베릴륨의 그것처럼 초고역이 펼쳐내는 아련하고 은은한 여운을 남긴다.

Eric Clapton & Friends - Magnolia
The Breeze
S62 의 저역 특성은 기민하며 저역 해상력, 세부 표현이 뛰어나다. 에릭 클랩튼의 ‘Magnolia’에서 저역은 매우 깊으면서 dB 감쇄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S62는 클래식은 물론 팝/록, 재즈도 가리지 않는 관용적인 스피커다. 이 부분은 앰프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청음에 사용한 앰프들마다 매우 커다란 격차를 보인다.
마침 시청실에 들어온 푸치니 인티앰프는 과도한 댐핑과 응집력보다는 여유롭고 포근한 반응 특성을 가지고 있어 S62 와 매우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준다. 보컬은 중간 레이어에서 다소곳이 노래한다. 텁텁하거나 공격적인 고역 특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S62 는 푸치니에서 그 전에 전혀 느낄 수 없는 촉촉한 촉감과 함께 심지어 존득한 찰기가 느껴진다. 충실한 중역을 중심으로 위아래 대역이 균형감 있게 화합하는 인상이다.

Mravinsky - Shostakovich Symphony No.5 4th
Leningrad Philharmonic Orchestra
므라빈스키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4악장에서 보여주는 섬뜩한 스피드와 기민한 강약 조절은 혀를 내두를 만큼 모든 주파수대역이 동일한 해상력으로 도열한다. 에너지가 높아질 때와 약해질 때의 증강폭이 매우 확연해 모든 음표들이 활기차고 세밀하게 움직이는 느낌이다.
이는 아바도가 지휘한 베르디 레퀴엠 중 ‘Dies irae’에서 포커싱은 물론 전/후 거리감도 안정적으로 확보되어 있으며 레이어링도 여유 넘치는 거리를 인지할 수 있게끔 펼쳐진다. 이런 공간감은 고역과 중역의 주파수 전달 속도와 관련된 것으로 시간축 안에서 얼마만큼 녹음 소스의 좌/우 채널 정보가 정확하게 표현되는가에 달렸다. 오케스트라의 전망을 섬세하게 포착하기엔 좀 더 깊은 뎁스가 필요하지만 올라운드로서는 적절한 공간 표현력이다. 이런 공간감은 사실 푸치니보다는 코드 DAVE 의 역할이 꽤 크게 기여한다고 보는 편이 옳다

Max Richter - Dream 1
Sleep
막스 리히터의 ‘Dream 1’에서는 충격적인 초저역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운용하는 다인 컨피던스 C4 에서도 이런 초저역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소스기기를 고정한 상태에서 어떤 앰프와의 조합에서도 이런 초저역을 경험하지 못했다.
초저역의 울림이 온몸으로 전해온다. 잠시 시청실의 천정과 벽이 일제히 공진하며 결국 소파를 타고 몸을 흔든다. 광대역 커버리지를 갖는 아큐톤 미드/베이스 우퍼의 40Hz 이하 초저역이 푸치니와의 매칭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발 끝 아래까지 부드럽고 힘있게 내려가는 것이 포착된다.
"총평"
틸&파트너가 만드는 아큐톤 유닛은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음향 특성을 갖는다는 데 이견을 가질 사람은 없을 것이다. MP3 의 아버지 프라운호퍼와 응용고체 물리학 연구를 공조하는 등 그들의 R&D 는 매우 진지하며 진보적이다. 그러나 물리적, 전기적 특성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모든 물질은 매우 민감한 특성을 보이게 된다. 아큐톤도 마찬가지여서 카르마, 마르텐, 아발론 최근의 타이달 등 세계 일류급 엔지니어들만이 아큐톤을 제대로 다룰 뿐이다. 현존하는 모든 스피커는 아큐톤을 사용했는가 아닌가로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 특성은 명확하며 예민하고 독보적이다.
그러나 이번 시청에서 얻을 수 있었던 가장 유의미한 소득은 예민한 임피던스와 주파수 특성을 갖는 고성능 아큐톤 스피커의 매칭에 관한 경험이다. 유수의 초하이엔드 앰프에서도 표현되지 못했던 선형적인 저역이 뜬금없이 AB 클래스 80와트짜리 푸치니 인티앰프에서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높은 파고의 에너지감과 다이네믹레인지는 철옹성 같은 방파제를 타고 넘어 끝내 정복하지 못했던 영토를 삼켜버렸다.
국내에 여러 스타일의 아큐톤 스피커들이 명멸하고 있으나 S62는 하나의 일대 전환이 될 것이다.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는 소리의 파동들을 생략 없이 여러 패턴으로 낱낱이 보여주는 S62 는 국내 아큐톤 스피커는 물론 힘사운드 자체 라인업에서도 일종의 레퍼런스로 기억될 듯하다.
Written by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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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ype | 2 way 후면 포트형 |
Frequency Range |
38 Hz - 30 kHz |
Impedance | 6 Ohms |
Sensitivity | 87 dB |
Normal Power | 120 W |
Tweeter Unit | 1" Accuton Ceramic 역돔 |
Midrange Unit | 7" Accuton Ceramic 콘 |
배플 기울기 | 2도 |
Termination | Single-wiring 로듐 단자 |
Dimensions | 220 x 300 x 410 mm |
Weight | 11 Kg |
색상 | 레드, 월넛 |
HimSound S62 Speaker | |
제작사 | 힘사운드 |
제작사 연락처 | 041-931-7117 |
제작사 홈페이지 | www.himsound.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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