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오디오넷(Audionet)의 WATT 인티앰프는 들을수록, 알아갈수록 하이엔드 인티앰프였다. 몇 개월 전 나름 감탄했던 SAM 20SE와도 격차를 확실히 벌렸다. 무대 위 공간은 가슴이 탁 트일 정도로 활짝 열렸고, 첼로의 저음은 필자의 무르팍까지 기어올랐다. 그리고 음이 무척이나 깨끗했다.
인터넷에 공개된 내부 사진을 보고서는 감탄마저 터져 나왔다. 입력단, 전압 증폭단, 출력단(전류 증폭단)은 물론 전원 트랜스까지 2개를 투입한 완벽한 듀얼 모노 구성은 한 치의 흐릿함이 없는 스테레오 사운드를 예고했다. 2옴 443W, 댐핑팩터 1000, 주파수 응답 특성 0.3~650kHz(-3dB) 등 스펙은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불렀다. 오래간만에 ‘기기’로서, 그리고 ‘음악 생산기지’로서 앰프의 미학에 푹 빠져들었다.
오디오넷과 과학자 시리즈
오디오넷은 1994년 1월 1일 독일 보훔(Bochum) 지역에 설립됐다(현재 본사는 베를린). 보훔 루어 대학교(Ruhr University Bochum)가 1990년 전자공학과 학내 벤처기업으로 탄생시킨 이덱트론(Idektron)이 모태였다. 이덱트론의 주요 임무는 피부나 혈류의 산소량을 측정하는 의료용 센서의 미세한 신호를 사람이 알 수 있을 정도로 증폭하는 것.
당시 이덱트론 이사이자 현 오디오넷 CEO인 토마스 게슬러(Thomas Gessler)의 국내외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러한 증폭 기술을 이용, 최고의 음악 재생용 앰프를 만들기 위해 탄생시킨 브랜드가 오디오넷이었고, 이들의 트레이드마크로 자리 잡은 증폭 기술이 ULA(Ultra Linear Amplifier)였다. 그리고 오디오넷 이름을 달고 나온 첫 제품이 1995년의 프리앰프 PRE와 스테레오 파워앰프 AMP I이었다.
WATT는 오디오넷이 2016년 의욕적으로 출범시킨 과학자 시리즈(Scientist Series)의 인티앰프. CD플레이어 겸 DAC으로 PLANCK, 프리앰프로 STERN, 모노블록 파워앰프로 HEISENBERG가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모두 인류 역사에 공헌한 과학자들 이름이다(제임스 와트, 막스 플랑크, 오토 슈테른,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참고로 2019년에 나온 플래그십 인티앰프 HUMBOLDT 역시 독일의 자연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에서 따왔다.
모델 | 8옴 출력 | 4옴 출력 | 2옴 출력 |
WATT | 167W | 284W | 443W |
HUMBOLDT | 320W | 460W | 미공개 |
HEISENBERG | 530W | 1050W | 2100W |
'전기 전자 기기'로서 WATT
오디오넷이라는 브랜드, WATT라는 앰프의 탄생 배경 등은 잠시 잊고 ‘기기'로서 WATT를 파헤쳐 봤다. WATT는 기본적으로 8옴에서 167W, 4옴에서 284W, 2옴에서 443W를 뿜어내는 인티앰프다. 헤드폰 앰프를 기본 내장했고 MM/MC 포노앰프 모듈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다. 6~12mm 알루미늄 섀시를 두른 앰프의 무게는 25kg이다. 'Audionet'이 음각된 전면 패널에는 디스플레이와 볼륨 노브, 4개 버튼(뮤트, 메뉴, 입력 선택, 파워)이 마련됐다. 알루미늄 케이스의 리모컨도 제공된다.
WATT는 또한 출력단에 채널당 2조의 MOSFET을 투입, 클래스 AB 증폭, 푸시풀 구동하는 솔리드 앰프다. 신호 경로상에 커패시터를 없앤 다이렉트 커플드(DC. Direct Coupled) 설계를 취했고 좌우 채널을 전원부까지 듀얼 모노로 구성했다. 후면을 보면 중앙 전원 인렛단을 제외한 모든 입출력 단자(RCA 4조, XLR 1조, 프리아웃 1조)도 좌우 대칭 형태다.
내부 사진을 보면 앞쪽에 전원부, 뒤쪽에 입력단과 프리앰프부, 파워앰프부가 촘촘하게 좌우대칭 형태로 배치됐다. 자세히 보면 커패시터와 전압 레귤레이터 등이 박힌 전원부 PCB 위에는 볼륨단 PCB가 있고, 아래에는 양 사이드에 쉴딩 케이스에 수납된 토로이달 전원 트랜스가 2개 숨어있다.
두 전원 트랜스의 용량은 700VA이며 오롯이 파워앰프부만 책임진다. 입력단과 프리앰프는 PCB에 가려 보이지 않는 50VA 트랜스가 담당한다. 전원부 파워뱅크의 정전용량은 총 20만uF. 앞쪽에 820uF 커패시터 8개(6560uF)와 3300uF 커패시터 4개(13,200uF)가 각각 한 채널에 투입됐고, 뒤쪽 방열핀에 붙은 출력단에도 1만 8000uF 커패시터가 채널당 4개씩 투입됐다(7만 2000uF).
오디오넷 주요 인티앰프, 파워앰프의 전원 트랜스 용량과 커패시터 정전용량은 다음과 같다.
모델 | 구분 | 전원트랜스 용량 | 커패시터 정전용량 |
SAM 20SE | 인티앰프 | 700VA | 120,000uF |
WATT | 인티앰프 | 700VA x 2, 50VA | 200,000uF |
HUMBOLDT | 인티앰프 | 850VA x 2, 100VA x 2 | 400,000uF |
AMP | 모노블록 파워앰프 | 850VA, 80VA | 188,000uF |
MAX | 모노블록 파워앰프 | 1000VA x 2, 80VA | 156,000uF |
HEISENBEFG | 모노블록 파워앰프 | 1200VA x 2, 50VA x 2 | 200,000uF |
프리앰프부 전압 증폭단 PCB는 뒤쪽 가운데에 세로로 서있다. 오디오넷에 따르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의 OPA627AU, OPA277UK OP 앰프를 투입했지만, 전압 증폭 게인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전압 증폭단 PCB 사이에 있는 기판에는 출력단에 2SA1507(PNP) + 2SC3902(NPN) 바이폴라 트랜지스터를 투입한 헤드폰 앰프 파트가 마련됐다.
양 사이드 방열핀 안쪽에는 전류 증폭단이 붙어있는데, N 채널과 P 채널 MOSFET 2조가 더블 푸시풀로 작동한다. 출력 소자의 위치가 스피커 커넥터와 최단거리에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프리앰프부 기판을 세로로 세우고, 출력단을 스피커 커넥터 가까이에 배치하는 등 “신호 경로를 최대한 짧게 했다'라는 오디오넷의 주장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인티앰프의 또 다른 명줄을 쥐고 있는 볼륨단은 -80dB~10dB에서 1스텝씩 작동하는데, 옵토커플러(optocoupler) 방식을 채택해 일반 포텐셔미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전자파 노이즈를 없앴다. 실질적인 볼륨 조절은 메탈 필름 저항들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옵토커플러는 송신 측에 LED, 수신 측에 포토 트랜지스터를 투입, 다이오드의 아노드(anode)에서 캐소드(cathode)로 신호가 지나갈 때 트랜지스터의 컬렉터(collector)에서 에미터(emitter)로 똑같은 신호가 흐르는 원리를 이용한다. 따라서 LED 회로와 트랜지스터 회로가 전기적으로 절연돼 오로지 빛에 의해서만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밖에 입출력 단자에도 세심한 손길이 베풀어졌다. RCA 입력단자는 테플론으로 절연한 뒤 금 도금을 했고, XLR 입력단자는 뉴트릭(Neutrik)의 금 도금 단자를 썼다. 스피커 커넥터는 후루텍(Furutech)의 로듐 도금 4mm 단자를 채택했다. 6.3mm 헤드폰 출력 잭은 후면 가운데에 마련됐다.
'음악 재생기기'로서 WATT
앰프가 아무리 '기기'적으로 아름답고 완벽해 보여도 소리가 시원찮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무엇보다 실제 연주를 제외하고 음악을 듣게 해주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오디오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런 맥락에서 WATT는 대단한 음악 재생기기였다. 지금 필자가 듣는 음과 무대가 기존에 들었던 여러 앰프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또 같은 음악이라도 이 WATT 앰프는 어디에 방점을 찍어 연주를 하는지 시청 내내 흥분됐다. 시청에는 소스기기로 에어의 QX-5 Twenty, 스피커로 윌슨오디오의 Sophia 3를 동원, 룬(Roon)으로 주로 코부즈(Qobuz) 음원을 들었다.
Collegium Vocale - Cum Sancto Spiritu
Bach Mass in B minor
오디오넷, 에어, 윌슨오디오 조합은 하이파이클럽 제1시청실이라는 공간에서 첫 음을 어떻게 냈을까. 일단 음수가 폭발적으로 많았다. 소스기기로서 QX-5 Twenty와 3웨이 스피커로서 Sohia 3의 됨됨이가 받쳐준 덕이지만, 일단 WATT가 이 재생음의 키를 쥐고 있다는 인상. 스피커를 너끈히 드라이빙하는 점도 확실했다. 그리고 그 음의 촉감이란 투명하고 맑은 계열. 마치 1급수를 헤엄치는 물고기의 비늘 같다. 갑갑하거나 옹색하지 않은 공간감도 눈에 띈 대목. 음이 사뿐사뿐 경쾌한 점, 음이 스피커 유닛이나 인클로저 어디에도 갇히지 않은 점도 마음에 든다. 전체적으로 여러 음들이 많이 들린다. 사실, 이러면 되는 것 아닌가.
Michael Jackson - Jam
Dangerous
이 곡 초반의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이렇게나 사실적이었나 싶다. 무대 중앙에 음들이 단단히 응축된 모습, 무대의 앞뒤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모습도 포착된다. 소피아 3 우퍼에서는 천둥 같은 파워가 작렬한다. 전에 SAM 20SE를 들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오디오넷 앰프는 일단 음 하나하나를 분명히 들려준다. SN비 역시 기본적으로 높다. 잡티나 잡음을 극도로 싫어하는 오디오넷의 이런 DNA가 WATT에서 만개한 느낌. 오르페우스나 댄다고스티노 앰프들처럼 음이 야들야들한 쪽도 아니다. 이보다는 윤곽선이 선명하고 흐트러짐이 전혀 없는 성정의 앰프다.
Curtis Fuller - Oscalypso
The Opener
무대 왼쪽에 자리 잡은 트롬본과 색소폰의 이중창이 어느 때보다 확실하게 들린다. 물론 보다 양감이 많고 위에 있는 악기가 트롬본이다. 오른쪽의 드럼, 가운데의 베이스와 피아노, 모두가 선연하다. 이처럼 두 스피커를 넘어서는 넓은 사운드스테이지와 핀포인트로 맺히는 이미지도 WATT 인티앰프에서 돋보인 대목. 무엇보다 8옴 167W, 4옴 284W의 앰프가 10인치 우퍼를 마음껏 울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둘 조합이면 저역의 양감과 밀도감을 마음껏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색소폰의 양감은 역시 SAM 20SE와는 비교불가 수준. 이러한 파워와 함께 피아노 여린 연주음의 세세한 표정까지 잘 드러내주는 점에도 감탄했다.
정명화 - 성불사 주제에 의한 변주곡
한 꿈 그리움
초반 물소리와 종소리 등이 한 폭의 세밀화를 보는 것 같다. 마침내 등장한 첼로의 저음은 짐작 이상으로 필자의 무르팍까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어떠한 잣대를 들이밀더라도 이 저음은 결코 허약하거나 야위거나 빈약하지 않다. 저역을 이렇게 탱크처럼 밀어붙이는 힘은 아무 앰프에게나 허락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WATT는 스피드도 발군이어서 예비동작 없이 곧바로 치고 나서는 모습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스피드가 빠른 앰프가 악기의 음색도 분명하게 드러내준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맞다. 최소 이 곡에서는 '사운드'가 아니라 '음악'을 농밀하게 음미할 수 있었다.
Nils Lofgren - Keith Don't Go
Acoustic Live
물기를 거의 한 바가지 머금은 기타 연주음이 무대 중앙에서 갑자기 들려온다. 먼지라고는 한 톨도 느껴지지 않는 촉촉한 음의 성찬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표정도 쉽게 연상이 된다. 스피커 진동판이 움직여서가 아니라, 그냥 필자 앞에서 닐스 로프그렌이 기타를 들고 연주를 하는 듯하다. 전체적으로 출력을 나대지 않고 자연스러운 재생음에만 신경쓰는 앰프의 이미지다. 고역 특성 역시 귀가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위로 쭉쭉 뻗는다. 또 한 번 느낀 것이지만 이 앰프, 음이 참 깨끗하다. 각 대역의 톤 밸런스는 어디 하나 튀거나 미진한 구석이 없다.
Leonard Bernstein, Columbia Symphony Orchestra
Rhapsody in Blue
Rhapsody in Blue, An American in Paris
고백컨대, 이번 조합에서 아쉬웠던 것은 '고운 입자감'이었다. 하지만 몇 곡 들었다고 그새 귀가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새 앰프 몸이 풀린 것인지 입자감에 대한 불만도 크게 줄어들었다. 한편으로는 낙폭이 큰, 그러니까 다이내믹 레인지가 넓은 음도 징그러울 만큼 능숙하게 잘 들려준다. 아주 빠른 앰프다. 앞에 나온 음이 뒤에 나오는 음에 어느 한순간도 방해를 주지 않는다. 주파수 도메인에서 음을 왜곡시키는 고주파 노이즈가 일제히 사라진 느낌. 정갈하고 채도가 높은 음, 깨끗하고 맑은 음을 이 곡에서도 만끽했다.
Yuri Botnari, London Symphony Orchestra
Montagues and Capulets from Romeo and Juliet
Prokofiev - Mussorgsky - Tchaikovsky
재생음의 다이내믹스와 중량감이 장난이 아니다. 마치 큰 맷돌을 음 하나하나에 매달아 자유낙하시킨 것 같다. 청감상 느낌은 분리형 프리파워 조합으로 소피아 3를 울리는 것 같다. 들을수록 탐이 나는 오디오넷 인티앰프, 그중에서도 WATT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여리지만 고음역대의 음들이 노이즈에 묻히지 않고 자신의 윤곽선과 소릿결을 들려주는 모습도 대단하다. 20kHz에서도 방형파가 그려질 그런 앰프다. 이어 들은 썬더캣의 'Uh Uh'에서는 그 육중한 음들로 인해 이러다가는 시청실 바닥이 움푹 파이지 않을까 쓸데없는 걱정까지 했다.
총평
정리해본다. WATT가 들려주는 음은 깨끗하고 단호했으며, 무대는 시원시원하게 펼쳐졌다. 특히 스피커 위에서 시종일관 펼쳐진 넓은 공간감이 일품. 저역의 파워는 모자람이 없었고 보컬은 딕션이 분명하게 들렸으며 고역은 그 어떤 장애물 없이 쭉쭉 뻗었다. 다른 인티앰프들과 상대 평가를 한다면 음이 아주 야들야들하거나 무지막지한 근육을 자랑하는 타입은 아니다. 그보다는 211 같은 대형 3극관 소리에 가깝다.
무엇이 이런 결과를 낳았을까. 철저한 듀얼 모노(엄정한 스테레오 이미지), 넉넉한 전원부(리니어 증폭), 쉴딩 트랜스(전자파 노이즈 감소), 다이렉트 커플드 설계(광대역 특성), 두꺼운 알루미늄 섀시(진동 노이즈 감소), ULA 증폭 기술(리니어 증폭) 등이 그 주인공일 것이다. 여기에 전도율이 좋은 은선 배선과 고급 입출력 단자와 패시브 부품, 짧은 신호 경로 등도 오디오넷만의 음 만들기에 기여했다. 맞다. 이 WATT 정도는 돼야 하이엔드 인티앰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by 김편 오디오 칼럼니스트
Specificat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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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put power | 2 x 167 W into 8 Ω 2 x 284 W into 4 Ω 2 x 443 W into 2 Ω |
Frequency response | 0.3 – 650,000 Hz (-3 dB) |
Damping factor | typ. 1,000 at 100 Hz |
Harmonic distortion | k2 typ. -101 dB, k3 typ. -107 dB, @1 kHz, 25 W / 4 Ω |
THD + N | < -98 dB @1 kHz, 100 W / 4 Ω |
SNR | > 106 dB (A-weighted) |
Channel separation | > 103 dB @ 1 kHz |
Filtering capacitance | 200,000 µF |
Input impedance | Line input 50 kΩ XLR input 7 kΩ |
Power consumption | < 1 W Stand by, typ. 900 W |
Mains | 220..240 V or 110..120 V, 50..60 Hz |
Dimensions | Width 430 mm Height 130 mm Depth 450 mm |
Weight | 25 k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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