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완커그룹 산하 만웨이 로지스틱스가 개발한 물류 로봇이 스스로 지하철과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 역내 편의점에 물품을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완커)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중국 선전(Shenzhen)에서 세계 최초로 지하철을 이용한 로봇 물류 배송 시스템이 시험 운행에 성공했다. 로봇이 정해진 구역 내에서 음식을 나르거나 이동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내리며 물건 배달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커 그룹은 15일, 물류 전문 자회사인 만웨이 로지스틱스(VX Logistics)가 개발한 자율 배송 로봇이 선전 지하철 2호선 완샤역에서 시범 운행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지하철을 자율적으로 탑승하고 하차하며 역사 내 편의점으로 물품을 배송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선전 지하철 운영사인 심천지하철그룹(深铁集团)과 완커가 공동으로 추진한 이 프로젝트는 '지하철 + 로봇 배송'이라는 새로운 도시 물류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 14일 진행한 시범 운행에서 펭귄을 닮은 외형의 로봇이 간단한 음료와 간식 등 통근객이 선호하는 보급품을 싣고 지하철에 탑승했다. AI 기반의 경로 최적화 알고리즘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노선을 결정하고, 완샤역을 포함한 여러 지하철역 매장으로 물품을 배달하는 과정을 완전 무인 방식으로 구현했다.
완커의 물류 로봇은 AI 기반 디스패치 시스템, 전방위 라이다 센서, 자율 주행형 섀시를 이용, 스스로 지하철을 타고 내릴 수 있다. (완커)
현재 선전 지하철은 하루 1000만 명이 넘는 승객을 수송하고 있으며 300개 이상의 역사 내 상업공간에서 다양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상가는 대부분 지상에서 물품을 공급받고 있어, 혼잡한 교통과 주차난, 높은 배송 비용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왔다.
로봇을 통한 지하철 배송 시스템은 이러한 병목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시범 운영에 참여한 편의점 점장은 기존 배송 방식보다 인력과 시간 면에서 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배송 로봇은 만웨이 로지스틱스가 독자 개발한 스마트 기술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로봇의 핵심 기술은 AI 기반 디스패치 시스템, 전방위 라이다 센서, 자율 주행형 섀시로 구성된다. 디스패치 시스템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며, 매장 위치, 주문 수량, 요청 시간, 지하철 혼잡도 등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배송 경로를 계산한다.
시범 운행에서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물류 로봇. (완커)
전방위 라이다는 역 내부를 실시간으로 정밀 매핑해 로봇의 이동 경로를 인식하고, 섀시는 엘리베이터 탑승, 플랫폼 접근, 열차 승하차, 목적지 인식 등 다양한 물리적 동작을 정밀하게 수행한다. 이 기술들은 앞으로 운영 환경에 맞춰 지속적으로 최적화될 예정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선전시가 추진하는 ‘로봇 도시’ 전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선전시는 2025년을 '로봇 원년'으로 선포하고, 도시 전역에 로봇 기술을 적용하는 로드맵을 제시한 상태다. 현재 선전은 중국 산업용 로봇 생산의 20%, 세계 서비스 로봇 생산의 58.6%를 점유하고 있으며 1600개 이상의 로봇 기업이 활동 중인 세계 최대의 로봇 응용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지하철+로봇' 배송 시스템은 단순한 물류 자동화에 그치지 않고, 지하철 인프라를 활용한 도시형 스마트 물류 플랫폼의 출발점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선전 지하철과 완커는 향후 차량기지, 정비고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도심형 물류 모델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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