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고마운 제작사가 있다. 미국의 시너지스틱 리서치(Synergistic Research)다. 최근 5년 동안 이들의 오디오 케이블과 전원 장치, 퓨즈, 액세서리를 리뷰하면서 음을 대하고 해석하는 필자의 능력이 제법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번 시청기인 SRX 파워 케이블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에서 한나절을 틀어박혀 이 케이블을 들어보면서, 익숙하지 않은 문구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음의 폭포수, 보컬이 밀어내는 바람, 아늑한 실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여름 혹은 가을 저녁….
확실히 지금까지 들어본 여러 브랜드의 파워 케이블과는 결이 다른 소리를 들려줬고 AB 테스트에서도 음질 변화가 몹시 컸다. 올해 3월에 리뷰했던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Galileo(갈릴레오) SX 파워 케이블과도 레벨이 달랐다. 물론 갈릴레오 SX 파워 케이블도 당시 리뷰 제목을 ‘꽂자마자 번진 아빠 미소’라고 붙였을 만큼 필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특히 가느다란 접지케이블을 연결했을 때의 음질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하지만 SRX는 이보다 몇 걸음 더 나아간,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새 플래그십 파워 케이블다운 위엄을 선사했다.
생김새
SRX 파워 케이블은 최근 출시된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플래그십 파워 케이블이다. 지난 2017년 말 시너지스틱 리서치 창립 25주년 기념 모델로 100개 한정 출시됐던 SR25 파워 케이블의 직계로, 스펙과 설계 디자인은 거의 동일하지만 SR25에 비해 순은선재의 등급을 낮춰 가격을 딱 반으로 줄였다고 한다. SRX 파워 케이블 밑으로 위에서 언급한 갈릴레오 SX가 있고, 그 밑에 Atmosphere(앳모스피어) X, Core(코어) UEF 파워 케이블이 포진해 있다.
시청 모델은 길이가 1.8m짜리인데 아주 가볍다. 정확히 재보지는 않았지만 갈릴레오 SX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럽다. 생김새도 많이 다르다. 갈릴레오 SX는 피복을 입힌 선재들이 꽈배기처럼 꼬인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지만, SRX는 전체를 하나의 피복으로 감쌌다. 손으로 눌러보면 공기를 유전체(dialectric)로 활용한 덕에 폭신폭신하기까지 하다. 갈릴레오 SX의 두 커넥터를 감싸던 두꺼운 투명 플라스틱 필름도 없어졌고, AC플러그(수놈)와 IEC 단자(암놈)도 모두 순금에서 퓨어 로듐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다. 시너지스틱 리서치 케이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실린더 모양의 셀(cell)이 이번 SRX에도 AC 플러그와 가까운 쪽에 달렸고, 이 셀에서 총 3개의 커넥터가 삐져나와 음질 튜닝용 뷸렛(bullet)과 접지케이블을 꽂을 수 있게 돼 있다. 뷸렛의 경우 무조건 장착해야 하는 블랙 뷸렛, 해상력을 좀 더 높여주는 은색 뷸렛, 온기감을 보태주는 금색 뷸렛, 이렇게 3개가 마련됐다. 기본 제공되는 가느다란 접지케이블을 커넥터에 꽂은 후 멀티탭이나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접지 박스에 연결토록 한 점도 마찬가지다.
10가닥 선재와 유전체
보통의 파워 케이블은 +전압과 -전압이 60Hz 사이클로 흐르는 핫(Hot. Line) 선재와 0V 기준점을 제공하는 중성(Neutral. Return) 선재, 그리고 접지(Ground. Earth) 선재로 구성된다. 그리고 신호선(핫, 중성)에는 잘 아시는 대로 선재들간의 절연 역할을 하는 유전체와 외부 노이즈를 차단시키는 쉴드망이 투입된다. 시너지스틱 리서치 파워 케이블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지만 조금 복잡하다. SRX 파워 케이블의 경우 총 10개 선재가 들어가 있는데, 그 면면은 이렇다.
4개 : 고전류 전송용 순은 단선(High Current Pure Solid Silvers Strings)
2개 : 공기 유전체로 감싼 전류 전송용 순은 단결정 단선(Pure Mono Crystal Silver Air Strings)
2개 : 공기 유전체로 감싼 전류 전송용 순은 리본선(Pure Silver Air Ribbons)
1개 : 그물 모양의 순동 접지 선(Pure Copper Mesh Ground Plane)
1개 : 액티브 쉴드용 순동 선(Pure Copper Active Shield)
하나하나 따져봤다. 우선 220V가 흐르는 도체는 처음 등장하는 총 8개 선재다. 즉, 1) 14AWG 굵기의 99.9999% 순은 단선 4가닥(핫 2가닥, 중성 2가닥)과 2) 단결정(mono crystal) 구조의 얇은 순은 단선 2가닥(핫 1가닥, 중성 1가닥), 3) 납작한 순은 리본선 2가닥(핫 1가닥, 중성 1가닥)이다. 한마디로 SRX는 순은 파워 케이블인 것이다. 나머지 2개 선재(순동 접지선, 순동 쉴드선)는 각각 접지와 액티브 쉴딩용이다.
220V가 흐르는 도체 8가닥을 감싼 유전체는 모두 흔히 테플론(Teflon)이라는 듀퐁의 상품명으로 알려진 PTFE(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 재질로, 선재와 유전체 사이에는 공기가 들어가 있다. 물론 유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한 각 선재 쉴드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전매특허라 할 액티브 쉴딩 테크놀로지(Active Shielding Technology)가 베풀어졌다.
액티브 EM 셀(Active EM Cell), DC 파워서플라이
시너지스틱 리서치 파워 케이블이 특이하게 보이는 것은 AC 플러그 가까운 쪽에 있는 긴 원통 모양의 카본 섬유 실린더 때문이다. 제작사에서는 Active EM Cell(액티브 EM 셀)이라고 부르는데, EM은 Electro-Magnetic(전자기장)의 약자다. 요약하면, DC 전기를 받아(액티브), 전자기장 노이즈를 차단시키는(EM), 원통 모양의 셀(Cell)이다.
이 EM 셀은 각 선재의 쉴드선이 차폐시킨 외부 전자기장 노이즈를 한 번 더 차폐시켜 AC 전원을 최상의 상태로 필터링하는 일종의 컨디셔너. 기본적으로는 트랜스포머의 1차 권선과 2차 권선처럼, 독립된 두 플레이트(PCB) 사이로 전기가 건너 뛰는 유도결합(inductive coupling) 원리를 이용한다. 하나의 플레이트로 계속 전기가 흐를 경우 발생하는 저항 성분(유도성 커패시턴스)과 전자기장 노이즈를 아예 물리적으로 차단시킨 것이다.
EM 셀 내부에 들어간 플레이트는 신소재 그래핀(graphene).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이 빨라 꿈의 소재라 불리는 바로 그 그래핀이다. 슈퍼커덕터는 절대온도(-273도)에서 거의 저항 성분 없이 전기를 흘려보낼 수 있는 물질인데, 그래핀은 상온에서도 이 슈퍼컨덕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핀을 감싼 유전체는 PTFE, 최종 케이싱은 카본 섬유로 이뤄졌다.
그러면 SRX 파워 케이블의 액티브 쉴딩은 어떻게 가능할까. 액티브 쉴당은 ‘액티브’라는 말 그대로 쉴드선이나 쉴드망에 ‘별도의 직류 전기를 먹인다’는 뜻. 한마디로 DC 전압을 쉴드선에 공급해 RF(라디오 주파수)나 EM(전자기장) 같은 외부 노이즈가 쉴드선을 뚫고 선재까지 침범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액티브 쉴딩을 하는 일부 케이블들이 별도 전원 어댑터나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시너지스틱 리서치에서도 1996년 배터리 타입의 액티브 쉴딩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본체 케이블에 달린 미니 잭에 배터리에서 나온 또 다른 케이블을 꽂아야 했다. 그래서 시너지스틱 리서치에서는 갈릴레오 UEF 때부터 스위스에서 제작하고 시너지스틱 리서치에서 튜닝한 소형 파워서플라이를 EM 셀에 내장했다. 파워서플라이의 핵심 부품은 물론 커패시터다. SRX의 경우 파워서플라이에서 30V의 DC를 생산, 각 선재 쉴드망에 흘려준다.
은색/금색 뷸렛, 액티브 접지, 100만 V 컨디셔닝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액티브 쉴딩은 또 다른 이점도 제공했다. 액티브 쉴딩이 이뤄지는 버퍼 회로 한쪽에 작은 총알 모양의 뷸렛을 매달아 음질 튜닝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RX 파워 케이블과 갈릴레오 SX 파워 케이블의 경우 은색과 금색 뷸렛이 담당하는데, 직접 테스트를 해보니 은색 뷸렛은 투명도와 공기감, 디테일이 증가하고, 금색 뷸렛은 마치 진공관 앰프처럼 온기와 리퀴드함을 더해줬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제작사에서 따로 설명은 없지만, CEO 테드 데니(Ted Denney)의 외국 인터뷰를 보면 뷸렛에 따라 선재의 공진주파수가 달라지는 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한편 블랙 뷸렛은 커넥터에서 빼놓을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액티브가 아닌, 일반 패시브 쉴딩으로 변한다. 블랙 뷸렛을 꽂아야만 액티브 쉴딩이 이뤄지며 이 경우 뷸렛 밑바닥에서 파란 불이 들어온다.
갈릴레오 SX 때도 그 음질 상승효과에 놀란 것이 이번 SRX 파워 케이블에도 채택된 액티브 접지선의 존재다. 액티브 EM 셀에서 빠져나온 가느다란 접지 커넥터에 기본 제공되는 전용 접지케이블을 연결한 뒤 접지단이 있는 벽체 콘센트에 꽂으니 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무엇보다 노이즈 플로어가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었다. 예전에 리뷰했던 액티브 접지 박스인 Active Ground Block이나 패시브 타입인 Ground Block과 연결하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제작사의 주장이다.
사실 접지가 제대로 이뤄진 경우의 음질 향상 효과는 애호가들 대부분이 공감하시는 대목이다. 필자도 갈릴레오 SX 파워 케이블 리뷰 당시 프리앰프의 해상력 자체가 높아진 느낌을 받았다. 접지케이블을 빼버리니, 마치 여포가 적토마를 잃은 듯, 캡틴 아메리카가 비브라늄 방패를 놓친 듯했다. 이번 SRX 파워 케이블을 리뷰하면서 처음부터 접지케이블을 멀티탭에 꽂은 이유다.
끝으로 SRX 파워 케이블에는 100만 V 컨디셔닝 작업이 이뤄진다. 케이블에 특정 주파수의 100만 V 고전압을 흘려줌으로써 도체 내부에 전자가 잘 흐를 수 있도록 일종의 운하를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제작사에서는 이 작업을 퀀텀 터널링(Quantum Tunneling)이라고 부르고 있다. 출고 직전 5일 동안 번인 작업을 거치게 하는 점도 눈길을 끄는데, 이는 유저에게 최상의 컨디션의 케이블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이 모든 케이블 제작 공정은 시너지스틱 리서치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이뤄진다.
시청
시청에는 소스 기기로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DAC3C, 인티앰프로 웨이버사 시스템즈의 W AMP2.5 mkII, 스피커로 B&W의 802 D3를 동원했다. SRX 파워 케이블은 소스 기기인 W DAC3C에 꽂았으며, 위에서 말한 대로 접지케이블은 처음부터 멀티탭과 연결한 상태에서 시청했다. 기존 파워 케이블과 AB 테스트는 물론, 은색 뷸렛과 금색 뷸렛의 음질 차이도 비교해봤다. 시청은 주로 룬으로 타이달 음원을 들었다.
전체적인 인상은 순은 선재를 쓴 파워 케이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파워감과 밀도감을 선사했다는 것. 저역이 퍼진다는 느낌도 없었다. 물론 전도율이 가장 높은 선재답게 해상력이라든가 마이크로 디테일 같은 정보량이 늘어난 점은 예상했던 대로였다. 평소 정보량과 음수가 많은 음을 들으면 ‘음의 샤워’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이번 SRX 파워 케이블 비청에서는 ‘음의 폭포수’라는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 밖에 노이즈가 증발되고 배경이 적막하며 입자감이 고운 것은 액티브 쉴딩과 접지, 그리고 순은 선재 자체의 물성 덕분으로 보인다.
Keith Jarrett - Part II A
The Koln Concert
먼저 기존 파워 케이블로 들어봤다. 사실 평소 익숙한 기기와 케이블 조합이다. 음의 결이 상당히 소프트하고 고급스러우며, 입자감은 보드랍고 밀도감은 성기지 않고 빽빽하다. 피아노 페달을 지그시 누르는 압력과 키스 자렛의 신음소리도 잘 들린다. 전체적으로 스케일이 크고 갑갑하거나 좀스럽지 않다. 피아노 왼손 저역은 전율이 일 정도로 강력하고 카랑카랑하다. 이어 은색 뷸렛을 꽂은 SRX 파워 케이블로 바꿔보면, 음이 보다 단정해지고 몸에 와닿는 감촉이 더 부드러워졌다. 배경이 좀 더 적막해진 점도 특징. 그래서 키스 자렛의 신음소리가 더 분명하고 또렷하게 들린다. 카메라로 말하면 조리개를 더욱 정확히 조여 초점이 아주 제대로 맞은 느낌. 금색 뷸렛으로 바꾸니 음의 온기가 늘어나고 유순해졌다. 해상도는 줄었지만 편안한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든다. 마치 KT150에서 EL34로 바꾼 것 같은 큰 차이다. 뷸렛에 따른 음질 변화가 예전 갈릴레오 SX 때보다 심해진 것 같다.
Kari Bremnes - A Lover in Berlin
Norwegian Wood
기존 파워 케이블로 들어봐도 번쩍번쩍 빛이 날 만큼 강력하고 찰진 음이 흘러나온다. 음에서 약간 끈적거리는 점액성이 느껴지는 점도 특징. 귀에 착착 감기는 기타 소리, 드럼과 베이스, 기타의 분해능, 마른하늘의 번개처럼 쩍쩍 내리치는 음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은색 뷸렛을 꽂은 SRX 파워 케이블로 바꿔보면, 처음부터 보다 단단하고 굵은 음으로 바뀐다. 강단이 서리고 서슬이 퍼런 음, 아주 똑 부러지는 음이다. 그러면서 좀 더 정리 정돈이 잘 된 느낌. 무엇보다 기존 파워 케이블에서 살짝살짝 느껴졌던 날카로운 맛이 사라진 점이 마음에 든다. 보컬의 콧소리가 더 잘 들리는 데다 그녀가 좀 더 앞으로 다가온 덕분에 보컬이 밀어내는 바람이 보다 잘 느껴지는 점도 큰 변화다. 반주 피아노 음은 보다 잘 들리며, 퍼커션은 아예 찰떡처럼 귀에 착착 붙는다. 금색 뷸렛으로 바꿔보면, 예리한 맛은 줄어들지만 묵직한 맛이 늘어나고, 보컬의 목소리가 좀 더 요염해진다. 무대는 다소 좁아지고 탁 트인 맛은 없지만 아늑한 실내에서 부르는 노래라는 이 느낌도 싫지는 않다.
Eric Clapton - Wonderful Tonight
24 Nights
기존 파워 케이블에서 은색 뷸렛을 꽂은 SRX 파워 케이블로 바꿔보면, 라이브 무대의 공간이 더 넓고 탁 트인 느낌이 더 강해진다. 이러한 공간감의 확장이 이번 SRX 파워 케이블의 큰 매력 중 하나다. 말쑥한 음들이 앞으로 쑥쑥 뛰쳐나와 마음껏 논다는 인상도 강하다. 한마디로 파워 케이블 교체로 DAC의 분해능과 색채감, SNR 등이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이다. 에릭 클랩튼의 입과 기타의 위아래 거리가 기존 파워 케이블보다 벌어진 것은 그만큼 녹음 정보를 손상 없이 제대로 전해준다는 뜻이다. 여성 코러스의 애절한 존재감이 돋보인 점도 특징인데, 지금까지 수십 번은 들었던 이 곡의 숨은 매력이라 할 만하다. 금색 뷸렛으로 바꿔보면, 사람 기분을 좋게 하는 촉촉함이 도드라진다. 은색 뷸렛이 원래부터 선선한 가을 저녁 바람이라면, 금색 뷸렛은 무더웠던 여름 한날을 보내고 저녁이 되자 부는 시원한 바람이라고 할까. 기타 음이 보다 영롱하고 부드러우며 배음이 풍부해진 것은 역시나 EL34 진공관이 연상되는 음. 대신 대쪽 같은 해상도는 많이 누그러졌다.
Andris Nelsons, Boston Symphony Orchestra
Shostakovich: Symphony No.5
Shostakovich Under Stalin’s Shadow
지금까지는 개인적으로 금색 뷸렛을 꽂은 SRX 파워 케이블이 들려준 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해상도와 디테일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보드랍고 따뜻한 촉감이 좋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대편성곡에서는 거의 압도적이라 할 만큼 은색 뷸렛이 앞섰다. 금색 뷸렛을 꽂으니 오케스트라의 스케일과 팀파니의 타격감이 확 줄어드는 바람에 다소 밋밋하고 평범한 음이 되어버린 것이다. 4악장 막판에서 불꽃놀이처럼 작렬하는 맛도 줄어들었다. 개인 취향이나 곡 장르에 따라 적극적으로 뷸렛을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존 파워 케이블과 은색 뷸렛을 꽂은 SRX 파워 케이블과 비청을 해보면, SRX 파워 케이블을 꽂았을 때 팀파니의 펀치감과 단단함, 스피드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각 악기들의 음상이 선명하고 무대가 투명한 점, 지저분한 구석이 하나도 없이 상쾌한 점에서 우위를 보인다. 음의 강단이 늘어 훨씬 시원시원하게 음들이 빠져나오는 점도 특징. 음의 샤워를 즐기다 음의 폭포수 밑으로 자리를 옮긴 듯한 느낌이 들었던 곡이 바로 이 곡이다.
총평
올해 들어 지금까지 들어봤던 파워 케이블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4개다. 크리스탈 케이블의 퓨처드림, 오디오퀘스트의 토네이도,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갈릴레오 SX, 그리고 이번 SRX 파워 케이블이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가 그렇듯이 마음에 드는 케이블은 예외 없이 비싸다. SRX도 마찬가지. 한정판 SR25의 반값이라고 하지만, 비청을 한 파워 케이블은 물론 지금 필자가 집에서 쓰고 있는 파워 케이블보다 6배 정도 비싸다. 이런 케이블을 하나 이상 시스템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투입 전후의 음질 향상 효과는 반박할 수 없을 만큼 대단했다. 퓨처드림이나 갈릴레오 SX, 아니면 그 이전에 들었던 시너지스틱 리서치의 앳모스피어 레벨3 파워 케이블도 리뷰가 끝나고 따로 구매할까 고민했을 만큼 좋았지만, SRX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음을 들려줬다. 한마디로 DAC에 날개를 달아준 것처럼 해상력과 정숙도, 정보량이 늘었고 입자는 보드라워졌다. 전기를 흘려보내는 메인 도체는 순은 선재인데도 저역에 대한 불만은 1도 없었다. 오히려 단단하고 셌다. 여성 보컬 곡이나 소편성곡을 들을 때는 금색 뷸렛, 대편성곡을 들을 때는 은색 뷸렛을 꽂아 집에 있는 CD를 모조리 탐닉하고픈 그런 파워 케이블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ynergistic Research SRX Power Cab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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