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에어컨 없어도 이런 자세로 뒹굴거릴 수 있다
기자는 겨울밤을 좋아한다. 방 창문을 조금 열어 찬 공기가 들어오게 하고 두꺼운 솜이불을 덮으면 몸은 따뜻하고 콧잔등은 시원한 게 기분이 좋다. 솜이불은 무게가 느껴질 정도로 두꺼웠지만 그 무게마저도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요소였다. 지금은 솜이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무겁기도 하고 관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고 나니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게 되고 겨울 이불 3대장을 찾게 된다. 극세사와 양모, 그리고 우모다.
보들보들 부드러워, 극세사
극세사는 말 그대로 아주아주 얇은 실을 짠 섬유를 말한다. 머리카락의 100분의 1 정도 되는 얇은 실을 사용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있는 것. 얇은 섬유가 촘촘하게 짜여있기 때문에 보온성이 좋다. 실 사이에 공기를 머금어 체온을 잘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이 워낙 촘촘해 집먼지와 진드기 같은 게 파고들지 못하는 것도 강점이다.
다만 폴리 100% 제품 같은 경우 정전기가 잘 일어나 표면에 먼지가 잘 쌓일 수 있으니 자주 털어주고 햇볕 샤워를 시켜주는 게 좋다. 다른 이불은 처음 몸에 닿을 땐 다소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극세사는 처음부터 따스하다. 무엇보다 보드라운 촉감 때문에 이불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마약 같은 섬유다. 소재 자체가 비싼 소재는 아니라 가격도 착한 편이다.
▶ 코코베딩 모노 극세사 차렵이불
5mm 극세사 원단을 이용해 부드럽고 따뜻한 이불이다. 원단 안에는 충전재를 넣어 더 따뜻하다. 퀼팅으로 충전재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한 것도 세심하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컬러가 다양하다. 그레이, 아이보리, 블루, 핑크 컬러로 구성했는데 그레이 컬러가 가장 시크해보인다.
▶ 아망떼 밍크 플란넬 극세사 차렵이불토퍼세트
밍크에 플란넬에 극세사라니, 셋 다 부드러움의 극치인데 그것을 모두 사용했다는 것은 부드럽다는 걸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네이밍이다. 4mm 극세사 원단으로 일반적인 극세사 원단과 비교하면 하나의 파일 길이가 꽤 긴 편이다. 컬러는 다섯가지다. 모든 컬러를 세련되게 뽑아냈으니 아무거나 골라도 선방이다.
▶ 올리비아데코 프렌치 극세사 차렵이불
극세사 이불이라고 하면 보통 위의 두 제품처럼 생겼다. 그에 비해 올리비아데코는 꽃 패턴과 페이즐리 패턴을 더해 사랑스러운 디자인이다. 원단을 조각조각 이어 붙인 패치 디자인으로 엔티크한 매력이 있다. 피부에 닿는 안쪽 부분이 극세사로 되어 있고 패턴이 들어간 부분은 기분 좋게 서걱거리는 면 소재다. 자다가 더울 때 윗부분을 만지면 시원해서 꽤 기분 좋을 듯하다.
몽실몽실 따스해, 양모
양모는 양의 털로 만든 소재로 울, 모, 모직으로 불리는 원단을 말한다. 양털은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비늘처럼 갈라져 있는데 그 덕에 사이사이에 공기를 많이 품을 수 있어 보온성이 우수하다. 여름에 덮어도 많이 덥지 않은데 틈이 많으니 통기성도 좋기 때문이다. 자다가 땀을 흘려도 금방 흡수하고 건조해 쾌적한 잠자리를 만들어 준다.
그 대신 겨울이 다 지나고 세탁해 보관할 때 신경 써야 하는데 접히거나 눌린 부분이 잘 회복되지 않을 수 있으니 압축팩은 절대 사용하면 안 된다. 또 동물성 섬유라 습기에 약한 편이다.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건조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 헬렌스타인 호텔콜렉션 80수 양면 호주산양모 세트
양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그부츠다. 어그부츠의 고향인 호주는 양모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나라이기도 하다. 당연히 품질도 가장 좋다. 어른들이 호주 여행 다녀오시면 양모이불을 사오시는 것도 그 이유다. 호주산 양모를 사용했다고 하면 믿을만 하다.
그런데 양모는 촉감이 극세사처럼 부드럽지는 않다. 그래서 커버를 씌우는 게 일반적이다. 이 제품은 최고급 80수 면을 커버로 사용해 실크 같은 촉감이다. 한쪽면은 그레이, 한쪽면은 화이트로 만들어 원할 때마다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게 한 것이 포인트.
▶ 올리비아데코 브리티쉬 양모 100% 이불솜
이번엔 호주산이 아니고 영국산 양모다. 사실 호주가 양모 생산국 1위가 된 데에는 영국의 영향이 크다. 호주가 영국 식민지였을 때 영국에 있던 양이 호주에 둥지를 틀게 됐다. 지금은 호주가 세계적인 양모 생산국이 됐고 생산량도 가장 많지만 영국의 양모도 품질로는 뒤처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심지어 더 탄력이 좋다고도 한다. 영국산 양모를 사용한 이불솜에 40수 면 커버를 더했다.
폭신폭신 포근해, 거위털
▲ 오동통하고 폭신폭신한 거위
우모는 새의 털, 그러니까 깃털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찾을 수 있는 우모는 오리털(덕다운), 거위털(구스다운)이다. 보온성이 워낙 뛰어나 겨울철 재킷으로 다운 재킷 하나는 꼭 챙겨야 한다. 아까 양모가 털 사이에 틈이 많아 보온성이 좋다고 했는데 복원력 좋은 다운은 그보다 더 많은 공기를 품을 수 있다.
복원력과 촉감이 좋으려면 일반 깃털보다 솜털이 많이 들어간 게 좋다. 일반 깃털이 많이 들어간 제품은 쉽게 뭉치고 딱딱한 깃대가 느껴져서 촉감도 좋지 않다. 오리보단 거위털이 더 크기 때문에 조금 더 따뜻하고 복원력도 좋다. 단, 가뜩이나 비싼 구스다운 이불인데 솜털 함량까지 많으면 더 비싸진다.
마지막으로 장점 하나 더. 극세사나 양모는 무게감이 조금 느껴지는 반면, 우모는 말 그대로 깃털처럼 가볍다. 구스 제품은 폴란드, 헝가리산이 유명하다는 걸 알아두고 시작하자.
▶ 클래식패브릭 거위털이불 침구세트
최고의 구스로 꼽히는 것은 폴란드산이다. 클래식패브릭은 폴란드 직수입 구스다운을 사용한다. 추운 지역에 사는 거위는 털을 풍성하게 키운다. 폴란드산 구스가 유명한 이유다. 특히 클래식패브릭이 선택한 구스다운은 폴란드에서 특별관리하는 단 하나의 종이라는 콜루다 구스를 사용하는데 알에서부터 모든 공정을 직접 관리한다고.
브랜드에서 구스다운의 품질을 계속 언급하는 것도 그 이유다. 프리미엄 라인인 폴란드 95/90 라인이 부담스러울 땐 구스다운 충전재가 100% 오라기털로 3000g 들어간 거위털이불을 고르는 것도 괜찮다. 오라기털은 솜털도 깃털도 아닌 깍두기 털로 뾰족한 깃털이 없어 보드랍다.
▶ 구스레이저 구스다운 거위털 이불 1세대
착한 가격의 거위털 이불을 찾는다면 구스레이저를 주목하자. 95%의 솜털과 5% 깃털로 만들어진 거위털 이불이 10만원도 되지 않는다. 중국 제품이라는 것이 조금 걸리지만, 요즘은 워낙 가성비가 뛰어난 대륙의 실수 제품이 많으니 속는 셈 치고 믿어 보자.
다행히 제품이 쓸만한지 구매자가 많다. 제품에 따라 냄새가 난다는 구매자들이 있는데 세탁하면 괜찮아진다. 충전재량은 1.4kg부터 1.8kg까지. 저렴한 가격에 거위털 이불의 보온력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
▶ 헬렌스타인 프리미엄 헝가리 거위털 이불솜
마지막은 헝가리산 구스다운이다. 건전한 공정 방법으로 채취한 다운을 사용했고 필파워는 800-750 정도로 아주 뛰어난 편이다. 아무리 좋은 거위털을 사용해도 털이 빠져버리면 무용지물이다. 이 제품은 다운이 빠지지 않도록 이중봉제해 털이 빠져나갈 만한 곳을 완벽하게 없앴다고.
이불 밖이 위험해지는 계절이다. 좋은 이불로 바꾸고 나면 잠자리에 눕는 그 순간이 더욱 기대된다. 우리가 호캉스를 가는 이유 중 하나에 호텔 침구가 있다는 점을 떠올려보라. 호텔침구를 집에 들인다면 날마다 행복한 잠자리를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아침 출근길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그래도 우리 따뜻하게 덮자.
기획 편집 송기윤 iamsong@danawa.com
글 사진 염아영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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