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7. PM 5:00 – 조우
예전처럼 하이파이클럽에 리뷰를 하러 간 곳에서 직원으로부터 재미있는 물건을 하나 건네받았다. 하얀색 바디의 전원 숫놈 단자를 쥐어준다. 생긴 건 그냥 수놈 단자지만 상당히 희한한 성능을 가진 녀석이란다. 나는 손사래를 쳤다. 집에 이런 액세서리를 가지고 가면 며칠간 이리 저리 테스트해보느라 정신이 사납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종 성능이 좋으면 내가 예상한 오디오 업그레이드 스케쥴이 꼬여버린다. 이 조그만 녀석 때문에 다른 곳에 투자할 돈을 낭비하기 싫다.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 해도 나만의 우선순위가 있고 엄연히 기회비용을 생각해야한다.

나는 집에 가져가지 말고 바로 이곳에서 테스트해보자고 했다. 기존에 B&W 802D3를 중심으로 그리고 그 전에는 YG 어쿠스틱스 Sonja를 테스트해본 경험이 있는 공간이었다. 게다가 린 클라이맥스, 레가 Isis 등 여러 장비를 테스트해본 시스템이기에 이런 액세서리 정도 성능은 금세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재 세팅된 오디오 시스템도 아주 익숙하다.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웨이버사 WCORE가 맨 앞단에서 음원 트랜스포트로 자리 잡고 있었고 이후 린 클라이맥스 DS/3 그리고 매킨토시 MA9000과 B&W 802D3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테스트 대상은 iFi에서 출시한 AC iPurifier. 워낙 다양한 액세서리를 출시해온 iFi며 이미 해외 매체나 커뮤니티에서 그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브랜드다. 제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나니 좀 더 구미가 당긴다. 게다가 가격도 무척 저렴하다. 극성 확인도 가능하며 액티브 및 패시브 접지를 통해 노이즈를 저감시킨다는 것이 이 제품 존재의 커다란 전제다. 오디오 시스템에서 AC 전원은 인체로 치면 심장을 드나드는 혈류와 같고 자동차로 치면 가솔린 연료와 같다. 하이엔드 오디오로 가면 더욱 더 치열한 정성이 필요한 부분으로 진동 관련 기술과 함께 오디오의 알파와 오메가다.
6. 7. PM 6:00 - 첫인상
AC iPurifier를 테스트하기 전에 기존 시스템의 사운드를 반복 청취했다. NAS에 저장해놓고 리뷰를 진행할 때마다 몇 곡씩 꺼내 재생하는 레퍼런스 곡들이 즐비하다. 그 중 서너곡 정도만 반복 청취하며 시스템 사운드를 기억했다. 이후 AC iPurifier를 적용했다. 벽체 그리고 멀티탭에 두 개 적용한 후 테스트해본 결과는 꽤 신선했다. 시간은 이미 6:00를 넘어서고 있었고 귀가할 시간이 다가오는 와중이라 마음이 바빠졌다.

김광석 - 인생이야기
"1,000여회 공연의 발자취"
일단 두 개 레코딩에 대한 인상은 흥미를 자극했다.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에서 도입부 하모니카와 어쿠스틱 기타 그리고 보컬 음정 그리고 백그라운드 표정이 주요 체크 포인트다. AC iPurifier를 적용한 후 하모니카의 배음 표현이 변화했다. 하모닉스 구조가 좀 더 말끔해졌고 질서정연하다. 하모니카는 좀 더 에지가 분명하며 풍부한 음폭을 가지고 너울거린다. 그러나 배경은 더 차분하고 조용해졌다. 전체적으로 맑게 정돈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Patricia Barber - Regular Pleasure
Verse
AC iPurifier 를 뺀 후 다시 비교하고 이후 다시 꼽고 비교해보면 빼고 듣기 싫어진다. 예를 들어 저역 구간의 해상력은 꽤 크게 차이가 났다. 자주 테스트용으로 듣는 파트리샤 바버의 ‘Regular pleasure’에서 저역 어택은 강력하며 선명하다. 드럼 타격음이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되며 배경은 적막하다. 하지만 빼고 나니 약간 아쉬워진다. 이 까탈스럽고 바람에 나부끼는 갈대 같은 오디오파일의 마음이여. 집으로 가는 길, 빌딩숲을 헤치고 택시에 올라탔다. 빨리 집에 가고 싶었다. 나의 가방에는 이미 두 개의 AC iPurifier가 담겨 있었다.
6. 9. PM 10:00 – AC iPurifier 란 ?
다시 AC iPurifier를 꺼내들었을 때 공간과 시간은 바뀌었다. 공간은 나의 집이었고 시간은 야구 중계가 끝난 오후 10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불펜 투수의 불장난으로 게임은 뒤집어졌고 음악으로 마음을 달래려는 순간 AC iPurifier가 떠올랐다. 패배로 찢어진 가슴을 AC iPurifier는 달래줄 수 있을까. 몇 가지 준비를 끝내고 테스트에 들어갔다.

이미 하이파이클럽에서 제품에 대한 설명은 쉽게 소개해놓고 있으니 참조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간단히 나의 의견을 보태 설명하자면 이렇다. 기본적으로 가전제품은 많은 노이즈와 공생한다. 그 중 전원과 관련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배전반으로부터 인가받은 전류의 그라운드 노이즈다. 바로 접지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전기로서 심한 경우 종종 손으로 기기를 스윽~ 만졌을 때 저릿한 느낌에 몸서리치게 된다. 이는 기기 자체에 해악을 주며 결과적으로 소리에 영향을 주어 여러 좋지 않은 음향적 습관을 만들어내곤 한다.
또 하나는 전자파 노이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모니터, 조명등, 라디오 등 굉장히 다양한 외부 전자파들이다. 이런 것들은 그 진원지를 쉽게 찾을 수도 없거니와 찾는다고 해도 특별히 제거할 장치가 전무하다시피하다. 몇 년 전 모 전원관련 회사가 이런 전자파를 차단하는 멀티탭을 개발해 내놓은 적이 있어 테스트해보았다. 회사의 설명대로 건강에 좋을지는 몰라도 음질적으로 변화를 거의 느끼지는 못했다.

AC iPurifier는 이 두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 노이즈를 드라마틱하게 저감시켜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인단 액티브 노이 제거 기능(Active Noise Cancellation)이 대표적이다. 직접 벽체 아웃렛이나 멀티탭에 AC iPurifier를 장착시켜 전원을 공급받으면서 동시에 전원 관련 노이즈를 kHz에서 Mhz단위에서 제거해준다. 또한 SMPS 전원장치에서 발생하는 고조파 노이즈를 제거하는 ‘Intelligent Ground’라는 기능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는 ‘Wireless Purification System’ 기능으로서 EMI/RFI 노이즈를 혁신적으로 줄여준다는 내용.
6. 10. AM 01:00 – 봉인을 풀다
모두가 잠든 새벽, 음악은 더욱 더 나를 향해 깊게 다가온다. 따라서 이런 종류의 액세서리 테스트에는 새벽이 제격이다. 왜냐하면 변화의 폭이 스피커나 앰프 등의 변화처럼 천지개벽정도는 아니고 아주 미세한 튜닝이 필요할 때 적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들의 시스템에서는 사실 이런 전원 관련 대책이 어느 정도는 세워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효과는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후루텍 멀티탭과 벽체에 AC iPurifier를 적용하면 미세한 음악적 표정 변화가 드러난다. 참고로 내 시스템 중 모니터용도로 사용하는 시스템에서 그 효과가 더 두드러졌다. 웨이버사 시스템즈 WCORE와 WDAC3MKII 그리고 제프 롤랜드 프리와 플리니우스 파워 그리고 베리티오디오 피델리오 앙코르 시스템이다.

조수미 - Dona Dona
Missing you
우선 음상, 포커싱에 관한 부분이다. 조수미의 ‘Dona Dona’에서 좌측 기타와 우측 악기들 모두 힘이 느껴지며 더 선명해진 모습을 포착할 수 있다. 당연히 보컬 포커싱은 더 뚜렷해진다. 세부적인 디테일이 살아나면서 완급 조절, 음영 대비가 더 드라마틱하게 형성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만일 극성이 잘 맞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라운드 노이즈를 감쇄시켜줄 경우 소리가 좀 더 생생하게 느껴질 것이다.

Audiophile Speaker Set-up - Extreme Dynamics
2XHD
다음은 다이내믹스에 관한 부분이다. 이 또한 커다란 부분, 즉 거시적인 강/약 차이를 드러내는 매크로다이내믹스 차원에서는 커다란 차이를 불러오진 못한다. 그러나 아주 작은 미세 약음 사이의 에너지 완급이 더 미세하게 표현된다. 예를 들어 2XHD에서 발매한 스피커 셋업 테스트 앨범 중에서 ‘Extreme Dynamics’를 들어보면 아주 작은 소리로 자글거리는 듯한 약음들이 약간 징그러울 정도로 세밀하게 들린다. 중간 중간 큰 북소리도 약간의 다이내믹스 표현 상승이 눈에 띈다.

James Horner - Pas de Deux, Part.lll
Mari & Hakon Samuelsen
시스템에 흘러들어간 여러 전원 관련 노이즈는 실제 시스템이 펼쳐내는 가상의 무대에서 뉘앙스의 차이를 불러온다. 좀 더 세부적으로 설명하면 일단 전/후 원근감의 변화로서 레이어링이 좀 더 깊게 형성된다. 단지 깊게 뭉개버리는 것이 아니라 투명하게 조망해주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현상으로 마리 & 하콘 사무엘슨의 ‘Pas de Deux, Part. III’에서 뒤편에 왜소하게 숨어있던 약음들까지도 살아난다. 하지만 그 약음 사이 공간은 숨쉴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넉넉해졌고 말끔해졌다.
6. 11. PM 5:00 – 새로운 고민
그렇다면 과연 이것은 AC iPurifier 성능의 끝일까? 그렇지 않다. 패시브 접지 기능은 아직 받아보지도 못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이번 리뷰는 중간 체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참고로 이 이미 전원 대책이 충분히 이루어진 하이엔드 시스템에서는 AC iPurifier의 효과가 조금 미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수백만 원에 이르는 액티브 접지 시스템을 갖춘 오디오파일은 조금 억울할 수 있을 만큼 AC iPurifier의 성능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낸다.

컴퓨터오디오파일 등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를 알 듯하다. 게다가 SMPS 등 저가 스위칭 전원 어댑터 사용이 갈수록 증가하는 현재 AC iPurifier의 용도는 무한 확장된다. 나 또한 새로운 고민에 빠졌다. 두 개의 전원 아웃렛, 두 대의 멀티탭에 이를 모두 적용해야하는 것인가 ? 참고로 이 제품은 적용 개수를 늘릴수록 그 효과가 증대되는 얄궂은 심보를 가졌다. AC iPurifier는 마치 자동차 엔진을 움직이는 가솔린 같은 존재다. 항상 엔진 내부를 깨끗한 가솔린으로 채워줄 이유는 분명하다. AC iPurifier는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정화와 치유의 미학을 알려줄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 Specifitations | |
|---|---|
| Noise reduction |
> 40dB (> 100x) |
| Surge Protection |
max. 30,000A @ 1,000V/10uS |
| Operating Voltage |
90V – 265V |
| Size/Weight (USA) |
ø 40mm x 105mm (L) 108 (g) / 0.24 (lbs) |
| Size/Weight (EU) |
ø 40mm x 115mm (L) 126 (g) / 0.28 (lbs) |
| Warranty period |
12months |
| iFi AC iPurifier |
|
|---|---|
| 수입사 | 사운드캣 |
| 수입사 홈페이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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