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에 지쳐 "다음은 어떤 쓸 데 없는 거에 시간을 투자해볼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된다면?
계속되는 방콕 생활로 잉여력만 늘었다. 방콕 초반에는 달고나 커피, 수플레 달걀프라이 등 단발성 흥미 콘텐츠로 시간을 떼웠다지만, 계속되는 방콕에 이제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싶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필자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과학 완구! 갑자기 웬 과학 완구냐 싶겠지만, 재미와 보람은 물론 추억을 되새기고, 지식까지 쌓을 수 있는 베스트 아이템이다.
▲ 수학, 과학에서 갑자기 영어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낯설어졌다.
원래 과학이란, 이과와 관련된 직업이 아니면 학교 졸업 후에는 손에 쥘 일 없던 지식이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n십년 전 끝났던 이과 감성을 끌어올려 지식을 쌓아보자. 특히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과학 완구로 주말을 알차게 채워도 좋다.
추억이 가득한 과학 완구
▲ 국딩시절, '과학'보다는 '탐구 생활'이 더 익숙했었다.
그 시절, 나는 아인슈타인을 꿈꿨지. 초등학교 교내에서 진행되는 물 로켓 날리기, 과학 상상 그리기, 과학 토론 등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면서 과학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중학교 진학 후 수학과 과학이 세트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받아들이고 미련 없이 과포자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추억 가득한 과학 완구와 함께 라면, 다시 과학과 친구가 될 수가 있을 것만 같다. 지금부터 추억을 되살릴 과학 완구 삼대장을 소개한다.
1. 물로켓
가격: 2만 원대
난이도: 下~中
체험 시간: 1시간 내외
▲ "라떼는 말이야~ 사이다 통으로 만들었어~"라는 라떼의 끝없는 설명에 표정 관리가 안 되는 어린이
먼저 "라떼는 말이야~ 물로켓으로 달에 가서 토끼도 보고 그랬어. 으잉?" 이라고 말하는 라떼들을 위해 준비했다. 물로켓이야말로 고인 물 중의 고인 물.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로켓은 페트 속 공기압이 물을 빠른 속도로 분출 시켜 추진력을 얻는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를 이용한다.
▲ 물로켓 뿐만 아니라 에어로켓, 베이킹 로켓도 있다.
단 한 번의 물 로켓을 날리기 위해 몇 번의 테이프를 감고 애정을 쏟아부었던가. 내가 만든 로켓이 제대로 하늘을 날지 못한 채 바닥에 떨어지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도 없었다.
▲ 슬라이드 발사 방식의 '아카데미과학 슈퍼 슈팅거 물로켓'
이를 위해 추천하는 슈팅거 물로켓! 고효율 무노즐 타입의 발사대와 슬라이드 발사 방식으로 정밀함을 더하여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로켓과 같은 원리로 아이들과 학습하며 놀기에 좋다.
▲ 직접 조립하고 꾸미는 '영상테크 사이언스 물로켓 재료 003'
만약 다 만들어진 물 로켓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직접 조립하는 상품도 있다. 여기에 평소 괴롭히던 상사 얼굴을 그리거나 이름을 써 넣고, 소망을 담아 날려버려도 된다. 시원하게 날아가는 물 로켓을 보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다만 집 안에서 무심코 사용했다가 창문이나 아꼈던 화분을 잃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가격: 3만 원대(이게...?)
난이도: 中
체험 시간: 1시간 내외
▲ 어릴 땐 공감능력이 떨어져서 많이 괴롭혔지. 미안하다 잠자리야...
방학 숙제 중 이해 가지 않던 1순위, 곤충채집. 특히 여름철에 자주 내주던 방학 숙제로 잠자리채 들고 시골 할머니 집 근처를 열심히 뛰어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방학 숙제를 제출할 때쯤에 박제된 곤충에서 나던 썩은 내까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집안 곳곳에 출몰하는 곤충 친구들을 환영해보자.
▲ 뭔가 본격적인 '에듀토이 곤충채집세트 AKIDS-18303_YOU'
잠자리채와 곤충을 넣을 통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요즘 곤충채집 세트는 핀셋과 돋보기까지 준다. 우선 첫 번째 표적은 나를 괴롭히던 모기. 일명 씹기의 침을 분리시키며 그의 표정을 돋보기로 관찰할 수 있다. 특히 돈벌레 같은 친구들은 뗄 다리도 많으니 노다지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괴롭힘 당한 곤충을 자주 출몰하는 구역에 전시해두면 해충 박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3. 반려... 무언가를 키우기
가격: 천 원대~3만 원대
난이도: 上
체험 시간: 1주일 이상
▲ 작고 소듕한 씨몽키를 키워보자. '사이언스 타임 씨몽키 키우기'
반려견, 반려묘, 반려 파충류 등 바야흐로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반면 혼자를 고집하는 사람들은 귀찮음 때문에, 혹은 살아가는데 치여 무언가를 돌보고 책임지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한다. 그들을 위해 일상에 지장은 주지 않지만 함께 숨 쉴 수 있는 반려 무언가가 있다. 그들의 탄생과 성장을 지켜보며 일지를 써보면 어떨까. 생명의 신비함과 경의로움이 메마른 감정을 적시게 될 것이다.
▲ 씨몽키 키우기 리얼한 리뷰 (※새드엔딩 주의)
씨몽키란 긴꼬리원숭이의 꼬리처럼 기다란 꼬리 때문에 붙여진 이름으로 분말가루에서 탄생하는 애완용 바다 새우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정서발달과 두뇌 개발에도 도움이 되고, 집안에서 안전하게 자연학습을 할 수 있다. 다만 씨몽키는 수명이 짧기 때문에 키우기기로 다짐했다면 큰 정을 주어서는 안된다.
▲ 곤충계의 롯X캐슬, '곤충 번식세트'
수명이 짧은 씨몽키보다 조금 더 리얼한 생명력을 느끼고 싶다면. 뿔이 매력적인 장수풍뎅이를 키워보자. 어느 세월에 자연에서 장수풍뎅이를 찾겠냐는 어른이들. 성질은 급하지만 돈이 많은 어른이들을 위해 장수풍뎅이 세트가 있다.
▲ 귀여운 장수풍뎅이를 애정으로 키워보자
알에서 부화가 가능한 구성으로 장수풍뎅이의 탄생부터 지켜볼 수 있다. 내 집 마련은 엄두를 못 낸다지만 장수풍뎅이의 집만은 근사하게 꾸며줄 수 있다. 산란 목, 녹이 목 등 이 친구들에게도 다양한 가구들이 있다는 사실! 처음부터 럭셔리하게 모두 구매해도 좋고, 점점 커가는 모습을 보며 애정이 생긴다면 하나씩 들여줘도 좋다. 이 모든 것은 1만 원 미만대로 큰 부담도 없다.
완구의 범위를 벗어난 완구
▲ 나 때(좌) VS 요즘 애들(우). 이러니 대화가 안 통하지.
다음으로는 어른이들이 어릴 적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과학 완구들을 소개하겠다. 라떼처럼 흙내 맡으며 물로켓을 구경하던 시절과는 비교 못할 요즘 아이들의 과학 완구들. 정말이지 완구의 범위를 넘어선, 완구로 이런 것도 배울 수 있어? 하는 과학 완구들을 모아보았다. 이쯤 되면 완구로 배운 기술을 이용하여 제 2의 직업을 꿈꿔봐도 되겠다.
1. 코딩 완구
가격: 평균 3~6만 원
난이도: 上
체험 시간: (코딩을 완벽히 이해하기까지) 며칠...? 몇 주...? 몇 달...?
▲ 너도... 코딩 배우고 있니...?
현재 초딩들 사이에서는 과학기술 기반의 융합교육 과정으로 코딩 학원은 물론 과외까지 코딩 열풍이 불고 있다. 그 가운데 아날로그 갬성 어른이들은 코딩... 뭐??를 외치고 있는 상황. 이대로라면 지금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어려워하듯이 어른이들 또한 상용화된 코딩 체제를 이해 못 할 날이 올 것이다. 우리 어른이들을 위해 재밌고 쉽게 배우는 코딩 완구를 소개하겠다.
▲ 오픈만 했는데 갑자지 분위기 현기증... '아두이노 우노 스타터 키트 종합편'
패키지는 아동용 디자인으로 만만해 보이지만 상자를 열면 어지러운 부품들로 현기증이 일어난다. 하지만 친절한 설명서를 보고 차근차근 배워 나가면 어느새 코딩 마스터가 되어있을 것이다.
▲ 리얼 어른이의 아두이노 고급 키트 개봉기!
택트 스위치를 이용하여 RGB LED 컬러를 제어할 수 있으며, 서보모터로 로봇 관절이 움직이는 원리를 알 수 있다. 또한 도트 매트릭스로 직접 만든 사랑고백까지... 코딩이 이렇게 재밌었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기회에 코딩에 대한 열정을 불살라 가전 기기 오류를 제 손으로 고쳐보리라 마음을 먹어보자.
2. 로봇 만들기
가격: 1만 원대~10만 원대
난이도: 下~上
체험 시간: 1~10시간

▲ 영화를 본 후 뤌 마들(롤 모델)이 되어버린 아이언맨(출처: 다음 영화 아이언맨 스틸컷)
어른이가 된지는 한참 지났지만 10년 전부터 키워온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로봇 만들기. 아이언맨이 나시만 입고 용접질 하는 장면에서 운명의 데스티니를 만나버린 것이다. 나는 사무실에서 타자만 칠 게 아니라 현장에 나가 로봇을 만들어야 하는 사주팔자였다. 물론 용접이나 기술에 대해 1도 모르기 때문에 꿈을 위한 첫걸음으로 로봇 완구를 선택하였다.
▲ 부품이 무려 978개! 이 로봇은 내가 집도하겠다! '샤오미 스마트 토이블럭 로봇'
사실 로봇 만들기 또한 코딩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부품들을 조립하고 약간의 코딩으로 숨을 불어넣어 움직임을 완성해보자. 샤오미 로봇 만들기는 무려 978개의 조각을 조립하는 방식으로 대단한 집중력과 정밀도를 요한다.
▲ 앱만 사용하면 비둘기 대신 쪽지 전해주기 가능?
또한 CPU를 탑재하여 로봇의 동작을 명령할 수 있으며 전용 앱으로 로봇의 움직임에 대한 코딩을 간단히 배울 수 있다.
▲ 나 때는 철봉이나 그네 밑이 노다지였어~ '4M 금속 탐지 로봇 만들기'
조립과정을 상세하게 알려 주지만 신이 내린 똥손으로 이마저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부품이 많을수록 힘든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부품과 건전지로 굴러가는 로봇 만들기를 소개한다. 심지어 금속 탐지기 로봇이기 때문에 현금을 좀 만지고 싶다면 추천한다.
3. 태양광 충전기 만들기
가격: 3만 원대
난이도: 下
체험 시간: 1시간 내외
▲ 이.. 이 정도면 핸드메이드 3초 만에 충전 쌉가능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는 동시에,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자 자연을 찾아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한 캠핑 용품 가운데 하나 정도 있으면 유용할 아이템이 바로 태양광 충전기가 있다. 별도의 배터리 없이 태양광으로 기기를 충전시킬 수 있어 캠핑 시 보조배터리보다 유용하다. 이 충전기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키트가 있다.
▲ 보조 배터리가 다 닳으면 불안함이 두 배가 된다. 이를 해결할 '태양광 휴대폰 충전기 만들기 세트'
전기가 통하고 불이라도 나면 어쩌나 겁내지 말자. 만드는 방법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5V 140mA 고출력 태양 전지판을 사용하여 태양빛만 있으면 언제든지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는 반영구적 충전기 키드다. 몇 개의 전선을 연결하면 금방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밋밋한 케이스 형태라 취향을 반영하여 꾸미기도 가능하다.
번외. 흥미로운 과학 완구
▲ 그동안 봐 왔던 과학수사 드라마가 몇 편이었던가.
너무 과학만 했더니 머리가 아프다는 문과들을 위해. 과학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과학인 척하는 과학 놀이 완구를 소개한다. 실생활에서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약간의 연기력만 된다면 상황극으로 실감 나게 놀 수 있는 아이템들로 모아보았다. 기나긴 장마철 동안 라이프 온 마스나 싸인, 신의 퀴즈를 정주행 했다면, 이 제품들로 과학 수사대에 빙의하여 방콕 라이프를 즐겨보자.
▲ 도구에 남아있는 혈흔을 채취해서 범인 검거! 'CSI 과학수사대 혈흔 감식 루미놀 검사'
범죄 수사에 주로 사용되는 혈흔 감식 방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키트가 있다. 먼저 헤모글로빈 용액을 만들어 가상의 증거물에 뿌린 뒤 루미놀 시약을 이용하여 범행 도구를 찾을 수 있다. 휴가철 펜션에 모여 술 한잔 걸치고 친구들과 게임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심지어 나를 괴롭히다 잡힌 모기를 검거해 내 피를 빨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시켜줘... CIS 명예요원. 'CSI 과학수사대 족흔감식 석고채취법'
과학 수사의 기본은 범인이 침입한 흔적, 바로 족적이다. 보통 하얀 가루를 촥촥 뿌려 발자국을 살펴보는데 그걸 집에서 실행하면 등짝 스매싱만 날아오기 마련이다. 일단 용의자를 4명 정도로 추렸다는 가정 하에 그들의 족흔을 본떠 발자국과 비교하며 일지를 써보자. 완구 키트에 CSI 명예 요원증까지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 몰입도 100%를 보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