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예지 기자] 복잡한 변수들이 글로벌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가운데, 제조업의 디지털 전환(DX)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 전환의 핵심에는 ‘품질 관리’가 있다. 품질 관리는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생산성과 직결되는 과제다. 최근에는 데이터 기반 품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파편화된 데이터와 표준화 부재는 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기업 미니탭(Minitab)이 50년간 쌓아온 통계 역량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해 통합 문제 해결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1972년 설립된 미니탭은 통계 소프트웨어의 대명사로 알려졌으며, 이제 미니탭 솔루션 센터(Minitab Solution Center, 이하 MSC)를 통해 ‘품질 4.0(제조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빅데이터·AI 등 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품질을 개선하는 흐름)’ 시대를 이끌고 있다.
IT동아는 민천홍 미니탭 동북아지역 본부장을 만나 품질 4.0 시대 미니탭의 목표와 한국 시장 전략에 대해 물었다. 민천홍 본부장은 금융 IT와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로, 2021년 미니탭에 합류했다. 그는 AI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AI 기술의 한계와 위험성을 직접 경험하며 실질적인 AI 전략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이는 사람의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로서의 AI를 추구하는 미니탭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미니탭이 제시하는 품질 4.0 시대 AI 전략
민천홍 본부장은 “과거에는 데이터 수집·시각화와 빅데이터 구축에 머물렀다면, 앞으로의 품질 4.0 시대에는 보안과 규제에 대응하면서도 AI를 활용해 품질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업이 도입한 AI의 약 75%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며, 사용되더라도 대부분 연구개발과 교육에만 국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대규모 투자를 하기보다는 최소 비용으로 적재적소에 AI를 적용해 최상의 결과를 내는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니탭의 AI 전략은 최근의 AI 트렌드에 갑작스럽게 편승한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AI 기능을 내재화한 결과에서 드러난다. 미니탭은 2015년도부터 분석 어시스턴트 기능을 점진적으로 도입했고, 올해 초보자도 쉽게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도록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기능을 추가해 AI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또한 2021년 이후 머신러닝 기능도 모듈 형태로 제공했으며, 모델옵스·오토ML 등 고급 기능도 더했다.
통계 분석 도구 넘어, 통합 문제해결 플랫폼으로

민천홍 본부장은 품질 4.0 시대를 구현하기 위해 신뢰성 있는 데이터 확보와 표준화된 통합 플랫폼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미니탭 솔루션 센터(이하 MSC)가 있다. MSC는 단순한 통계 분석 도구를 넘어, 아이디어 발굴부터 데이터 분석, 대시보드 시각화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문제 해결 통합 플랫폼’이다.
민천홍 본부장은 “미니탭은 50년간 쌓아온 데이터 무결성과 검증된 통계 기술을 바탕으로 문제 해결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정의하며, “MSC를 통해 제조 현장에서 기업이 직면한 문제 해결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동시에 지원하고, 궁극적으로 품질 및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방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MSC의 브레인스토밍과 AI 인사이트 기능은 문제 원인을 구조화하고, 데이터 전처리 및 정제 과정을 자동화해 분석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클릭 몇 번만으로 복잡한 통계를 처리할 수 있으며, AI가 결과를 자연어로 설명해 비전문가도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 분석 결과는 데이터 기반 대시보드로 시각화되며, 프로젝트 전 과정을 워크스페이스에서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다. 나아가, 예측 분석과 머신러닝을 통합해 단순 대응을 넘어 선제적 품질 관리를 가능케 한다. 최근 미니탭은 시뮬레이션 기업 ‘Simul8’과 품질 데이터 관리 솔루션 기업 ‘Prolink’를 인수으로써 통합 플랫폼 전략을 강화했다.
특히 미니탭은 AI의 환각 현상 방지에 초점을 맞췄다. 민천홍 본부장은 “MSC의 AI 어시스턴트는 분석 결과를 자연어로 쉽게 설명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를 제안한다”며, “제약·의료 등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 분야에서는 환각을 막고 결과 데이터의 무결성을 보장하는 설계가 필수적이다. 미니탭은 제약사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준비할 때 가장 널리 사용하는 공신력 있는 데이터 분석 도구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韓 제약·의료·방위 산업 확대…글로벌 성공사례를 국내에

미니탭이 50년 넘게 탄탄한 고객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경쟁력은 신뢰도에 있다. 민천홍 본부장은 “미국 포춘 500대 기업 중 80% 이상이 미니탭을 활용해 투자수익률(ROI)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김강희 LG화학 파트장은 “2023년 LG화학이 약 7300만 달러(약 96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데에는 미니탭 솔루션을 활용한 품질 개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민천홍 본부장은 “과거에는 제조 공정의 품질 개선이 주요 목적이었지만, 이제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시장에서 미니탭은 제약, 의료, 방위 분야를 중점적으로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다. 민천홍 본부장은 “한국의 전자와 자동차 산업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약, 의료, 방위 분야는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미니탭이 이러한 도약을 이끄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또한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미니탭은 요구에 맞춰 주관적 요소를 반영할 수 있는 문제 해결 플랫폼의 ‘국산화’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미니탭은 국내 파트너사인 이레테크와 함께 통계, 품질, 기술경영,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한국표준협회(KSA)의 교육 과정에 포함되어 있으며, 지난 8월에는 제주특별자치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표준협회가 주관한 국가적 품질 행사 ‘제51회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의 후원사로 참여해 기업들의 데이터 분석력 강화와 효율적인 스마트팩토리 운영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민천홍 본부장은 “세계 시장에는 클라우드 기반 통합 플랫폼이 이미 채택되고 있지만, 한국의 제조 현장에서는 본격 디지털 전환이 시작되는 단계”라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꾸준히 한국 기업들의 필요사항과 피드백에 귀 기울이며, 각종 웨비나와 행사를 통해 해외 성공 사례를 국내 시장에 적극 알리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