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사용자들에게 여름은 언제나 고민되는 시기다.
여름의 열기를 피해 산과 강을 찾기도 하지만, 피서지에 몰리는 인파를 피해 '방콕(방에 콕)' 혹은 '방굴러데시(방에서 굴러 다니는)'를 선택하면, 오랫만의 방학과 휴가를 맞이해 PC의 업그레이드나 신규 구매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특히, 지난해 AMD 라이젠이 등장하면서 인텔과 실질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였고, 하이엔드 데스크탑(HEDT) CPU를 주저없이 구매할 수 있는 소수의 유저와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메인스트림 제품군을 선택하는 대부분의 사용자에게 AMD와 인텔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을 안겨주게 되었다.
AMD의 1세대 라이젠과 인텔의 7세대 코어 프로세서인 카비레이크가 경쟁하던 초반에는 최대 8코어 16스레드의 힘으로 '멀티 코어' 기반의 작업 성능 위주 사용자는 라이젠, 최대 4코어 8스레드로 멀티 스레드 작업 성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높은 클럭과 IPC로 유리한 게임 성능 및 장기간에 걸친 SW 호환성면에서 유리한 카비레이크로 구분되며, 비교적 명확한 선택이 가능했다.
하지만 2세대 라이젠과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커피레이크가 등장하면서 용도별 CPU 성능 기준의 플랫폼 선택 경계가 상당히 희석되었다. 물론 '작업'의 AMD, '게임'의 인텔이라는 기조는 남아있지만, AMD는 1년간에 걸친 SW 개발사들과의 협력해 아쉬웠던 호환성과 게임 성능을 개선했고, 인텔은 쿼드(4) 코어에서 헥사(6) 코어로 CPU의 최대 코어를 늘려 멀티 스레드 성능을 개선했다.
덕분에 사용자들의 선택은 구매 결정을 내리는 당시의 가격과 플랫폼 특성의 영향력이 높아지게 되었다. 이번 기사에서는 여름철 업그레이드 시즌을 맞아 업그레이드나 시스템 교체를 고민중인 PC 사용자를 위해, AMD와 인텔 플랫폼의 현재 상황을 점검해 보겠다.
AMD 라이젠 CPU, 가격 역전으로 가성비 상승
AMD는 1세대 라이젠부터 인텔에 뒤쳐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했다. 2세대에서는 조금 좀혀지긴 했지만 출시 이후 가격 안정화가 되면서 1세대 라이젠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우선, 대표적인 메인스트림 CPU인 AMD 라이젠 5 2600과 인텔 코어 i5 8400의 최근 3개월 간의 가격을 비교해보자. 라이젠 5 2600은 지난 4월 출시되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가격 비교는 의미가 없다.
AMD 라이젠 5 2600은 4월 출시 당시 공식 가격은 26만 3천원이었고, 4월 최저가는 약 23만원을 기록한 반면, 4월 당시 인텔 코어 i5 8400 최저가는 약 21만원이었다. 2017년 1세대 라이젠 출시 당시 크고 작은 이슈가 터졌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2세대 라이젠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었고, 때문에 당시 시스템 구성 비용면에서 누가 봐도 인텔 코어 i5 8400의 압승이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여름 업그레이드 철을 맞이해 상황은 역전되었다.
AMD 라이젠 5 2600의 가격은 꾸준히 하락해 7월 하순에 접어든 지금 최저가 18만원 선에 접어든 반면, 인텔 코어 i5 8400은 7월 상순을 기접으로 상승세를 보이며 약 23만원 선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대부터 동급 인텔 제품 대비 AMD 라이젠이 유리한 멀티 스레드 성능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최근 인기가 식긴했지만 여전한 대세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의 성능을 측정했을 때 AMD 라이젠 5 2600이 코어 i5 8400을 미세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배틀그라운드보다 시스템 요구 사양이 가벼운 오버워치는 인텔 코어 i5 8400의 성능이 최소 프레임면에서 조금 더 뛰어나지만, 지포스 GTX 1060 6GB급의 메인스트림/ 퍼포먼스급 그래픽 카드 환경에서는 AMD 라이젠 5 2600도 게임을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60Hz 재생율 모니터에서는 최소 프레임 60 이상을 유지하는 두 시스템의 성능 차이는 체감하기 매우 어렵다.
결과적으로, 두 제품의 가격이 역전된 상황에서 현 시점에서 업그레이드를 고민중인 메인스트림 사용자들에게 라이젠 5 2600은 코어 i5 8400보다 가성비 매력이 더욱 높아졌고, 1세대와 달리 3개월 간 특별히 치명적인 버그도 발견되지 않아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덜었다.
인텔 CPU의 가격 인상은 코어 i5 8400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인텔 CPU 전반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 외신에 따르면 CPU 생산을 위한 웨이퍼 수급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선호도가 높은 관계로 재고가 빨리 소진되면서 상대적으로 오른 환율 영향도 겹친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가격변화의 영향에 따라 가성비 차이가 더욱 벌어진 또 다른 제품군은 레이븐 릿지라 불리는 AMD 라이젠 3 2200G와 라이젠 5 2400G, 인텔 코어 i3 8100과 펜티엄 시리즈다.
올해 2월 출시된 AMD 레이븐 릿지 제품군은 당시만해도 12만원과 20만원 가격이 책정되었지만, 이제는 7만원과 13만원 대의 가격에 판매 중이다. 약 3개월 전 가격면에서 코어 i5 8400과 경쟁하던 라이젠 5 2400G가 이제는 13만원 대의 코어 i5 8400과, 코어 i3 8100과 경쟁하던 라이젠 3 2200G는 이제 펜티엄 제품과 경쟁한다.
듀얼 코어인 인텔 펜티엄은 애초에 쿼드 코어인 AMD 라이젠 3 2200G는 성능 비교 대상이 아니며, 코어 i3 8100은 원래 라이젠 3 2200G와 경쟁하던 모델이다. 이제는 가격면에서 라이젠 5 2400G와 인텔 코어 i3 8100이 경쟁하게 되었다.
2018년 7월 하순 현재, 엔트리급에서 AMD 라이젠의 가성비는 인텔 플랫폼이 건널 수 없는 4차원의 벽 너머에 있는 셈이다. 믿기 어렵다면 보드나라 기사(라이젠 3 2200G/ 라이젠 5 2400G)를 참고하기 바란다.
AMD 라이젠, 메인보드 가격도 유리한 상황
PC 구성 시 CPU와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메인보드다.
일단, 칩셋 구성 자체는 AMD 라이젠과 인텔 커피레이크 모두 하이엔드(X470 & X370/ Z370)부터 메인스트림(B350/ B360), 엔트리(A320 / H310) 등 전체 라인업에 걸쳐 나왔고, 각 칩셋별로 다양한 가격과 기능을 갖추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라이젠 5 2600이나 코어 i5 8400처럼 가격대 '성능'비를 중시하는 CPU 사용자라면 적절한 가성비의 B 시리즈 칩셋 메인보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경우 AMD의 B350 칩셋 메인보드와 인텔의 B360칩셋 메인보드의 최저 가격은 큰 차이가 없지만, 대체로 AMD B350 칩셋 메인보드의 가격이 낮은 편이다.
반면, 라이젠 3 2200G 혹은 코어 i3 8100 같은 '가격'대 성능비 사용자를 위한 A320과 H310 메인보드의 가격을 비교하면 AMD 라이젠 플랫폼이 최소 가격에서 1만 5천원 이상의 차이로 싼 것으로 나타났다. 10nm 공정의 전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에서 H310 칩셋까지 14nm 공정을 사용함에 따라 다른 14nm 공정 제품 생산에 차질이 초래될 위험이 높아, H310 칩셋은 14nm와 22nm 공정을 혼용할 것이라는 외신이 전해진 바 있다.
어쩌면 CPU 가격 인상을 초래한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웨이퍼 공급 문제도 환율과 더불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도 점쳐지는데, 이처럼 복잡한 요인이 얽힌 상황이라, 당분간 H310 칩셋 메인보드의 가격은 A320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변수의 연속, '지금'이 중요한 업그레이드 결정
최근 엔비디아의 지포스 11 시리즈와 같은 예외적인 경우가 있지만, 보통 PC 플랫폼은 1년 주기로 변화한다. 여기에 가격 안정화 기간, 유출(을 가장한 공개?)되는 차세대 제품의 정보, 판매사의 이벤트 등 다양한 변수가 걸치면서 PC 업그레이드 결정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최고의 PC 구매 시기는 '죽기 전'이라는 농담 아닌 농담도 화자되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야 당장 필요한 성능이나 기능 부족 때문에 작업 시간이 늘어지거나 게임을 즐기기 어렵게 된다. 현실적으로 최적의 구매 시기는 '필요한 바로 지금'이 될 수 밖에 없다.
PC 구매나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지금'은 몇몇 주기가 있다. 주로 업그레이드와 신규 구매 필요성이 대두되는 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들의 휴가철이 몰려있는 여름과 겨울, 졸업-입학 및 회사의 신규 채용이 이뤄지는 봄 시즌을 들 수 있고, 지금이 바로 주요 PC 업그레이드/ 구매 시기인 여름철이다.
그리고, '현재'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하기에는 AMD 라이젠 플랫폼이 다방면으로 유리하다.
우선, 불도저(FX 시리즈) 계열 CPU 당시 가격에 무게가 쏠린 것과 달리, 이번 기사에서 살펴본 라이젠은 절대 성능도 충분히 만족할 수준에 도달한 상태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위 차트는 7월 하순을 기점으로 기가바이트의 각 칩셋별 최저가에 가까우면서, AMD 라이젠 계열과 인텔 계열에서 비슷한 스펙의 메인보드 가격 변화를 반영해 각 시기의 시스템 구성 가격 변화를 표현한 것이다.
메인보드 선택 기준과 가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이번 구성에서는 엔트리급의 라이젠 3 2200G와 코어 i3 8100 시스템의 가격 차이가 4월 약 4만원에서 7월 하순 약 7만원까지 벌어졌으며, 라이젠 5 2600 시스템과 코어 i5 8400 시스템의 가격차이는 라이젠 시스템이 약 만원 가량 비쌌지만, 현재는 오히려 4만원 가량 싸졌다.
'지금' 인텔 시스템 비교해 유리해진 AMD 라이젠 시스템 구축 비용의 경우, 라이젠 3 2200G의 엔트리급 시스템에서는 그래픽 카드를 한 등급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차이고, 라이젠 5 2600급의 메인스트림 시스템이라면 SSD나 하드디스크, 혹은 메모리의 용량이나 성능을 한 단 계 올릴 수 있는 가격 차이다.
메인보드를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느냐에 따라 AMD 라이젠과 인텔 커피레이크 시스템의 구성 비용 차이는 변하게지만, 여유 자금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는 AMD 라이젠 시스템이 좀 더 메리트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1994년 이래 기록적인 폭염이 예상되는 올 여름을 맞아 쿨러에 좀 더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한편, '지금'은 AMD 라이젠이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해 시스템 구성면에서 사용자에게 유리한 면모를 보이지만 인텔 CPU의 이상 가격 상승이 없었다면 상황은 지금과 조금 달랐을 것이며, '다음의 지금' 상황이 어떤지에 따라 사용자에게 유리한 플랫폼도 지금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업그레이드 또는 신규 구매가 필요한 '지금' 상황에서 '존버'하기에는 불확실성과 성능 부족에 의한 손해도 감수해야 하고, 기다림끝에 등장한 제품이 생각해둔 조건에 맞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물론, 세상 모든 일이 자로 잰듯 딱딱 이해득실만을 따져 이뤄지지 않기에 자신의 선호도 역시 반영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필요한 지금' '필요 조건'을 만족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