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 가전으로 자리잡고 있는 로봇청소기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왔다. 점점 더 많은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청소가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대가족부터 1인 가구까지 다양한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출시되어 이목을 끌었던 1세대 로봇청소기부터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되는 최신형 로봇청소기까지, 연대별 로봇청소기 제품 및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세계 최초의 로봇청소기, 일렉트로룩스 트릴로바이트

세계 최초의 로봇청소기는 스웨덴의 가전회사 일렉트로룩스에서 출시되었다. 9개의 초음파 센서를 탑재한 이 제품은 장애물을 감지해 자동으로 청소하고 배터리가 부족하면 충전기로 돌아가는 자동 충전 기능을 갖추었으며, 청소 속도를 3단계로 조절하는 기능 또한 갖추었다.

다소 둔탁해 보이는 생김새와 트릴로바이트라는 이름은 고생대 바다의 청소부 역할을 했다는 삼엽충(Trilobite)에서 가져온 것. 2003년 1월 국내에도 정식 출시되었으며, 당시 출시 가격은 228만 원으로 매우 고가였다. 약 3년 후인 2005년 출시된 2세대 트릴로바이트는 여기에 계단 인식, 청소 예약, 디스플레이 기능을 갖추고 청소 성능도 업그레이드 되었다.

50만 원대 보급형 로봇청소기 아이로봇 룸바

트릴로바이트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서초를 중심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 실적을 보였고, 곧이어 미국 아이로봇사의 보급형 로봇청소기 룸바가 50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출시되었다. 적외선 센서를 탑재한 이 제품은 장애물을 감지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자동 충전 기능도 없었지만, 그만큼 가격 부담이 적어 상당수 팔려나갔다. 참고로 아이로봇사의 룸바 시리즈는 아직까지도 활발하게 출시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로봇청소기 LG전자 로보킹

이후 초음파 센서, 적외선(IR) 센서, 카메라 센서 등을 탑재한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삼성, LG 등 국내 제조사들도 로봇청소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당시 로봇청소기들은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가장 기본적인 길 찾기 및 장애물 감지 성능이 매우 떨어졌고, 로봇청소기는 점점 비싼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시작했다. 로봇청소기가 ‘바보 가전’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것도 바로 이때부터.

그러나 이 시기가 아예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음파 센서, 적외선(IR) 센서, 카메라 센서 등 이때 사용되었던 센서들이 현재까지도 최신형 로봇청소기 제품들의 보조 센서로 맹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LDS 센서를 탑재한 샤오미 미지아 로봇청소기 1세대 204,970원

로봇청소기보다는 ‘자동청소기’에 더 가까웠던 1세대를 지나, 2세대부터는 로봇청소기가 드디어 제 기능을 하며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한다. 바로 센서의 발전 때문이다. 특히 레이저를 사용해 주변 환경을 스캔하는 LDS(Laser Distance Sensor) 센서가 탑재되면서, 로봇청소기는 스캔한 결과를 기반으로 청소 지도를 그리고 보다 효율적인 청소를 하게 된다.

로봇청소기 최초로 LDS 센서를 탑재한 Neato XV-11

LDS 센서를 탑재한 최초의 로봇청소기는 바로 2009년 출시된 니토(Neato)사의 XV-11. 당시 미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아이로봇 룸바 시리즈에 대항하기 위해 나온 제품이다. 무작위 알고리즘을 사용해 정확도가 떨어지던 룸바 시리즈와 달리, LDS 센서를 통해 방 전체를 매핑하고 최적의 경로를 따라 청소를 진행한다. 또한 로봇청소기 최초로 D자 디자인을 적용하여 벽면에도 빈틈없이 딱 붙을 수 있게 만들었다. 이후 LDS 센서를 탑재한 로봇청소기들이 속속 출시되었지만, 룸바 시리즈와 같은 보급형 로봇청소기에 비해 가격 장벽이 높았다.

2016년 출시된 샤오미 미지아 스마트 로봇청소기 1세대 204,970원

그리고 2016년, 드디어 샤오미의 첫 로봇청소기가 출시된다. LDS 센서를 탑재했음에도 약 250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이 제품은 세계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으며, 국내에도 정식 발매되어 인기를 끌었다. 

LDS 라이다 센서에 자이로센서, 장애물인식센서, 추락방지센서, 가속도센서 등을 탑재하고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청소 기록 및 충전 상태 등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 무엇보다 30만 원대라는 부담 없는 가격으로 로봇청소기의 가격 문턱을 낮추는 데 성공했다. (당시 샤오미 생태계에 있었던 로보락에서 제조했다.)

Tof 센서와 AI 기술을 탑재한  에코백스 디봇 오즈모 T8 AIVI 459,000원

이처럼 저렴하면서도 맵핑 성능이 훌륭해 로봇청소기 대중화에 기여한 LDS 센서는 지금도 로보락, 샤오미 등 많은 최신형 로봇청소기에 탑재되고 있다. 다만 너무 밝거나 어두운 환경에서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LED 라이트나 카메라 센서 등을 보조로 탑재하기도 한다.

지금은 LDS 센서 대비 4배 높은 장애물 인식률을 보여주는 Tof 센서도 에코백스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으며, LDS 센서와 Tof 센서를 동시에 탑재한 제품들도 출시되고 있다. 또한 AI 기술과 3D 사물인식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청소 패턴을 학습하고 움직이는 장애물을 피하는 등, 로봇청소기는 센서의 발전과 함께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다.

최초로 먼지 자동 비움 기능을 추가한 레노버 클린스테이션 T1S PRO 490,000원

기본적인 청소 능력이 부족했던 1세대, 센서가 발전하면서 청소 능력이 향상된 2세대를 지나면서 로봇청소기 제조사들은 사용자를 더욱 편하게 만들어주는 편의 기능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최신형 로봇청소기에 LDS 센서, Tof 센서 등이 탑재되면서 센서 성능이 상향평준화되고, 차별점을 드러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것이 바로 충전 독(Dock)에 집진 기능을 추가한 ‘스테이션’이다.

먼지 오염 없이 먼지봉투만 버려주면 끝 (사진 출처: LG전자 코드제로 R5 659,670원 )

기존의 로봇청소기는 로봇청소기에 탑재된 먼지통이 다 찰 때마다 먼지통을 직접 비워야 했는데, 작고 납작한 로봇청소기 구조상 먼지통 용량이 0.3~0.5L 수준으로 매우 작아 먼지통을 자주 비워줘야 한다는 점이 번거로웠다. 

그러나 3세대 로봇청소기부터 충전 독 대신 대용량 먼지봉투와 집진 기능을 탑재한 스테이션이 함께 제공되면서, 자동 충전은 물론 먼지통 비움까지 자동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약 4~6주 간격으로 스테이션 내부에 있는 먼지봉투를 꺼내 통째로 버려주면 끝. 수시로 먼지통을 비울 필요가 없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먼지통을 비울 때마다 흩날리던 먼지에서도 해방될 수 있어 많은 사용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5L 대용량 먼지봉투를 탑재한 엠지텍 트윈보스 S10 Ultra 698,900원

지금은 대부분의 최신형 로봇청소기들이 이같은 스테이션 구성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스테이션에 탑재된 먼지봉투 용량을 늘리거나 스테이션 내부를 자동으로 청소하고 살균하는 등 스테이션에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만약 저렴한 가격을 원할 경우에는 스테이션 없이 로봇청소기 단품 구매도 가능하다.

자동 걸레 세척 및 열풍 건조 기능을 가진 로보락 S7 MaxV Ultra

스테이션의 진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흡입 청소에 물걸레 청소 기능을 겸비한 로봇청소기가 점점 늘어나면서, 흡입 청소에 이어 물걸레 청소를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기능까지 추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집안의 먼지를 빨아들이면서 바닥을 윤기나게 닦아주는 물걸레 청소 겸용 로봇청소기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청소가 끝난 뒤 물걸레를 바로 교체하지 않으면 더러워진 물걸레 때문에 도리어 바닥이 오염되거나 불쾌한 냄새를 풍긴다는 단점이 있다.

세계 최초로 자동 물걸레 세척 기능을 추가한 나르왈 T10 1,090,000원

이에 로봇청소기 제조사 나르왈이 해답을 내놓았다. 스테이션 내부에 물탱크를 탑재해, 로봇청소기가 청소를 끝내고 스테이션에 돌아오면 오염된 물걸레를 깨끗한 물로 세척해주는 기능을 추가한 것이다. 이렇게 세계 최초로 물걸레 자동 세척 기능을 탑재한 로봇청소기 나르왈 T10은 매년 타임(TIME)지에서 선정하는 2020년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세정제 자동 투입과 직배수 설치가 가능한 샤오미 미지아 1S 579,330원

최근에는 세척 후 젖은 물걸레를 세균 번식 및 냄새 걱정 없이 빠르게 말려주는 열풍 기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물걸레를 더 위생적으로 세척할 수 있도록 온수를 사용하거나 전용 세제를 자동으로 투입하는 로봇청소기도 출시되고 있다. 이 밖에도 로봇청소기에 내장된 물탱크에 물이 떨어지면 스테이션으로 돌아와 자동으로 물을 보충한 뒤 청소를 계속하는 기능이나 직배수 설치를 활용한 자동 급수 기능 등이 추가되면서, 로봇청소기 스테이션은 완전 자동화로 조금씩 다가서고 있다.

기획, 편집 / 다나와 홍석표 hongdev@cowave.kr

글 / 박다정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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