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평범한 청바지와 재킷처럼 보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첨단 보호복으로 변신하는 라이딩 장비가 등장했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평범한 라이딩 슈트를 입은 라이더가 앞차의 후미를 들이받는 아찔한 사고. 그 순간, 라이더의 온몸을 감싸는 에어백이 순식간에 펼쳐진다. 충격에도 불구하고 그는 가벼운 찰과상조차 없이 무사하다.
모터사이클 라이더라면 한 번쯤 상상해봤을 ‘에어백 슈트’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겉으로는 평범한 청바지와 재킷처럼 보이지만 사고가 발생하는 순간 첨단 보호복으로 변신하는 라이딩 장비가 등장했다.
스웨덴의 에어백 인사이드 스웨덴 AB(Airbag Inside Sweden AB), 또는 ‘모사이클(Mo’Cycle)’로 알려진 스타트업이 풀바디 에어백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공개했다. 이 장비는 기존의 흉부나 목 보호용 에어백을 넘어, 다리, 팔, 발, 머리 측면까지 보호하는 전신 에어백 시스템을 목표로 설계됐다.
모사이클(Mo’Cycle)’ 풀바디 에어백 시스템은 기존의 흉부나 목 보호용 에어백을 넘어, 다리, 팔, 발, 머리 측면까지 보호하는 전신 에어백 시스템을 목표로 설계됐다. (오토헤럴드 DB)
특허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청바지와 재킷, 부츠 등 일반적인 라이딩 복장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가스 팽창식 에어 터널이 내장돼 충돌 시 즉각적으로 팽창한다. 특히 바지 안쪽에는 허벅지와 종아리, 엉덩이, 무릎 등을 감싸는 에어백이 장착돼 있고 겉감은 데님과 유사한 외관을 갖춘 내열·내마모성 신소재로 구성돼 있다.
라이더는 커피숍에 들를 때나 사무실 미팅에 참석할 때도 전혀 이질감 없이 입을 수 있다. 장비 착용에 대한 불편함이나 시선에 따른 부담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라이더들이 안전장비를 착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목적이 있다.
작동 방식은 두 가지다. 바이크와 연결된 전통적인 기계식 끈(tether)을 이용하거나, 가속도와 기울기를 감지하는 전자식 센서를 장착해 자동으로 에어백을 팽창시킬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부츠와 재킷에 각각 설치된 센서가 무선으로 서로 통신하면서 사고를 감지하고 동시에 작동한다.
모사이클(Mo’Cycle)’ 풀바디 에어백 시스템은 사고시 인플레이터블 캐노피가 어깨와 머리 옆부분에서 위쪽으로 부풀어 오른다. (오토헤럴드 DB)
특히 조끼 부분에는 '인플레이터블 캐노피(Inflatable Canopy)'라는 독특한 장치가 포함됐다. 이 장치는 낙하산처럼 뒤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어깨와 머리 옆부분에서 위쪽으로 부풀어 올라 충돌 시 라이더의 측면 머리를 보호하고 동시에 공기 저항을 높여 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배터리 상태, 시스템 상태 모니터링은 물론 주행 데이터까지 기록할 수 있어 트랙 주행을 즐기는 라이더에게는 실시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라이딩 파트너로도 활용 가능하다.
미국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모터사이클 사고에서 가장 흔한 부상은 하반신이며, 이로 인해 장기적인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대부분의 에어백 시스템은 상체 보호에 집중돼 있었다. 모사이클 특허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이 사각지대를 메운다는 점에 있다.
모사이클 전신 에어백은 모터사이클 사고시 부상 위험이 가장 높은 하반신 보호에 초첨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오토헤럴드 DB)
모사이클의 전신 에어백은 아직 특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이 첨단 에어백 슈트가 상용화되면 모터사이클 장비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는 충격을 흡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충격 자체를 완화시키는 설계 철학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가장 위험한 이동 수단으로 여겨지는 모터사이클 라이더를 사고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일본 혼다는 앞서 등산용 백팩처럼 생긴 ‘인플레이터블 백팩 에어백’으로 주목을 받았다.
인플레이터블 백팩 에어백은 라이더가 낙상하거나 차량과 충돌 시 등과 목을 감싸는 형태로 즉각 팽창해 충격을 흡수한다. 자전거, 스쿠터, 배달 이륜차 등 다양한 용도에 맞춰 경량화와 휴대성도 강화되고 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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