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퀘스트의 전원
일체의 디스토션과 음질적 왜곡 등 무척 세심한 음악 신호를 다루는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는 여타 산업과 달리 독창적인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그 내면엔 여러 산업 분야와의 협업과 연구 공조, 때로는 과학자와 수학자 그리고 대학과의 산학협동으로 인해 진보해왔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연계된 분야의 석학과 기관, 기업들의 협력은 각각의 분야에서 서로를 자극하며 발전한다. 오디오도 예외가 아니어서 주로 정밀공학이나 의료, 군사, 항공 분야의 연구 성과가 반영되기도 하면서 커다란 진화를 거듭해왔다. 때론 관련 종사자가 퇴직 후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최근 오디오퀘스트의 새로운 제품들을 경험하면서 그들의 새로운 연구 성과는 대단히 참신하고 과학적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엔 자신들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기술을 끊임없이 우려먹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혁신이 있었다. 예를 들어 전원 관련 기술에 있어 오디오퀘스트는 새로운 연구와 고찰과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을 또 다른 차원에서 재고해야 할 정도였다. 기존에 리뷰했던 나이아가라 7000이 그랬다. 접지에 관련된 연구 그리고 RFI 노이즈가 끼어들 수 있는 범주와 그에 대한 대책 등 기존에 누구나 알고 있지만 해결 방법에서 오디오퀘스트는 다른 방법론을 내세웠다.
그것은 빌 로우의 장기적 플랜과 디렉팅 그리고 가스 파웰이라는 인물의 영입과 함께했다. 케이블만 만들던 오디오퀘스트는 드래곤플라이 같은 포터블 DAC를 만들며 웨이브랭스의 고든 랭킨과 협업한 것. 그리고 헤드폰을 만들어낸 것 등 오디오퀘스트의 도전과 혁신은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이번엔 가스 파웰이라는 외부 엔지니어의 초빙이다. 포맨 사운드의 시니어 엔지니어였으며 오랜 기간 하이엔드 오디오 마니아였던 그를 스카우트한 빌 로우는 전원에 대한 보다 포괄적 해법을 제시했다.
파워케이블에 대한 오디오퀘스트의 ‘입장’
사실 파워케이블은 보기에 무척 단순하다. AC 전류는 Live와 Neutral 그리고 Ground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각각의 케이블이 AC 플러그와 IEC에 연결된다. 기본적으로 Ground 전압은 0에 가까울수록 좋고 각 파워케이블에 전류를 흘렸을 때 모두 균질한 접지 전압을 갖도록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기기의 극성에 따라 파워케이블을 벽체 또는 멀티탭 등 전원 장치에 꼽는 방향을 정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 오디오 마니아라면 별도로 테스터 기기, 적어도 극성 체크기 정도는 구비하고 있다.
하지만 오디오퀘스트가 제시하는 파워케이블의 성능은 훨씬 더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다. 일단 오디오퀘스트는 100년이 넘은 AC 전력 기술이 오늘날 고해상도 오디오와 비디오 신호 전송에 충분히 훌륭하지 않다는 기본 전제를 깔고 시작한다. 특히 마스킹 효과에 의해 아주 낮은 레벨의 신호 손실과 디스토션이 생기며 특히 앰프에서는 더욱더 커다란 장벽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 이 때문에 AC 전원장치 및 전원 케이블에 대한 전방위적 재검토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가스 파웰이라는 프로 엔지니어를 영입, 일련의 새로운 전원 장치 및 전원 케이블을 개발했다.
그중 Thunder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개발한 엔트리급 파워 케이블이다. 신호 증폭에 필요한 전원은 과도 전류에 있어 요구 사항이 다른 컴포넌트에 비해 매우 까다롭고 이를 위해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 신호 증폭 역할을 하는 앰프에 관한 것이다. 앰프는 입력된 신호를 증폭하는 데 있어 전류 소모량이 일정하지 않다. 때로는 아주 낮은 전류만 소비하다가 어떤 땐 갑자기 훨씬 더 높은 전류를 요구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앰프 제조사에선 최대한 커다란 용량의 트랜스포머와 정전용량을 갖춘 앰프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과도한 열과 전력 소비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 클래스 증폭 앰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때로 20A 규격 인렛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앰프의 전류 소비 특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AC 파워 케이블에서도 이런 특성을 고려한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보편적인 케이블보다 굵게 만드는 것 이외에 소스 기기용 케이블과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디오퀘스트는 이 대목에서 다시 임피던스 특성 및 RFI 노이즈 그리고 접지 노이즈 등에 대한 전방위적 재검토를 통해 새로운 케이블 구조를 주창하고 있다. 그중 가장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시된 것이 Thunder 파워 케이블이다.
Thunder
오디오퀘스트가 만든 Storm 파워케이블 라인업 중 막내 Thunder를 테스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일단 오디오퀘스트는 몇 가지 특허 기술을 투입하고 있다. 우선 AC 전원 케이블로서 Thunder는 Long-Grain Copper(LGC)라는 도체와 오디오퀘스트를 대표하는 도체 Perfect Surface Copper(PSC)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다. 상위 모델로 올라가면 PSC와 PSS 같은 도체만 사용하기도 하지만 엔트리급 Thunder에서는 LGC와 PSC 동선을 혼합해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여기서 끝이라면 무척 허망할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메이커는 이런 도체에 절연, 차폐를 하고 적당한 단자를 연결해 제작한다. 하지만 오디오퀘스트엔 일단 겉으로 보기에 L과 N 그리고 그라운드 케이블을 모두 분리 설계해 서로 간섭이 없도록 설계했다. 특히 그라운드 노이즈 소멸 기술은 무척 신선하다. 독보적인 유전체에 추가로 디퍼런셜 리니어 필터를 통해 위상 에러를 없애주는 기술(특허 #9,373,439)을 적용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케이블에서 RF 노이즈가 유도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Ground-Noise Dissipation’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특히 오디오퀘스트 Thunder엔 오디오퀘스트의 전매특허인 DBS, 즉 ‘Dielectric-Bias System’도 여김 없이 적용해 배터리 팩을 적용하고 있다. 이 팩 안엔 건전지가 들어있는데 절연체가 유전체로서 기능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시간 지연 및 위상 에러를 막아내고 있다. 시간축 특성이 중요한 오디오 시스템에선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요소를 적재적소에서 제거하고 있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Thunder 파워케이블은 방향성을 고려해 만들어졌고 이는 모든 오디오퀘스트에서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기본 전류 용량은 20암페어 기준 RMS 220V ~ 240V에 대응하지만 평균 RMS 값에 비해 몇 배의 과도 전류 피크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오디오퀘스트는 Thunder를 전원 장치나 앰프, 서브 우퍼, 액티브 스피커 등 다양한 전류 가변 폭을 갖는 오디오기기에 적합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셋업 & 리스닝 테스트
오디오퀘스트 Thunder 테스트를 위해 B&W 802D3 스피커 그리고 매킨토시 MA9000 및 웨이버사 시스템즈 WDAC3C를 동원했다. 앰프 전용이라고 할 수 있는 Thunder 파워케이블이기에 기본적으로 매킨토시 MA9000에 적용해 테스트했는데 워낙 그 특성이 명확해 여타 케이블과 명확한 구분이 가능했다.
Rickie Lee Jones - Dat dere
POP POP
우선 리키 리 존스의 ‘Dat dere’에서부터 Thunder 파워케이블은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 곡에선 리키 리 존스 외에 후반에서 재잘거리는 아이의 목소리를 집중해 들어볼 필요가 있다. Thunder의 경우 아이의 목소리까지 매우 심도있게 표현해준다. 무대의 폭이 무척 넓어지면서 시원시원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세션으로 참여한 찰리 헤이든의 더블 베이스는 굵고 나직이 깔리며 로벤 포드의 나일론 기타는 그 윤곽이 선명하면서도 동적인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으로 춤춘다.
Hugh Masekela - Stimela
hope
전체적인 대역 밸런스 측면에선 밝은 편이고 무척 경쾌한 사운드로 변모시켜준다. 휴 마세켈라의 ‘Stimela’에서 차츰 커지는 음량의 다이내믹 대비 그리고 허비 행콕의 ‘Chameleon’에서 보여주는 리듬감 등 여러 곡에서 리드미컬한 특성을 보여준다. 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기보다는 전면으로 나서 활기차게 그려주는 스타일임을 바로 직감할 수 있다. PAD나 카다스 같은 스타일보단 가볍고 경쾌한 풋웍에 신나고 유쾌한 리듬감을 좋아한다면 무척 만족할 수 있는 케이블이다.
Isaac Albeniz : Rafael Fruhbeck De Burgos - Asturias
Suite Espanola
ROON을 사용해 음악을 재생하며 종종 리뷰 테스트를 진행하면 ROON에서 제공하는 다이내믹 레인지 수치를 참조할 수 있어 좋다. 이번 Thunder 파워케이블에서는 특히 [Suite Espanola : Austurias]에서 다이내믹스 표현에 집중해서 들어보며 ROON 기준 20레벨에 달하는 다이내믹 레인지 표현에 귀 기울였다. Thunder 파워케이블의 경우 점진적으로 볼륨이 커졌다 다시 작아지는 현상이 잘 표현되며 이는 마치 풍선을 부풀렸다 말았다 반복하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만큼 힘의 완급 조절이 매우 큰 폭으로 이루어지면 쾌감도 함께 부풀려진다.
Dallas Wind Symphony
Walton: Crown Imperial (Arr. W.J. Duthoit For Wind Ensemble) - Crown Imperial (Arr. W.J. Duthoit)
Dallas Wind Symphony: Crown Imperial
중, 고역은 물론 저역도 매우 스트레이트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해준다. 마치 꽉 막혔던 교통체증이 일시에 해소된 느낌을 주는데 예를 들어 달라스 윈드 심포니의 ‘Crown Imperial’ 피날레 부분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발밑까지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오케스트라의 총주는 속이 후련할 정도다. 요컨대 무대의 전후 깊이보다는 좌/우 펼쳐짐이 돋보이며 무척 활달하고 명랑한 기운이 전편을 지배하며 흥을 돋운다. 앰프에 요구하는 전류의 요구에 대해 매우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이 뚜렷하다. 비판적으로 음악 듣는 훈련이 전혀 되지 않은 사람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박력 있고 상쾌한 사운드로 감상자를 강력하게 이끈다.
총평
오디오퀘스트는 필자의 오디오 인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과거 인터 케이블과 스피커 케이블은 여타 하이엔드 케이블을 사용하다가도 꼭 다시 돌아오곤 하게 만드는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 당시 케이블 중 NRG 시리즈 파워케이블도 기억에 남는데 당시 몇 배 더 비싼 케이블에 비해서도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 한동안 포트폴리오처럼 간직하며 사용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오디오퀘스트는 몇 세대를 진화해 괴물이 되어 돌아온 인상이었다.
특히 Thunder 파워케이블은 비교적 하위 모델이지만 도체 외에 그들의 독보적인 특허 기술을 거의 모두 담아냈다. 예를 들어 DBS 시스템을 필두로 GND 그라운드 노이즈 제거 기능 그리고 대단히 인상적인 전원 장치 나이아가라 시리즈를 위해 개발된 RF 트랩 등이 그 증거다. 파워케이블 중에서는 가장 진보적이며 독창적인 연구가 총 집약된 스톰 시리즈의 막내. 그러나 전원에 대한 혁신적 해석이 관통하는 그 설계와 퍼포먼스는 여타 케이블 메이커의 귀감이 될 만한 것이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AudioQuest Thunder Power C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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