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포, 통조림 등 많은 간편식들의 기원이 된 전투식량! 전투식량은 열량이 높고 휴대가 간편하며 야외에서도 쉽게 조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보니, 최근에는 캠핑이나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전투식량에 기반한 간편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레트로 열풍까지 더해지면서 전투식량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지금. 다른 나라의 전투식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미군들의 전투식량, MRE에 대해 알아보자.
‘MRE’ 이게 무슨 뜻이야?
미군 전투식량 MRE (사진 출처: Ashley Pomeroy)
미군 전투식량이라고 불리는 MRE는 ‘Meals Ready to Eat(즉각 취식형 식품)’. 즉, 즉시 먹을 수 있도록 준비된 식품이라는 뜻이다. 다만 미군의 전투식량은 맛이 없기로 유명해, ‘Meals Rejected by Everyone(모두가 거부한 식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장시간 보관하고 바로 조리해 먹을 수 있어야 하는 전투식량의 특성상 맛이 있기 힘들긴 하지만, 미군 전투식량인 MRE는 세계적으로도 특히 악명이 높다. 워낙 맛이 없는 탓에 ‘방부제가 많이 들어가서 그렇다’는 말을 듣기도 했으나, 방부제는 사용하지 않고 레토르트 방식으로 진공 살균 포장하여 저장 기간을 늘렸다.
MRE 저장 기간은 26℃ 기준 약 3년이며 온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 참고로 MRE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소개하는 MRE Info 사이트 운영자는 10~15년 된 MRE도 먹어봤는데, 몇몇 변색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맛이 괜찮았다고 한다. (굳이 따라해보지는 말자.)
MRE, 언제 어디서나 따뜻하게!
MRE를 나르는 군인들 (사진 출처: 미국 연방재난관리청)
MRE는 음식을 밀봉하여 보관하는 레토르트 방식으로, 통조림이 사라진 덕분에 무게가 가벼워졌다. 한 팩에 약 510~740g 수준이니, 하루치 식사가 약 1.5~2.2kg인 셈. 전투식량인 만큼 포장 기준도 매우 엄격하다. 380m 낙하산 낙하와 30m 낙하를 견디는 동시에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고, 발열팩을 사용하면 금방 따뜻해진다.
군용으로 개발된 FRH 발열팩 (사진 출처: Ashley Pomeroy)
MRE 구성품에 포함된 FRH(Flameless Ration Heater)는 1990년 미군을 위해 설계된 발열팩이다. 발열팩에 물을 부으면 화학 작용으로 인해 열이 발생하여 불을 피우지 않아도 음식을 가열할 수 있다. 지금은 전투식량은 물론 등산, 낚시, 야영 등 각종 비상식량 등에 사용되고 있다.
발열팩을 뜯고 표시된 선에 딱 맞게 물을 부은 뒤 팩을 닫으면 가열이 시작되며, 15분 정도 지나면 음식이 따뜻하게 데워진다. 온도가 꽤 높아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부식이나 빵, 디저트 등도 함께 데울 수 있다. 발열팩의 유통 기한은 5년이며, 휴대 및 사용이 간편한 것은 물론 독성 물질이 없어 안전하고 폐기하기도 쉽다. 단, 가열 시 발생하는 증기에 소량의 수소가 포함되어 있으니 반드시 불이 없는 공간에서 사용해야 한다.
MRE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MRE 구성품 (사진 출처: Christopherlin)
- 주식(main course)
- 부식(side dish)
- 디저트 또는 스낵류
- 빵 또는 크래커
- 치즈, 땅콩 등 스프레드
- 음료 분말과 혼합 팩
- 플라스틱 숟가락
- 발열팩 (FRH)
- 액세서리 팩: 자일리톨 껌, 방수 성냥갑, 휴지, 물티슈, 조미료, 커피 가루 등
MRE는 한 팩당 평균 1,250칼로리를 제공하며 단백질 13%, 지방 36%, 탄수화물 51%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일일 권장량의 1/3에 해당하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함유되어 하루 3번 취식으로 간편하게 권장량을 채울 수 있다. 이런 특징들 덕분에 2005년 미국에서 허리케인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배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MRE는 어디까지나 유사시 먹는 ‘전투식량’이므로, 장기간 MRE만 섭취할 경우 영양 불균형이 일어날 수 있다.
MRE 24가지 메뉴 살펴보기
MRE XXXXI (2021)
[A형] 01 콩을 곁들인 칠리 02 바베큐 소스에 갈은 쇠고기 03 소스에 닭고기, 계란 국수, 야채 04 쇠고기와 소스를 곁들인 스파게티 05 치킨 덩어리 06 쇠고기 타코 필링 07 토마토 소스의 비프 스트립 08 마리나라 소스의 미트볼 09 비프 스튜 10 칠리와 마카로니 11 치즈 피자 슬라이스 (채식) 12 엘보우 마카로니 (채식) |
[B형] 13 치즈 토르텔리니 (채식) 14 멕시칸 라이스 & 빈 볼 (채식) 15 멕시칸 스타일 치킨 스튜 16 치킨 부리또 볼 17 메이플 포크 소시지 패티 18 비프 라비올리 19 할라피뇨 페퍼 잭 비프 패티 20 고추와 양파를 곁들인 이탈리안 소시지 21 레몬 페퍼 참치 22 비프 굴라시 23 페퍼로니 피자 슬라이스 24 사우스웨스트 스타일 쇠고기와 검은콩 |
MRE 메뉴는 매년 조금씩 변경되며 현재 총 24가지 메뉴가 있다. 이는 민간 판매용 메뉴와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열량이 높은 고기류가 대부분이지만, 4개의 채식 메뉴도 포함되어 있다. 메뉴 1~12는 A형, 메뉴 13~24는 B형으로 포장되어 있으며 아침, 점심, 저녁은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전반적으로 인기있는 메뉴는 바베큐 소스가 들어간 고기류. 각종 미식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공통적으로 꼽힌 최악의 메뉴는 채식 메뉴들이었다. 여담으로는 디저트로 제공되는 M&Ms, 스키틀즈, 초콜릿 바, 프레즐 등의 간식류는 미군들 사이에서도 꽤나 인기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