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공식 굿즈인 단청 키보드
최근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최고 인기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전 세계가 K-컬처로 뜨끈하다. 이 열기는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급증과 '국중박 기념품' 완판으로 번졌다. 지난 주말에 점심 먹고 갔더니 기념품 샵이 인산인해로 발디딜 틈이 없더라. 그 중에서도 단청 키보드는 해외 네티즌과 관광객들 사이에서 '국중박 필수 굿즈'로 불리며 품절돼 매대가 텅텅 비어 있었다.
허탕치고 집에 와서 샤워하다가, 문득 PC 부품/주변기기 중에 단정 키보드 외에도 한국적 디자인과 문화가 녹아 있는 것들이 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꽤 있더라. 이름하여 '국뽕'에 거하게 취할 수 있는 코리안-뷰티 PC 부품들이다.
한국다운 것이 세계적인 것
한국의 미를 보여주다 - 케이스·키보드
일단 외국인들에게 임팩트가 빡 하고 오는 제품들은 케이스/키보드다. 외부 디자인이 경쟁력에 핵심적인 제품라서 한국의 미를 더 찐-하게 표현할 수 있다. 케데헌에 심취한 외국인들이 이 제품들을 보면 껌뻑 죽는 게 단박에 이해가 간다.
▲ 조선시대로 타임슬립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화이트 단청 키보드
화이트 단청(116,206원), 교태전 단청(111,560원), 단청(110,513원), 모노 단청(111,560원)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로 불티나게 팔리는 그 키보드, 앱코 시이닷 한국의 미 기계식! 앱코 K515 키보드 베이스에 커스텀 브랜드 시이닷(C.E.dot)이 기획하고 국내 제작한 단청 채색 문양 키캡을 올렸다.
책상 위에 올리는 순간 그곳이 바로 혼문이 된다. 국중박 기념품샵 매대와 온라인 샵에서 순차 품절로 제품이 순식간에 동났다고. 색상도 여러가지라서 취향따라 고를 수 있는데 화이트 단청이 제일 '백의민족'스럽고, '모노 단청'은 검은 색 한복에 갓을 쓴 케데헌의 '사자보이즈'가 생각나서 탐이 난다.
▲ 검은색 기계식 키보드와 모노 단청 키캡의 조화
화이트 단청 키캡(75,810원, 교태전 단청 키캡(75,800원) 단청 키캡(74,312원), 모노 단청 키캡(75,800원)
키보드까지 바꾸긴 좀 부담스럽다면 원래 쓰던 키보드는 유지하면서 키캡만 바꿔도 된다. 전통 한옥 기와의 형태, 나무의 패턴, 한지의 질감, 단정의 화려한 문양을 염료승화 인쇄 방식으로 아름답게 재현했다. 그 대신 기존에 쓰던 키보드와 잘 어울릴지 뇌피셜로 조합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계식 키보드가 필수.
한국의 미를 가장 잘 표현한 케이스를 꼽으라면 단연 마이크로닉스 GM3-문(45,990원)이다. 디자인이 마치 경복궁이나 창덕궁같은 고궁 문살을 보는 듯하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뽕에디션(호소) 디자인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 제품은 디자인이 워낙 잘 뽑혀서 기존에도 평이 좋았다. 겉만 그럴싸한게 아니라 기본기도 좋은 편. 강화유리 스윙도어, 140mm 대형 팬 4개 기본 장착, 내부 레이아웃도 최신이다.
▲ 달빛이 창호 사이로 스며들 듯,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조명
귀해서 더욱 특별하다
정체성을 전면에... "KOREA" 한정판 부품들
PC 부품들은 한국적인 요소를 담은 제품이 드문 편이다. 아쉽긴 하지만 이전에 출시되었던 몇몇 제품들 가운데서는 그런 정체성을 녹여낸 사례들이 존재한다.
▲ '필승'과 'WIN' 글자가 RGB로 아름답게 빛나는 게 특징
ASUS KO 지포스 RTX 3070 O8G GAMING OC D6 8GB는 지포스 RTX 30시리즈 그래픽카드 중에서 메이저 급으로 취급 받던 물건이다. ASUS가 한국 시장을 겨냥해 특별 제작한 코리안 에디션 그래픽카드로 골드/실버 투톤 슈라우드에 필승WIN, 호랑이얼굴+WIN 레터링을 멋지게 새겼다.
▲ 성능도 꽤 꽨찮았던 제품. 다나와에서 벤치마크도 진행했었다
당시 나도 구하고 싶었는데 당시 가상화폐 떡상(채굴이슈) 사태로 이 제품을 포함한 모든 그래픽카드들이 모조리 품절나서 못 구하고 손가락만 쪽쪽 빨았던 기억. 지금은 단종됐지만 그래픽카드에도 한국의 소울을 담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슈였다.
▲ 오방색으로 꾸며진 한글
ASUS가 했으니 기가바이트도 가만 있을 수 없지. 기가바이트는 아예 네이밍에 KOREA EDITION을 떡하니 박았다. GIGABYTE RTX 4070 Korea Edition의 디자인 콘셉트는 오방색. 베이스가 되는 그래픽카드 외부 슈라우드는 최대한 단정하고 깔끔한 형태를 썼고, 그 위에 비비드한 오방색 포인트를 조합했다.
오방색은 잘 못 쓰면 촌스러워 보이는데 이건 안 촌스럽고 오히려 세련된 것으로 느껴진다. 조합 빨이 기가막혀. 케데헌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시되면 엄청 잘 팔리지 않을까?
▲ 서울의 특징을 디자인에 담은 특별한 게이밍 마우스
앞선 두 제품 다 현재 판매하지 않는 제품이라 아쉽다고? 그렇다면 Pulsar X2 CrazyLight 무선 서울 에디션(148,000원)에 주목! 35g의 초경량 무선 고스펙 게이밍 마우스. 한강의 딥블루, 서울의 화이트, 열정의 레드까지 세 가지 색상을 조합했다. 실물을 보면 태극기가 떠오를 정도로 조화감이 좋다.
거기다가 "펄-사" 브랜드 로고를 한글로 적어 넣는 성의까지 보였으니 이 귀여운 마우스를 어찌 미워할 수 있으랴. 책상 위에 두기만 해도 마음 속 태극기가 펄-럭거리는 국뽕 마우스. 마우스로서도 하이엔드급 스펙이다.
"한국 1위가 세계 1위"
한국인의 ‘강함’을 상징하는 물건들
"이건 첫번째 레슨, 한국인은 게임을 잘한다. 이건 두번째 레슨, 그 중에서도 최고는 페이커다" 한국인을 대표하는 우리나라 대표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위엄이 담긴 국뽕 마우스도 있다. 가격이 좀 쎄긴 하지만, 그만큼 스펙도 쎄다.
▲ 불사대마왕의 손끝, 데스에더 V3 프로 페이커 에디션
Razer DeathAdder V3 Pro – Faker Edition(249,000원)은 비대칭형 무선 게이밍 마우스 중에서 최상급 포지션에 위치한 제품. 스펙이 더 강화된 후속작 V4가 나왔지만 V4는 아직 페이커 에디션이 없기 때문에 데스에더 모양 + 페이커 에디션을 원한다면 이 것을 골라야 한다.
꽤 큰 사이즈의 마우스인데도 63g으로 가볍고 인체공학적 그립으로 매니아들이 많다. 강렬한 레드 컬러 쉘에 도깨비 문양과 페이커 선수의 싸인이 새겨져 있어서 게임 실력은 몰라도 감성 전투력은 확실히 상승한다.
▲ 초경량의 정밀함, 바이퍼 V3 프로 페이커 에디션
Razer Viper V3 Pro – Faker Edition(279,000원)은 페이커가 실제로 2024 롤드컵에서 사용했던 바로 그 마우스다. 54g의 초경량 대칭형 쉘에 페이커 시그니처 컬러와 싸인을 입혔다, 전체적인 느낌은 데스에더 버전과 거의 유사하지만 스펙이 더 좋고, 좀더 가볍다.
요즘 게임 좀 한다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하이엔드 마우스 중 하나. 이 마우스의 사용자에게는 페이커의 실력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 올해가 마침 광복 80주년이 되는 해이다
케데헌의 글로벌 흥행은 애니메이션 영화 한 편을 시청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 오프라인 세계까지도 침범하기 시작했다. 국내 박물관 관람객 최다 기록 경신, 외국인 비중 급증 같은 지표가 이것을 증명해주며, 결국 그 파도가 '한국의 미를 입힌 PC 부품'에 까지 도달했다.
케데헌 열풍에 힘입어 지금까지는 차마 말하지 못한 개인적인 소망을 덧붙이자면, 앞으로는 메인보드나 RAM, SSD 같은 PC의 속살에 이르기까지 애국심 거하게 취하는 코리안 에디션들이 더 나와줬으면 좋겠다. PC 부품 시장으로서도 결코 작은 시장이 아닌 만큼, 브랜드들이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서. 그리고 케데헌을 통해 코리안-뷰티를 알게 된 해외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 그 정도 팬서비스와 투자는 해봄직 하지 않겠는가?
“주모, 샷따 내려!!!! 오늘은 여기까지!!”
(이미지: AI generated image @ChatGPT 5o)
기획, 편집, 글 / 다나와 조은혜 joeun@cowave.kr
(c) 비교하고 잘 사는, 다나와 www.dana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