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R 저항세력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모든 회로를 저항으로 풀어내 만든 DAC 칩셋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R2R 래더 DAC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델타 시그마 칩셋이 출현하면서 R2R 래더 DAC는 귀해졌다. 비트 하나하나를 저항을 통해 사다리처럼 배열해 만든 멀티비트 R2R 래더 DAC는 설자리가 없어진 것. 기본적으로 매우 정밀한 오차율을 확보해야 하며 선별한 저항의 오차율을 줄이기 위해 별도의 트리밍 등 조정까지 거쳐야 했으므로 제조사 입장에선 델타시그마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버브라운 PCM1704, 아날로그 디바이스 AD5791 같은 칩셋이 남아 있었다. 델타시그마 칩셋이 순항을 하며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지만 R2R DAC는 하이엔드 오디오파일들 사이에선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메이저 제품 중에선 네임 오디오도 이 칩셋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으며 CH 프레시전 같은 메이커도 버브라운 칩셋의 애호 브랜드 중 하나다. 하지만 버브라운 PCM1704는 이미 공식적으로는 단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의 특주 방식을 통해 최고 등급 칩셋을 조달 받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R2R 래더 DAC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며 오히려 그 인기가 불길처럼 타오르고 있다. 램피제이터, 토탈덱, MSB, Schiit, Holo 오디오, 데나플립스, 쓰랙스, 트리니티, 메트럼 등 바로 생각나는 메이커만해도 상당하다. 게다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R2R 래더 DAC 칩셋을 사용해 DAC를 만드는 반오디오의 존재도 돋보인다. 바로 Firebird 시리즈가 그것으로 처음 듣고 굵고 호방하며 인간적인 음결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저항 세력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힘차게 델타 시그마 군단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
이번에 만난 DAC의 제조사는 이탈리아 출신의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다. 이 브랜드는 2010년 이탈리아 밀라노 태생이다. 크리스티안 아넬리와 스테파노 젤로 등 두 명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후 라 보체(La Voce) 및 라 스칼라(La Scala) 같은 DAC를 선보이며 유럽에서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세계시장에 확실히 알린 건 바로 지금 소개하는 포뮬라(Formula) DAC를 출시하면서부터다. 이것이 2016년경으로 1년 후 미국 로키 마운틴 오디오 페스티벌에 포뮬라를 출품하면서 미국 시장에서도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이 주목받은 것은 물론 R2R 래더 DAC라는 것이며 특히 기성 칩셋이 아니라 직접 만든 디스크리트 방식 R2R 래더 DAC 보드를 개발해 사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 어떤 오버샘플링이나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 등 매우 고전적인 방식과 자체 설계한 고정밀 R2R 래더 방식 멀티비트 DA 컨버전을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뮬라 xHD
이번에 시청한 포뮬라 xHD 버전의 내부를 보면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의 설계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아쿠아 어쿠스틱 퀄리티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라면 어떤 오버샘플링 및 필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델타시그마 칩셋에서 볼 수 없는 회고적인 방식인데 이는 각각 장, 단점이 있다. 디스크리트 방식으로 풀어 설계한 R2R 래더 DAC에선 특히 다이내믹 레인지 확보가 쉽지 않은데 저항 정밀도가 떨어질 경우 최신 델타 시그마 칩셋 같은 높은 다이내믹 레인지 확보가 어렵다. THD+N, 즉 전고조파 왜곡 또한 문제가 되기 쉽다. 특히 포뮬라처럼 오버샘플링 처리를 전혀 하지 않을 경우 가청 주파수 이상 대역의 하모닉 디스토션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출력되는데 가청 주파수를 벗어난 하모닉스 성분이라고 해도 가청 대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포뮬라 xHD는 어떨까? 표면적으로 볼 때 이 DAC는 오버샘플링이나 필터도 없이 오직 자체 제작한 R2R 래더 DAC 보드와 충실한 아날로그 설계 등에 기대고 있는 인상이다. 우선 R2R 래더 DAC는 24비트로 작동하며 총 네 조를 사용하고 있다. 좌/우 각 채널에 두 개씩 사용한 것으로 +와 –신호를 각각의 DAC에 맡기고 있는 것. 채널 간섭이나 위상 오류를 최소화하고 가장 충실하게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기 위한 선결 조건을 완벽히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하이브리드 2단 XMOS xCore XE216 + FPGA’ 회로를 구축해 디지털 전단에서 디지털 디코딩과 클럭 관리를 맡기고 이후 디지털 신호를 DAC로 보낸다. 여기서 포뮬라 xHD의 특별한 기술이 발견되는데 FPGA와 DAC 사이가 광 커플러로 연결했다. 그들에 의하며 가장 이상적인 방식으로 일단 전기적 절연 측면에서 장점이 많다. 제품 전면 패널에 ‘Optologic’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 기술을 표현한 것이다.
네 개의 24비트 DAC를 통해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된 신호는 이후 아날로그 출력단으로 이동한다. 포뮬라 xHD의 아날로그 출력은 RCA 한조 그리고 XLR 한 조를 지원한다. 이때 두 출력이 명확히 구분된다. 일단 기판 자체가 서로 완전히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설계가 다르다. RCA 출력단은 충실한 싱글엔디드 출력단으로 구성했고 특히 XLR 출력단의 경우엔 여기에 작은 트랜스를 두 개 적용한 모습.
마지막으로 전원부의 경우 두 개의 트랜스포머를 통해 디지털 부문과 아날로그 부문에 각각 별도의 전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게다가 디스크리트 BJT, J-FET 및 메탈 필름 저항 등을 사용하고 탄탈륨 커패시터 등 꼼꼼히 선별한 소자를 사용해 전원부 회로를 설계해놓은 모습이다. 하지만 음색적 변이를 막기 위해 신호 전송 구간엔 커패시터를 사용하지 않았다. 전체 회로를 보면 거의 대부분의 회로들이 기판으로 나누어져있어 회로 간 간섭을 최소화한 모습이며 DAC 회로의 절반이 R2R 래더 DAC 네트워크에 할애한 모습. 최근 집적 회로를 사용한 DAC와 상당히 다른 회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셋업
제품을 보면 전면 패널에 좌측부터 전원 on/off 및 뮤트 그리고 위상 전환 등의 기능을 토글스위치로 조정할 수 있어 복고적인 맛을 살렸다. 더불어 우측으로는 입력단 선택을 위해 역시 토글스위치를 여섯 개 만들어놓은 모습. 전면엔 별다른 디스플레이 창을 만들어놓지 않고 오직 입력된 디지털 소스의 샘플링 레이트만 표기해놓고 있다. LCD, LED 등 디스플레이가 만들어내는 노이즈를 감안해 디스플레이를 아예 없앤 것으로 보인다.
입력단은 RCA, BNC 등 동축 두 개와 AES/EBU 그리고 USB 입력단 및 라 비다(La Vida) 같은 자사 트랜스포트와 I2S 방식으로 신호를 전송받을 수 있는 AQ 링크가 마련되어 있다. PCM의 경우 USB 입력단에선 최대 24/768까지 DSD의 경우 DSD512까지 대응하며 이 외에 여타 입력단에선 24/192 및 DSD64까지 DoP 방식을 지원하고 있다. 내부를 보면 알겠지만 모두 모듈 방식 설계를 취해 업그레이드가 수월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1년만 지나도 최신 포맷에 지원하지 못하고 구형으로 취급당하는 일이 없게 하려는 의도다.
리스닝 테스트
Kelly Sweet - Je T’Aime
We Are One
B&W 802D3 및 브라이스턴 BP17³ 프리앰프, 28B³ 모노블럭 파워앰프로 세팅한 시스템에서 포뮬라 xHD는 자신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스피커와 앰프 모두 대역 밸런스가 모범적이며 착색이 거의 없기 때문에 포뮬라 xHD의 특성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 것이다. 일단 켈리 스윗의 ‘Je T’Aime’(16/44.1, Flac)을 들어보면 모든 대역이 매우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어느 특정 부분만 강조되거나 긴장되지 않고 감상자의 심리를 무척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운드다. 잔향이 길게 이어져 요즘 하이엔드 DAC에서도 맛보기 힘든 여유를 만끽하게 한다. 이런 내추럴 사운드 덕분에 이 곡에서 감정 선을 들락날락하며 노래하는 켈리의 절절한 감성이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Rachel Podger
Vivaldi: L'Estro Armonico
소릿결 자체에 어떤 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미가 철철 넘친다. 두께도 꽤 두터운 편이며 호방하지만 거칠거나 공격적이지 않은 사운드다. 레이첼 포저의 비발디 [L’estro Armonico](24/192, Flac) 앨범을 들어보면 첫 음부터 마치 솜 이불처럼 푹신한 감촉이 부드럽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아침 창문을 통해 쏟아지는 아침 햇살의 빛살이 공간을 따뜻하게 비추어주는 듯하다. 바이올린은 직선적이지 않고 약간 우회해 유연하게 다가오며 풍부한 배음을 뿌린다. 최신 고해상도 카트리지보단 마치 고에츠 같은 느낌이라면 과장일까?
John Surman - Portrait Of A Romantic
Private City
이번 테스트는 XLR 출력단을 활용해 테스트했는데 마치 진공관을 사용한 듯한 소리를 내주었다. 현존 R2R 래더 DAC 중 대표적인 기종은 거의 모두 사용해보았지만 램피제이터와 함께 가장 자기 색깔이 뚜렷한 소리를 들려주었다. 혹시 내부에 12AX7 쌍삼극관이 장착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예를 들어 존 서먼의 ‘Portrait Of A Romantic’(16/44.1, Flac)을 들어보면 바리톤 색소폰이 주변 공기를 진한 색감을 채색하며 건반은 새벽안개처럼 부유한다. 실로 아름다운 색감이다. 포뮬라 xHD의 XLR 출력단에 적용된 트랜스의 영향이 하모닉스 특성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손성제 , 김율희 , 정수욱 , 서수진 - 갈까부다
Near East Quartet
피를 말리는 긴장감, 박자를 산산이 조각내 보여주는 치밀함 같은 쾌감 유발 요소들은 포뮬라 xHD의 강점이 아니다. 그런 부분들을 뽐내는 DAC는 세상에 아주 많다. 포뮬라 xHD는 오히려 소리를 많이 다듬고 일부 특성을 강조한 DAC보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가장 순수한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니어 이스트 쿼텟의 ‘갈까부다’(16/44.1, Flac)을 들어보면 심도는 훌륭한 편이지만 짜릿한 홀로그래픽 음장을 그려내진 않는다. 하지만 전체 무대의 스케일은 꽤 호방하게 형성되는 편이다.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알 수 없는 규칙 속에서 융합해 음악 속으로 청자를 빨아들인다. 특히 중역대 그립감, 즉 손에 잡힐 듯한 표면 질감이 그리워질 것 같다. 무척 농도 높은 소리로서 귀가 아닌 가슴으로 끌어당기는 소리다.
총평
일반적으로 멀티비트 래더 DAC의 소리를 모두 일관화 시켜 표현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델타시그마 칩셋을 사용한 DAC에 비해 다이내믹스나 디테일은 떨어지지만 두텁고 유연하며 배음이 길게 펼쳐지는 소리라고 표현하곤 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소리다. R2R 래더 DAC도 설계하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DAC 칩셋은 전체 회로의 일부일 뿐이다.
포뮬라 xHD의 다이내믹 레인지나 디테일, 음장 재현 능력 등은 함께 비교해본 쓰랙스 Maximinus 또는 MSB 같은 DAC에 비하면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THD+N도 0.016% 정도선까지 떨어트렸고 무엇보다 R2R 래더 DAC 중에서도 독보적인 음색적 매력을 획득하고 있다. 전체적인 시스템의 최종 사운드가 다이내믹스, 디테일, 홀로그래픽 음장 등 하이엔드 사운드지만 온기가 부족하고 장시간 청취 시 피로감이 몰려와 불만이라면 포뮬라 xHD는 당신을 음향이 아닌 음악의 세계로 다시 복귀시켜줄 것이다.
R2R 래더 DAC이 델타시그마 칩셋과 경쟁에서 밀려난 것은 음질적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무척 자연스러운 경제 논리 때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다시 시대의 흐름에 반동현상으로 찾아온 저항세력의 등장은 그 이유가 분명하다는 걸 포뮬라 xHD는 확실히 증명해내고 있다. 디지털 대항마로 떠오른 R2R 래더 DAC의 대표주자 아쿠아 어쿠스틱의 성공 공식이 여기 있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Specificatio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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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to analog conversion type |
Proprietary Optologic D/A conversion system Pure R2R ladder - FPGA (Field Programmable Gate Arrays) based without digital filter |
Supported Native Sample Rates |
AQlink / I2S serial bus - USB PC Audio : 44.1kHz to 768kHz PCM up to 24 bits DSD64, Native DSD512 Supports DSD via DoP on all inputs |
DAC architecture |
Multibit sign magnitude R2R ladder (upgradable) |
Asynchronous USB (High Speed) |
USB Audio Class 2 with Type B connector |
Digital Receiver |
PLL (phase locked loop) technology 128 or 256 FS internally selectable |
AQlink (I2S bus) |
LVCMOS level |
Oversampling factor |
1x |
Digital inputs |
- RJ45 AQlink (I2S serial bus) - PCM 24 bit / 768kHz – DSD64, DSD256 via DoP - BNC coax (S/PDIF) 75 ohm - PCM 24 bit / 192kHz – DSD64 via DoP - RCA coax (S/PDIF) 75 ohm - PCM 24 bit / 192kHz – DSD64 via DoP - AES/EBU balanced 110 ohm - PCM 24 bit / 192kHz – DSD64 via DoP - USB port - PCM 24 bit / 768kHz – DSD64, DSD256, DSD512 Modular input: - AES/EBU balanced 110 Ohm - 24 bit / 192kHz - DSD64 - RCA coax (S/PDIF) 75 Ohm - 24 bit / 192kHz - DSD64 - AT&T (ST Fiber) - 24 bit / 192kHz - DSD64 - Optical TOSLINK - 24 bit / 96kHz |
Analogue Outputs |
UNBAL 2 RCA Output 2.4 V RMS BALANCED ( passive transformer's symmetrical ) 2 XLR Output : 3.8V RMS |
Output Impedance |
10 ohm RCA - 600 ohm XLR |
Load Impedance |
10 kohm (min.) RCA - 600 ohm XLR |
Frequency Response |
20Hz to 22kHz +0.5dB/-0.5dB |
Phase Response |
Linear phase |
THD + N |
<0,016% 1KHz -10dB |
Main processor |
STM-ARM microcontroller |
Controls |
9 Button on front panel, IR Remote, Isolated RS-232 D-SUB 9-pin connector |
Front Panel |
Power, phase invert, mute, input switch, RC5 remote sensor |
Power Consumption |
100-115V / 220-240V; 50 or 60Hz - 58VA |
Dimensions |
( W x D x H ) 450 x 370 x 100 mm |
Weight |
9 kg |
Front finish |
Satin Alu Silver or Satin Black |
Case finish |
Grey Nextel powder coated |
Aqua Acoustic Quality Formula xHD DA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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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사 |
사운드스터디 |
수입사 홈페이지 |
|
구매문의 |
02-582-98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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