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generated image @ChatGPT 4o
모든 소리에는 반드시 원인이 있다. 한밤중 갑자기 들려오는 바람 소리, 벽에서 새어 나오는 듯한 물소리처럼 일상 속의 예기치 않은 소음은 대부분 명확한 원인을 품고 있다. 원인을 찾고 해결하면 소리도 사라진다. 이 원리는 첨단 부품으로 이루어진 PC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수많은 부품과 끊임없이 회전하는 쿨링팬,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장치들은 문제가 생기면 ‘소리’로 이상 징후를 알린다. 마치 몸이 아프면 기침이나 통증으로 신호를 보내듯, PC 역시 각기 다른 방식의 소음으로 고장을 예고한다.
▲ 2013 LCK 썸머 경기 중 혜성처럼 등장한 전설의 관중
이번 기사에서는 PC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다양한 소음들을 원인별로 정리하고, 그에 맞는 대처법까지 함께 알아본다. 자! 모두 눈을 감고 PC에서 나는 소리에 집중하자. 오직 소리로만 PC를 판단한다!
Case. 1 : 쿨링팬 "위이잉~~~~" 혹은 "쉬이이이익~~~"
제일 먼저 의심해볼 수 있는 소음 원인은 바로 쿨링팬이다. PC 내부에서 항상 돌아가는 이 작은 프로펠러는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소음도 커진다. 아무리 최신 유체 베어링 기술이 적용됐더라도, 회전하는 물리적 구조상 소음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이 자연의 법칙(?) 덕분에 CPU나 GPU, 그리고 케이스 내부의 온도에 따라 팬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PWM(펄스 폭 변조) 기능이 탄생했다. 온도가 낮을 때는 팬이 천천히 돌아가 거의 소리가 나지 않지만, 반대로 CPU나 GPU 사용률이 높아져 발열이 커지면, 평소 조용했던 쿨링팬이 빠르게 회전하며 특유의 소음을 내기 시작한다. 오토바이나 튜닝카의 이른바 후까시를 연상시키게 한다. 부릉부릉~
하지만 CPU와 GPU의 사용률이 높지 않은데도 비행기가 이륙하는 굉음이 들린다면 분명 PC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거의 PC가 폭발하는거 아닌가 겁이 나기도 한다. 당황하지 말고 가장 먼저 CPU와 GPU의 온도를 확인하자. 다만 GPU 온도는 작업 관리자에서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CPU는 HWMonitor 같은 전문 프로그램이나 메인보드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전용 유틸리티로 확인해야 한다는 걸 잊지말자. CPU와 GPU의 온도가 70℃ 이하임에도 쿨링팬에서 굉음이 난다면, 이는 쿨링팬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열 배출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우선 가장 먼저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은 쿨링팬에 먼지나 반려동물 털 같은 이물질이 끼어 공기 흐름이 방해받는 상황이다. 여름철 오래 사용한 선풍기 블레이드나 프레임에 먼지가 잔뜩 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선풍기와 달리 PC 쿨링팬은 청소 주기가 길어 먼지가 쌓일 확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쿨링팬의 먼지와 이물질을 꼼꼼히 제거해주면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고, 냉각 성능도 함께 개선할 수 있다. 특히 그래픽카드의 경우 쿨링팬의 블레이드쪽만 청소하지 말고 내부 히트 싱크쪽에 강한 바람을 불어넣어 사이사이 끼어있는 먼지를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그래도 굉음이 멈추지 않는다면 써멀구리스나 히트싱크가 발열 부위에 제대로 접촉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점성이 높은 써멀구리스는 오래 사용하면 굳어버려 열 전도율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발열 처리가 원활하지 않게 된다. CPU는 분리했다가 다시 장착해 써멀구리스를 다시 발라주면 된다. 써멀구리스는 가격도 부담이 없으니 PC 내부 청소하는 김에 교체해주자.
위 두 가지 점검을 모두 마쳤음에도 소음이 계속된다면, 치명적인 고장을 의심해야 한다. 이때는 무리하게 자가 수리를 시도하지 말고, 전문 A/S를 통해 점검과 수리를 받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괜히 손댔다가 자신의 손만 탓하게 되는 처참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Case. 2 : 쿨링팬 "기이이잉"(바람 소리가 아닌 뭔가 닿는 소리)
회전하는 쿨링팬의 블레이드에 물리적인 간섭이 생기면, 팬이 회전할 때마다 일정한 주기의 소음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대표적인 예로, 선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PC에서 케이블이 팬 쪽으로 넘어와 닿을 때 이런 소리가 난다. 반대로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 깔끔하게 선정리를 했더라도, 케이블 타이 끝부분이 팬 영역을 살짝 침범하면 동일한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쿨링팬 주변의 케이블이나 블레이드에 닿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해주면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아무런 간섭이 없는데도 뭔가 닿는 듯한 소음이 계속 난다면, 이는 쿨링팬 프레임과 블레이드의 유격이 틀어졌거나 베어링에 문제가 생긴 경우다. 이때는 회전하는 블레이드 중앙부를 살짝 눌러 유격을 조정하거나, 쿨링팬 프레임의 가장자리를 눌러보며 어디서 마찰이 발생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 만약 베어링 문제라면 윤활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는 초보자가 시도하기엔 다소 까다로운 작업이다. 따라서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마찰음이 계속된다면, 쿨링팬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Case 3 : 그래픽카드 "우우우웅~ 웅~웅~우우~웅~"(Coil Whine)
▲ 바쁜 사람은 1분 45초부터 소음을 확인하자
운이 지지리도 없을 때 겪게 되는 소음, 이번에 다룰 것은 거의 불치병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래픽카드에서 들려오는 코일 와인(Coil Whine)이다. 그래픽카드의 VRM(전원부)에는 고주파 전류를 빠르게 변환하는 인덕터(코일)가 있는데, 이 코일 내부의 코어와 감긴 동선이 미세하게 떨리며 공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흔히 말하는 고주파음이 들리게 된다. 발생하는 주파수 대역에 따라 소리는 “지잉~”, “찌르르~”, “끽끽~” 등 다양하며, 특히 고사양 게임에서 그래픽카드 사용률이 100%에 육박할 때 자주 발생한다. 그리고 비싼 돈 주고 산 고가의 GPU일수록 이 현상이 나타날 확률이 더 높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고장은 아니다. 전기적 특성상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소음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소비자들은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때 이를 "뽑기 운"에 달려 있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몇 번이고 교환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다. 성능이나 수명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거슬리는 불쾌한 요소로 여겨진다. 게다가 그래픽카드 제조사마다 A/S 기준이 제각각이라, 대부분 정상 제품으로 판정되어 교환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아 종종 논란이 되기도 한다.
전력 소비가 급격히 높아질수록 소음 발생 가능성이 커지므로, FPS 제한을 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예방법이다. 모니터가 G-Sync나 FreeSync를 지원한다면, 주사율에 맞춰 수직 동기화(V-Sync)를 활성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140프레임 이상의 초고프레임 영역에서는 체감 차이가 거의 없으니, 그래픽카드를 잠시 쉬게 해주는 고육지책이라 생각하면 된다. 여기에 그래픽카드 소프트웨어나 트윅 프로그램으로 전력 제한을 걸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거나 교환을 시도하는 것, 두 가지 선택지밖에 남지 않는다.
Case 4 : 스피커 "지이이이이이이잉~"(전기 흐르는 소리)
PC 스피커에서 전기가 흐르는 듯한, 이른바 Buzz 음은 PC 사용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소음이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지이잉~” 하는 저주파 허밍음이나 “지지직~”, “찌르르~” 같은 고주파 노이즈의 대부분은 접지 루프(Ground Loop)가 원인이다. 접지 루프는 여러 장치가 서로 다른 접지 경로로 전원을 공급받을 때 발생하는 전위차 문제로, 이 전위차가 오디오 신호선을 타고 스피커로 전달되면서 소음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는 50/60Hz 전원 주파수 대역의 저주파 허밍음이 들리지만, 전원부와 오디오 장비 간 간섭이 심하면 고주파 노이즈까지 함께 섞여 들릴 수 있다.
쉽게 말해, 가만히 있을 때는 “지이이잉~” 하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다가, 3.5파이 연결 단자를 PC 케이스의 금속 벽면이나 바닥에 대면 갑자기 날카롭고 거친 고주파 소음이 발생한다는 것. 마치 스피커가 찢어질 것 같은 소리여서 깜짝 놀라기 쉽다. 이런 현상은 주로 3.5파이 아날로그 방식 스피커에서 자주 발생하며, 일종의 누전 현상에 가깝다. 드물지만 전원 간섭이 심한 환경에서는 USB 방식의 디지털 스피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위 사진처럼 빨간 원 안의 금속 재질 접속면이 있는 멀티탭이 접지를 지원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모든 장비를 같은 멀티탭이나 콘센트에 연결해 접지 기준을 통일하는 것이다. 조금 고급 지식을 갖추었다면 추가로 오디오 신호선에 그라운드 루프 아이솔레이터로 전위차를 차단해 소음이 크게 줄일 수 있다. 다만 PC의 파워서플라이와 스피커의 품질, 사용 환경에 따라 완벽한 해결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크리티컬한 오작동으로 발생하는 소음은 아니나 누전의 한 종류이기 때문에 안전한 PC 환경 구성을 위해서라도 꼭 접지 작업을 하자.
Case 5 : 하드 드라이브 클릭음"틱~틱~틱~" (Click of Death)
마지막은 납량특집으로, PC 사용자라면 듣는 순간 소름이 돋을 만한 끔찍한 소리를 소개한다. 바로 죽은 하드 드라이브의 비명소리라 불리는 이른바 “Click of Death”다. 하드 드라이브에 전원을 넣으면 “틱틱틱” 하는 소리가 반복되거나, “끽~ 끽~” 대며 바퀴가 굴러가다 어딘가에 걸린 듯한 소리를 낸다. 이는 고장이 임박했거나 이미 사망한 하드 드라이브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저장된 데이터까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더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하드 드라이브를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거나 충격을 가하면 플래터 표면과 나노미터 단위의 거리를 두고 이동하던 헤드가 그만 플래터 표면을 강하게 내려쳐 긁는 상황이 벌어진다. 문제는 플래터의 회전 속도가 5400rpm에서 많게는 7200rpm, 즉 분당 5400번 이상 회전한다는 점이다. 단 한순간이라도 헤드가 표면을 강타하면, 플래터 위에 치명적인 상처가 원형으로 새겨지고, 이는 곧 하드 드라이브의 사망선고로 이어지게 된다. 안타깝지만 현대 과학으로도 이렇게 물리적으로 찢긴 하드 드라이브를 복구할 방법은 없다. 이제 할 수 있는 건 단 하나, 이 불운한 저장 장치를 편안하고 고통 없는 곳으로 보내주는 것 뿐이다. 각 하드 드라이브 제조사의 RMA 정책에 따라 운좋게 교환은 가능하겠지만, 데이터는 영영 사라진다.
Case 6 : 메인보드 비프음
보너스로, 자연발생(?) 소음은 아니지만 PC 내부에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소리, 메인보드 비프음에 대해 알아보자. 메인보드 제조사들은 PC에 문제가 발생하면 단자에 연결된 스피커를 통해 “삑! 삑!” 하는 비프음을 내도록 설계했다. 민족이 다르면 언어가 다르듯, 제조사마다 비프음 패턴과 규칙이 모두 달라 이를 일종의 메인보드와의 대화로 볼 수 있다. 이 비프음을 알면 특정 문제를 빠르게 진단하고 대처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사용자가 “귀찮다”는 이유로 PC 스피커를 아예 빼고 조립해버린다. 비프음 코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과거 ‘도와줘 다나와’ 영상을 참고하면 좋다.
PC를 살릴 수 있다면, 오감(五感)이 부족해!
▲ AI generated image @Stable Diffusion Online
PC는 늘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화면이든 소리든 어떤 방식이든, 사용자는 그 신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PC에서 들리는 소음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내부 상태를 알려주는 중요한 경고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쿨링팬의 굉음, 그래픽카드의 코일 와인, 접지 루프가 만드는 스피커의 버즈음, 그리고 하드 디스크의 마지막 비명까지, 이 모든 소리는 PC가 보내는 SOS다. 물론 아무런 소리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오작동이나 고장에도 침착하게 대응할 줄 아는 슬기로운 PC 사용자가 되는 것이 스트레스를 가장 덜 받는 현명한 방법 아닐까?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정도일 doil@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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