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내연기관 엔진을 대체할 전기 또는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던 미쓰비시는 엔진이던 전기모터든 보닛 안에 하나만 있어야 한다는 틀에 박힌 발상을 뒤집었다. 2005년 5월 미쓰비시는 인-휠(In-Wheel) 모터 전기 컨셉트카 콜트 EV를 처음 선보였다. 비교적 사이즈와 출력 조절이 쉬운 전기모터를 각각의 휠 안에 달아 직접 돌리는 방식이었다.
양산형 소형 해치백 콜트를 베이스로 엔진과 연료탱크, 트랜스미션, 샤프트 등을 떼어낸 후 뒷바퀴에 인-휠 모터를 달고 차체 바닥에는 리튬이온(Lithium-ion) 배터리팩을 깔았다. 자동차 등록까지 마친 후, 일반도로 테스트를 겸한 다양한 조건의 주행테스트에서 콜트 EV는 내장된 프로그램에 따라 좌우 뒷바퀴의 토크와 브레이킹을 컨트롤하며 다이내믹한 성능을 보였다.
하지만 앞쪽에는 스티어링 휠 어셈블리와의 간섭 때문에 앞바퀴에 자리가 확보되지 않아 뒷바퀴 양쪽에만 모터를 달았다. 콜트 EV를 발표한지 5개월 후인 2005년 10월, 도쿄모터쇼에서 미쓰비시는 마침내 랜서 에볼루션 IX의 네바퀴에 각각 인-휠 모터를 장착한 랜서 에볼루션 MIEV(Mistubishi In-Wheel Electronic Vehicle)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휠 안에 절묘하게 배치한 전기모터
콜트 EV는 뒷바퀴만 인-휠 모터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랜서 에볼루션 MIEV는 네바퀴 모두에 인-휠 모터를 달았다. 전기모터는 일본 도요 덴키 세이조(Toyo Denki Seizo K.K.)에서 제작한 것으로 최고출력이 50kW(약 68마력)에 518Nm(약 52.8kg·m)의 토크를 각각 바퀴에 전달했다. 보닛안의 터보 엔진은 사라져 트렁크 자리로 바뀌었고 드라이브 프로펠러 샤프트가 지나가던 자리는 전기모터에 전원을 공급하는 리튬이온 배터리팩을 깔아 놓았다.
일반적인 전기모터는 바깥쪽 자석이 고정(stator)되어 있고 안쪽 로터(rotor)가 돌아가는 식이다. 하지만 미쓰비시의 인-휠 모터는 일반모터와는 반대로 안쪽이 고정되고 바깥쪽이 돌아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모터의 바깥쪽이 로터가 되어 돌아감으로써 파워와 토크를 올리기 쉬워졌다. 또한 높은 토크가 가능해 모터 회전 속도를 줄이는 장치가 필요 없고 이것으로 무게를 줄이고 동력 전달의 효율을 높였다. 휠 안에 자리한 전기모터 덕에 앞바퀴 조향장치와 간섭도 없어졌다. 안이 뚫린 형태의 인-휠 모터 구조는 그 자리에 브레이크 로터와 캘리퍼가 쏙 들어가면서 공간 효율을 극대화 했다.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MIEV는 인-휠 모터 사용을 위해 양산형보다 큰 20인치 휠과 타이어를 사용한다. 인-휠 모터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승차감과 접지력을 잃지 않도록 서스펜션 세팅을 다르게 했다. 바닥에 깔린 24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팩은 현재 나온 배터리 중에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항속거리는 250km 밖에 되지 않고 최고시속은 180km로 베이스가 된 양산형 에볼루션 IX 성능에 아직 미치지 못한다.
2007년 도쿄모터쇼에서 선보인 미쓰비시 i MiEV 스포츠는 이전 MIEV보다 한 단계 진보했다. 앞바퀴에 각각 인-휠 전기모터를 한 개씩 넣고 양쪽 뒷바퀴를 담당하는 한 개의 모터를 뒷바퀴 액슬에 연결했다. 뒤쪽 모터는 전자 디퍼런셜의 일종인 E-AYC(Electric Active Yaw Control)를 통해 양쪽 바퀴로 자유자재 동력배분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동력 과정을 살펴보면 피스톤-크랭크샤프트-트랜스미션-드라이브샤프트-종감속기어-등속조인트-휠-타이어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 전달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엔진 안에서 비싼 기름을 폭발시켜 만든 힘은 중간 중간에 조금씩 빠져나가며 결국 타이어에 도달하는 힘은 줄어들게 된다. 인-휠 모터의 장점은 이런 복잡한 단계를 거치지 않아 동력 손실이 적다.
제약이 없어진 자유로운 자동차 디자인
여기에 각각 바퀴 구동력과 브레이킹을 전기모터를 통해 독립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일정한 토크와 제동력을 전달하고 앞뒤 구동력을 자유자재로 변환시켜 네바퀴굴림 특성을 극대할 수 있다. 또한 좌우 바퀴의 가속과 브레이킹까지 독립적으로 제어하며 안정된 자세제어도 가능하다. 디자이너에게 엔진과 구동계통 배치에 대한 제약이 사라져 자동차 실내외 디자인이 한결 자유로워지고 넓은 실내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앞바퀴에는 작은 용량의 내연기관 엔진과 뒷 바퀴는 인-휠 모터 방식을 섞어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도 가능하다. 그리고 수소(H)와 산소(O)가 만나 물(H2O)이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한 연료전지 자동차에도 인-휠 모터를 사용하면 수소 탱크와 연료전지 스택(일종의 배터리)의 위치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하나의 엔진이 네바퀴를 굴려야 한다는 틀에 박힌 발상을 뒤엎고 각각의 바퀴 안에 전기모터를 사용해 따로따로 돌리는 MIEV 컨셉트카는 자동차 역사에서 혁신에 가깝다. 현재 전기 자동차 양산의 걸림돌이 되는 배터리 문제점이 해결된다면 인-휠 모터 전기 자동차는 새로운 자동차의 패러다임으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