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캄의 서클’(Kamn’s Circle) 이론을 바탕으로 자동차가 미끄러지는 현상을 분석했다. 간단히 요약하면 타이어는 상황에 따라 늘어나고 줄어드는 점착 한계가 있고, 구동력과 횡력의 합인 토털 작용력이 점착 한계보다 크면 자동차가 미끄러진다. 기초 이론을 이해했으니 한 단계 더 나아갈 차례다. 시승기를 보면 언더스티어(under-steer)니 오버스티어(over-steer)니 하는 용어가 나온다. 일반 오너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언더스티어는 말 그대로 조향이 부족한 경우다. 자동차가 코너에 진입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감았지만, 그만큼 차체 방향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쉽게 말해서 코너링 중 앞바퀴가 측면으로 미끄러지면 언더스티어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캄의 서클’로 분석하면 앞바퀴에 걸린 토털 작용력이 점착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다.
앞바퀴의 토털 작용력이 점착 한계보다 크면 발생 일부 전문가는 앞바퀴굴림 방식은 언더스티어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확하지 못한 표현이다. 토털 작용력이 타이어 점착 한계를 벗어나지 않으면 결코 언더스티어는 일어나지 않는다.
구동계에 따라 ‘캄의 서클’로 분석해보면 앞바퀴굴림 방식의 경우 코너를 돌 때 앞 타이어에 구동력과 횡력이 동시에 작용한다. 점착 한계가 70이라고 할 때 피타고라스 정리에 따른 구동력과 횡력의 합인 토털 작용력이 70보다 작으면 앞 타이어가 미끄러지지 않아서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넘어선다면 구동력이나 횡력을 줄여 토털 작용력을 낮춰야 한다. 구동력을 줄이려면 액셀 페달을 늦춰야 하고, 횡력은 스티어링 휠을 풀어 차체가 직진하려는 관성과 회전하려는 정도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
반면 뒷바퀴굴림 방식의 경우 앞바퀴에 구동력이 없으므로 횡력만 고려하면 된다. 횡력이 점착 한계를 넘어서지 않도록 조절하면 언더스티어가 발생하지 않는다. 당연히 스티어링 휠을 풀어야 횡력이 줄어든다.
여기서 명심할 점이 있다. 스티어링 휠을 푸는 것만이 횡력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직진하던 차가 회전할 때 차체에 걸린 관성 때문에 계속 직진하려는 작용력이 횡력이라고 했다. 따라서 직진하려는 관성이 작으면 거기에 따른 작용력인 횡력 역시 작다. 결국 직진하는 속도를 줄이면 그에 따른 관성이 작아지고 횡력도 함께 줄어드는 것이다.
결국 앞바퀴굴림이건 뒷바퀴굴림이건 언더스티어 현상이 일어나면 속도를 줄이고 스티어링 휠을 풀어주면 자동차는 다시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회전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양산 차는 언더스티어가 일어나도록 세팅되었는데 일반 운전자는 코너링 중 차가 미끄러지면 백이면 백 속도를 줄인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