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제품에는 최고가 존재하게 마련이다. 쉽게 손에 넣기 힘들지만,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들이다. PC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같은 프로세서나 그래픽카드라 하더라도 성능을 더 끌어 올리거나 특별한 기능을 추가해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있고, 처음부터 격이 다른 성능과 기능을 갖춘 제품을 통해 가치를 전달하기도 한다. 그 가치를 이해하는 소비자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고, 그렇지 않은 소비자는 타협점을 찾아 최적의 제품을 선택하게 된다.
이런 가치를 비교적 빠르게 이해하고 제품화한 것은 인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과거 펜티엄 시절부터 인텔은 특별한 성능을 제공하는 ‘익스트림 에디션(Extreme Edition)’을 통해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이는 코어 수가 증가하는 환경에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사용자가 더 유연한 사용 환경을 경험할 수 있도록 플랫폼에 변화를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고성능 데스크톱(HEDT) 프로세서 라인업인 ‘코어 X-시리즈’다. 다수의 코어는 기본, 여유로운 메모리 대역과 PCI-Express 레인을 바탕으로 일반 데스크톱 플랫폼에서 누리기 어려운 확장성과 효율적인 성능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가 어느덧 10세대에 이르렀다. 그 중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코어 i9-10980XE를 통해 성능과 가치를 알아보자.
‘캐스케이드 레이크’ 아키텍처에 의한 작은 변화
코어 i9-10980XE의 변화는 아키텍처에서 시작한다. 이전 세대의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는 6세대 코어 프로세서에서 사용했던 스카이레이크(Skylake)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면, 이번에는 현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Xeon SP)에서 사용 중인 아키텍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코드명은 캐스케이드 레이크(Cascade Lake)다.
이름은 변화했어도 결국 뿌리는 XX’레이크’에 기초를 두고 있기에 대부분 요소는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완전히 동일한 것은 아니다. 세밀한 부분에 있어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것이 의외로 성능에 소소한 영향을 줄 부분들이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세대는 9세대와 비교하면 크게 두 가지 요소에서 차이가 있다. 하나는 메모리 지원 속도가 DDR4-2666에서 DDR4-2933으로 상승했다는 점이다. 대응 메모리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은 곧 프로세서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여지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그만큼 처리 성능 향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PCI-Express 레인 수의 증대다. 기존 코어 X-시리즈 플랫폼은 44개 레인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4개 증가한 48개 레인 사용이 가능해졌다.
PCI-Express 레인이 증가하면 그만큼 장치 사용 범위가 넓어진다. 그래픽카드와 확장 카드 사용에 유연함을 발휘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 비록 x4 레인 하나 증가한 것이지만 이를 통해 NVMe SSD 혹은 기타 장치를 하나라도 더 사용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이 주는 장점이라 하겠다.
이 외에 세세한 부분에서는 부스트 클록의 상승이 있다. 코어 i9-10980XE는 기본 속도 3GHz, 터보부스트 속도가 4.6GHz다. 코어 i9-9980XE의 4.4GHz(터보부스트)에 비하면 200MHz 속도 상승이다. 일정 코어만 활성화해 속도를 크게 높여주는 터보부스트 맥스 3.0(ITBM 3.0)를 쓰면 i9-10980XE는 4.8GHz까지 상승, i9-9980XE의 4.5GHz 대비 300MHz 더 상승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가 있는데, 바로 가격 인하. 코어 i9-10980XE는 1,000달러에 책정되었는데, 이는 이전 동급 프로세서의 1,999달러의 약 50% 가까운 가격이다. 이 프로세서 외에도 모든 10세대 코어 X-시리즈 라인업의 가격이 50%가량 인하되면서 상품성을 갖추게 되었다.
여전히 ‘18코어/36스레드’가 주는 탄탄한 성능
인텔 코어 i9-10980XE ‘익스트림 에디션’ 프로세서. 18코어, 36스레드를 제공하는 이 제품은 가히 인텔 데스크톱 프로세서 중 최고 사양이다. 그만큼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확인하기 위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프로세서의 특성을 고려, 멀티코어를 활용한 인코딩이나 렌더링, 게이밍 관련한 테스트를 진행했다.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교 대상으로는 코어 i9-9980XE와 코어 i9-7980XE를 선택했다.
시스템 사양은 다음과 같다. 모든 프로세서가 LGA 2066에 기반하기 때문에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 X299X 어로스 마스터(AORUS MASTER)를 사용했으며, 메모리는 지스킬 트라이던트Z 로얄 골드(TRIDENT Z ROYAL GOLD) DDR4-3200 32GB(8GB x 4), 120GB 용량의 SSD 및 지포스 RTX 2070 SUPER 그래픽카드 등과 호흡을 맞췄다.
여기서 잠깐 메인보드에 대해 알아보고 가자. 테스트에 쓰인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의 X299X 어로스 마스터로 오랜 시간 자체 기술로 시장을 이끌어 온 노하우를 아낌없이 쏟아 넣은 제품이다. 게이밍 및 프리미엄 브랜드인 어로스를 내세운 것도 완성도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 하겠다.
기본적인 특징을 꼽자면 먼저 울트라 듀러블(Ultra Durable)의 근간이 되는 2X Cooper PCB 설계를 중심으로 12페이즈 디지털 파워 디자인이 적용되어 있다. 프로세서에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하고 나아가 주변부의 발열을 최대한 낮춰 코어 X-시리즈 프로세서가 제 성능 이상을 내도록 이끌어낸다. 유니메탈 프레임 실드와 M.2 냉각을 위한 M.2 메탈 슬롯과 써멀 가드, 더블 록킹 프라켓 등으로 연결되는 확장 카드와 저장장치의 안정성까지 확보해냈다.
기가바이트 메인보드의 강점이었던 과전류 방지 설계와 듀얼 바이오스 구성도 신뢰성을 높여주는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원부와 입출력부를 잇는 Fins-Array 히트싱크와 히트파이프 역시 작동 신뢰성을 높여주는데 일조한다.
부가적인 기능도 충실하다. 3개의 M.2 슬롯 지원으로 고속 저장장치 활용 선택지가 넓어졌으며, 스마트폰 헤드폰 앰프와 스튜디오급 캐패시터와 호흡을 맞춘 ALC 1220+ESS SABRE DAC 조합은 귀까지 호강시킨다. 5Gbps 이더넷(Aquantia)에 인텔 유무선 네트워크를 포함한 트리플 유·무선랜도 매력적인 부분이라 하겠다.
인코딩 성능 비교 – HWBOT x265 Benchmark 4K
영상 인코딩 처리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HWBOT x265 벤치마크를 먼저 실행해 본다. 4K 영상 변환 옵션을 선택한 다음, 테스트를 시도했다. 정해진 영상 포맷을 활용해 얼마나 빨리 처리해내는지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래프 수치 단위는 초로 낮을수록 성능이 뛰어난 것이다.
측정 결과, 코어 i9-10980XE 프로세서는 69.8초에 처리해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코어 i9-9980XE가 71.2초, 코어 i9-7980XE가 74.5초로 가장 늦게 처리했다. 모두 18코어, 36스레드 구성이지만 아키텍처와 작동속도, 메모리 대응 속도 등의 요인으로 처리 속도에 차이가 나타난다. 전반적으로 같은 속도여도 메모리 대응 속도가 높은 코어 i9-10980XE가 조금 빠른 모습을 보여준다.
인코딩 성능 비교 –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4K
벤치마크에 이어 이번에는 재생시간 5분짜리 영상을 가지고 프리미어 프로에서 변환을 시도한 결과를 알아보자. 영상은 소니 A7R4를 활용해 촬영한 소스로 4K 해상도, 100Mbps 대역폭(XAVC S 포맷)을 갖는다. 이를 H.264 코덱의 50Mbps 영상으로 변환을 시도한 것. 그래프 수치 단위는 초로 낮을수록 성능이 뛰어나다는 점 참고하자.
영상을 변환하니 코어 i9-10980XE는 1537초로 가장 먼저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어 코어 i9-9980XE가 1573초로 자존심을 지켰다. 마지막으로는 코어 i9-7980XE가 1702초를 기록하며 마무리되었다. 앞서 진행된 영상 변환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10세대와 9세대 18코어 프로세서의 성능 차이는 약간의 변화에 근거한다.
렌더링 성능 비교 – 블렌더 2.81 Barber Shop
3D 이미지를 렌더링하는 소프트웨어, 블렌더를 활용해 성능을 측정해봤다. 방식은 블렌더 홈페이지에서 제공되는 Agent 327 Barber Shop 파일을 불러온 다음, 렌더링을 실시해 최종 마무리된 시간을 비교하는 방식이다. 단위는 초(sec)로 그래프 수치가 낮을수록 성능이 좋은 것이다.
측정해 보니 코어 i9-10980XE는 448초 만에 이미지 렌더링 작업을 마무리했다. 뒤이어 코어 i9-9980XE도 렌더링 작업을 완료했다. 이때가 455초. 큰 차이가 아닐 수 있지만 민감한 환경에서는 눈에 띄는 수치일 수도 있다. 반면 코어 i9-7980XE는 481초로 가장 늦게 렌더링 작업을 마무리했다. 아무래도 속도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이밍 성능 비교 – 3DMark Fire Strike
영상과 3D 렌더링에 이어 이번에는 게이밍 성능을 간단히 확인해 봤다. 이에 3DMark를 실행, 파이어 스트라이크 테스트를 진행해 봤다. 그래픽 성능보다는 프로세서 성능에 영향을 받는 물리연산(Physics) 항목에 초점을 맞췄다. 게임에서는 주로 그래픽카드가 중요하다고 보지만, 프로세서는 내부 명령어 처리 외에도 오브젝트 연산과 물리연산 등 여러 작업에 두루 쓰인다.
테스트 결과, 코어 i9-10980XE가 2만 8029점으로 가장 많은 데이터 처리가 가능함을 보여줬다. 이어 코어 i9-9980XE가 2만 7935점으로 크게 뒤처지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코어 i9-7980XE 역시 2만 6139점으로 자체만 놓고 보면 성능은 뛰어나지만 두 프로세서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모습이다.
게이밍 성능 비교 – 배틀그라운드
마지막으로 테스트한 게임은 배틀그라운드다. 에란겔 전장 내에서 최대한 이동 경로를(남쪽에서 북쪽, 북쪽에서 남쪽) 유지하며 각 2회씩 총 4회 테스트한 결과를 바탕으로 평균 수치를 기록했다. 여기에서는 프로세서 자체보다는 그래픽카드와 전반적인 시스템 성능을 확인하기에 적합하다.
테스트를 진행하니 게이밍 성능도 코어 i9-10980XE가 더 나음이 증명됐다. 146 프레임을 기록했는데, 코어 i9-9980XE보다 6프레임 더 높은 수치. 거의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메모리 대응 속도의 차이가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분석된다. 코어 i9-7980XE도 132 프레임으로 제법 좋은 수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여준다.
작업과 게이밍 모두 적절하게 대응하는 HEDT 프로세서
캐스케이드 레이크로 변화가 이뤄진 코어 i9-10980XE. 엄밀히 따진다면 그 뿌리는 스카이레이크 아키텍처에 기반하지만 세세한 부분의 개선을 통해 성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익스트림 에디션(XE)라는 이름에 걸맞은 18코어, 36스레드 구성은 어떤 작업이라 해도 자신 있게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HEDT 플랫폼이 주는 이점이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 렌더링 같은 전문 작업을 실행하면 모든 코어가 활발히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프로세서의 특성으로 본다면 사실 코어 i9-10980XE는 게이밍보다는 복합 연산 환경에서 빛을 발한다. 최근 전문 작업용 애플리케이션은 코어 활용도가 높기에 수가 많을수록 유리할 때가 많다. 예로 1인 크리에이터가 영상 변환과 송출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효율적인 진행이 가능하다. 게이밍 단독으로 활용한다면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다. 18코어를 모두 쓰는 게임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 그래도 기본은 해내니까 전문 작업과 함께 심심풀이로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에게 어울릴 듯하다.
무엇보다 이 프로세서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것은 기존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 때문이다. 당장 코어 i9-10980XE가 1,000달러에 책정된 상태. 이전 동급 프로세서 대비 나은 제품을 절반 가격에 손에 넣는다는 것은 분명한 이점이라 하겠다. 게다가 게임은 물론이고 기타 연산 작업을 병행하거나, 여러 작업을 동시에 실행하는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HEDT 플랫폼을 도입해 보자.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강형석 / news@danawa.com
(c)가격비교를 넘어 가치쇼핑으로, 다나와(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