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디자인으로 환생하다
최근 들어 여러 베테랑 오디오 메이커들의 레트로 열풍이 한창이다. 예를 들어 소너스 파베르는 Amator 시리즈를 리바이벌하면서 촘촘한 라인업을 완성해나가고 있다. 포칼은 그 옛날의 Aria 시리즈를 다시 살려내고 있고 그 첫 번째 모델로 Aria K2 936이라는 스피커를 내놓았다. 다인오디오의 복고는 크래프트나 25주년 북셀프 쪽에서 착안되었고 그 결과가 바로 Heritage Special이라는 스피커다. 이미 예전에 이런 모델을 직접 즐겨 들었던 필자로선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에겐 복고풍의 디자인이 오히려 신선할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복고풍 디자인의 유행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루악이나 코모 오디오 등 현재 올인원이나 일군의 라이프스타일 오디오로 불리는 제품들 중 레트로 디자인은 눈에 밟힐 정도로 많다. 아마도 진지한 오디오 마니아가 아닌 이상 오디오에 일반적인 대중들이 바라는 모습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번쩍이는 최신 스마트폰과 첨단 기능으로 무장한 IT 기기나 자동차가 아니라 복고적인 것들 말이다. 그것은 아마도 음악이란 예술을 매개로 하는 오디오가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 즉 감성을 터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 대중의 소구일지도 모른다. 확실히 레트로 디자인의 오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올 때 사람은 더 감성적이 되기도 한다. 레트로 디자인으로 환생하는 오디오의 존재 이유다.
리크의 전설
여기에 또 하나의 브랜드가 복고의 파도 위에 몸을 실었다. 바로 리크라는 브랜드다. 작년 리크의 전설이 다시 부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영국의 전설적인 바로 그 브랜드 리크(LEAK) 말이다. 하롤드 조셉 리크가 설립한 리크는 1926년부터 1969년 랭크에 회사를 매각하기 전까지 진공관 앰프와 트랜지스터 쪽에서 커다란 업적을 남긴 브랜드다. 아마도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소식이냐고 이야기할지 모르겠지만 뭔가 재미있는 스토리가 나올 듯한 소식이었다.
TL 12.1
리크는 특히 영국 빈티지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리며 여전히 다수의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다. 종종 당시 쿼드 앰프와 비교되기도 하며 탄노이나 기타 BBC 관련 스피커들에 베스트 매칭 앰프로 거론되곤 한다.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진공관 앰프가 유명하며 특히 ‘포인트 원’ 이 붙은 앰프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서서 디스토션을 0.1 이하로 내려 무척 깨끗한 소리를 냈던 시리즈다. TL12.1이나 TL25.1 같은 모델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현재 국내에서도 여러 빈티지 마니아의 방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것이다.
리크(LEAK)의 설립자 하롤드 조셉 리크(Harold Joseph Leak)와 Stereo 30
리크는 초창기 트랜지스터 앰프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업적을 남겼다. 출력단에 트랜지스터 외에 트랜스포머를 커플링시켜 앰프를 만들던 시대에 리크는 처음으로 트랜지스터 앰프를 만들었다. 순전히 트랜지스터만 사용한 출력단을 설계해 만든 것이 리크였던 것으로 그 주인공은 Stereo 30이라는 모델이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이후 30 Plus까지 이어지며 히트했는데 오리지널이 게르마늄 TR을 사용한 반면 실리콘 TR을 사용했다.
부활의 날갯짓
리크의 이번 부활은 IAG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미 문을 닫은 지 반세기 가까이 된 리크의 상표권을 사서 리이슈 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아무래도 IAG 소속인 쿼드, 와피데일 등 구형 모델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복고풍 모델을 출시하면서 얻은 노하우와 마케팅을 리크에 대입해보겠다는 기획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에 만난 스테레오 130은 과거 리크의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인 스테레오 30인 듯 디자인 컨셉이 유사하다. 대신 출력은 8옴 기준 45와트로 높이고 200VA 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를 탑재, AB 클래스 증폭으로 디자인했다. 게다가 최신 트렌드를 의식했는지 내부에 DAC도 내장, 블루투스까지 지원하고 있다.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니라 하롤드 조셉 리크의 설계 철학 그리고 사운드에 대한 특성을 어느 정도 계승했을지가 핵심 포인트다.
역시 내부에 장착된 소자들이 궁금하다. DAC 부분이 아마도 중요할 텐데 ESS Sabre 시리즈 중 ES9018K2M 칩셋을 사용해 최대 PCM 24/384부터 DSD256까지 지원한다. 이를 위해 후면에 USB, 광, 동축 등 다양한 디지털 입력단을 마련해놓았다. 함께 출시된 CDT를 위해서라도 DAC 내장은 필수였으리라. 더불어 블루투스 같은 경우 aptX 및 A2DP, SBC 등의 코덱을 지원하고 있다.
Stereo 130(상단) & CDT(하단) 후면
빈티지 클래식의 리바이벌답게 포노단도 내장했다. MM 카트리지에만 대응하는 것은 아쉽지만 JFET를 기반으로 설계한 포노단은 RIAA 커브를 지원하므로 간단히 턴테이블을 운용하기에 편리하다. 더불어 커런트 피드백 기술을 활용한 헤드폰 앰프를 내장해 밤늦게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까지 배려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요즘 앰프들에서 보기 힘든 고풍스러운 노브들 그리고 톤 컨트롤 기능이다. 스테레오 130은 고역과 저역을 입맛에 맞게 조정할 수 있으며 이 외에 다이렉트 모드를 마련해 보다 순수한 음질을 즐길 수도 있다.
제짝으로 출시된 CDT는 동축과 광 출력단만 갖추고 있는 순수 CD 트랜스포트다. 아날로그 출력단이 없고 대신 스테레오 130의 디지털 입력단에 디지털 케이블로 연결해야 비로소 음악을 들을 수 있다. CDT는 에러를 최대한 줄여주는 메커니즘을 사용하고 있으며 내부 마스터 클럭으로 크리스털 오실레이터를 채용했다. 지터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또한 전면에 USB 입력이 하나 있다. 이는 USB 메모리를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 WAV, MP3, WMA, AAC 등의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다만 샘플링레이트는 44.1/48kHz까지만 대응한다는 한계가 있다.
시청평
리크 스테레오 130과 CDT 조합은 우선 CD 재생을 전제로 한 구성이다. 그래서 일단 CD부터 재생해보았다. CD를 넣거나 뺄 때 움직임은 꽤 부드러운 편이고 빨라서 만족스러웠다. 그다지 큰 소음도 느껴지지 않았다. 일단 시청실에 있는 스피커 중 로저스 LS3/5A와 연결해 여러 음반을 재생해보았다. 일단 볼륨은 좀 작은 편인데 리모컨의 볼륨을 올리니 거짓말처럼 작고 귀여운 빈티지 스타일 볼륨이 스윽~ 올라간다. 단, 여러 시디를 들어보면서 조작해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CD를 조작할 때나 앰프를 조작할 때 각각 리모컨 하단에서 선택을 해줘야 한다. 이 부분은 좀 불편한 편이다.
김광석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노래 이야기
소리는 과거의 리크를 떠올리긴 무리다. IAG 쪽에서 만들었고 당연히 요즘 기술과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질 면에서도 최대한 옛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끔 튜닝한 듯하다. 김광석의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같은 곡을 들어보면 음상은 명확하면서 음색적으로 아련한 느낌이 흐리게 눈앞에 떠오르는 듯하다. 마치 1993년 7월의 어느 날 학전 소극장에 앉아있는 기분이다. 무대에서 조금 멀리, 그러니까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는 듯하다.
Goran Sollscher, Gil Shaham
Paganini For Two
CDT는 아날로그 출력이 없고 오직 디지털 출력만 있는데 이때 광출력보단 동축 출력을 추천한다. CD 쪽 게인이 유독 낮은 편인데 그나마 동축 출력일 때 좀 더 높고 음질도 더 낫다. 길 샴과 외란 쇨셔가 함께 한 파가니니 소품들을 들어보면 4.74X6.5미터 사이즈의 시청실에서 볼륨을 약 12시 정도까지 올렸을 때 듣기 좋은 음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전체적인 밸런스는 중, 고역으로 치우쳐 있기 때문에 밝고 상쾌한 톤의 기타와 바이올린이 부각되어 들린다.
Diana Krall - Temptation
The Girl In The Other Room
다음엔 아날로그 입력단의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누클리어스 ROON 코어에 브라이스턴 BDA-3.14 DAC 등을 활용해 아날로그 출력을 시도했다. 아이패드로 조작하면서 들어보니 볼륨이 CD 재생보다 약 1.5배 높아진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대역 균형감도 좀 더 저역 쪽으로 내려오고 악기의 살집도 좀 더 증가한다. 다이애나 크롤의 ‘Temptation’을 들어보면 보컬이 무대 중앙에 깊고 둥글게 형성된다. 기타의 잔향이 특이한데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에선 듣기 힘든 착색이 깃들어있다. 과거 빈티지 스피커의 약간 오랜 된 향이 나는 듯하다.
이문세 -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
이문세 5집
확실히 브라이스턴 DAC의 아날로그 출력을 연결해 듣는 소리가 가장 뛰어나다. 하지만 스테레오 130은 아날로그 엘피를 즐길 수도 있게끔 MM 포노단을 마련해놓았다. 솔직히 별 기대는 없었고 혹시나 해서 이문세의 ‘가로수 그늘아래 서면’을 엘피로 들어보았다. Mo-Fi 턴테이블에 같은 Mo-Fi MM 카트리지로 듣는 엘피 소리도 꽤 근사하다. 다른 장르는 몰라도 가요, 특히 발라드나 포크 등 소편성 음악들 위주로 간단히 즐기기엔 좋은 대안이 되어줄 듯하다.
Pat Metheny Group - Last Train Home
Still Life (Talking)
블루투스 기능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머니에서 아이폰을 꺼내 페어링을 시작했다. 금세 페어링을 마치고 팻 메스니의 ‘Last train home’을 들어보았다. 타악 소리가 마치 ‘칙칙폭폭’ 소리를 내면서 고향으로 향하는 마지막 기차처럼 질주한다. 광대역에 커다란 다이내믹스의 쾌감을 즐기기보단 소소하게 소음량으로 아기자기하게 즐기기 좋은 앰프라는 생각이 든다. 낮은 저역 제어는 약간 힘에 부치지만 착착 감기는 리듬감은 흥취를 돋운다.
총평
약 40여년 만에 다시 리크가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IAG의 열정과 리크의 헤리티지에 대한 존중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미 쿼드 등 여러 메이커를 흡수하면서 인수 후 얻을 수 있었던 수확과 그로 인한 자신감 때문이었을 듯. 실제로 완성작은 일단 디자인 면에선 잘 살려낸 듯하다. 한편 내부 설계에 대해 아주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진 않지만 소리를 들어보면 복원이나 복각이 아닌 전혀 새로운 리크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다음에 리크의 최전성기 진공관 앰프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스테레오 130과 CDT가 리크 부활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
Written by 오디오 칼럼니스트 코난
Leak Audio Stereo 130 Specificat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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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 Converter | ESS Sabre32 Reference ES9018K2M |
Input Sampling Rates | Optical, Coaxial: 44.1kHz~192kHz; USB: 44.1kHz~384kHz (PCM)/DSD64, DSD128, DSD256 |
Rated Output Power | 2 x 45W (8ohm) / 2x65W (4ohm) |
Total Harmonic Distortion | < 0.005% (30W, 8ohm) |
Frequency Response | 20Hz-20kHz (+/-0.5dB) |
Input Sensitivity | 480mV (RCA AUX IN); 4.1mV (phono MM) |
Input Impedance | 10Kohm (AUX) ; 47Kohm //100pF (phono MM) |
Signal to Noise Ratio | ≥108dB (A-weighted, ref.45W) |
Pre Output Level | 4 |
Pre Output Total Harmonic Distortion (THD) | < 0.003% |
Pre Output Signal to Noise Ratio | >110dB (A-weighted) |
Bluetooth | A2DP, aptX (priority), SBC |
USB Input | 1 x USB (B-type) |
Digital Audio Inputs | 2 x Optical TOSlink ,1 x RCA COAX |
Digital Audio Outputs | 1 x Optical TOSlink ,1 x RCA COAX |
Analog Inputs | 2 x RCA (AUX1, AUX2) ,1 x RCA (phono MM) |
Analog Output | 1 x RCA (PRE OUT) |
Power Requirement | 100-120V ~ 50/60Hz |
Dimensions (W x H x D) |
12.83" x 5.74" x 10.86" |
Weight | 18.29lbs |
Shipping Dimensions (W x H x D) |
18.7" x 9.76" x 17.71" |
Shipping Weight | 23.36lbs |
Leak Audio CDT Specifications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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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Memory Device Audio Format | Supports WAV, MP3, AAC, WMA format |
USB Memory Device File System | Supports FAT12, FAT16 & FAT32 format |
Output Level | 500 +/- 50mVpp |
Output Impedance | 75ohms |
CD Sampling Frequency | 44.1kHz |
USB Sampling Frequency | 44.1kHz & 48KHz |
Digital Output Interface | 1 x Coaxial & 1 x Optical |
Standby Power Consumption | < 0.5W |
Power Requirement | 100-120V ~ 50/60Hz |
Dimensions (W x H x D) | 12.83" x 5.57" x 11.14" |
Weight | 15.21lbs |
Shipping Dimensions (W x H x D) | 18.7" x 9.76" x 17.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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