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김예지 기자] 한때 단문 문자 메시지(SMS)는 안부 인사의 기본 수단이었다. 그러나 짧은 글자 수, 고화질 사진 전송 불가 등 불편함 때문에 사람들은 점차 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메신저 앱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애플이 아이폰에 차세대 문자 규격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를 적용하면서 문자 메시지가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통3사(SKT, KT, LG유플러스)는 9월 19일부터 애플의 iOS 26 업데이트에 맞춰 아이폰에서도 RCS 메시징 서비스를 공식 지원한다고 밝혔다. RCS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개발한 IP 기반 통신 프로토콜로, 문자 메시지의 최신 세계 표준 규격이다. 단순 텍스트 메시지를 넘어 ▲그룹 채팅 ▲고품질 사진 전송 ▲읽음 확인 ▲입력 중 표시 등 머신저 앱에 버금가는 편리한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이 이제야 도입한 RCS, 뭘까?
RCS는 세계 통신사 및 제조사가 함께 참여하는 개방형 표준이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안드로이드 단말에서 지원돼 왔지만, 애플은 자사 정책 때문에 참여하지 않고 아이메시지(iMessage)를 고수해왔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및 애플 기기 사용자끼리 이용 가능한 메시지 서비스다.
RCS가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로 기기 인증과 연결을 위해 단말기 식별번호(IMEI), 가입자 식별번호(IMSI), IP 주소 및 전화번호 등 사용자 식별자를 교환하는 반면, 아이메시지는 종단 간 암호화가 적용돼 보안성이 높다. 아이폰 사용자는 텍스트, 고해상도 사진 및 영상, 문서, 링크, 기타 메시지 효과 등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각국 규제 기관과 구글, 삼성 등은 개방형 표준의 채택을 압박해 왔다. 결국 애플은 지난해 말부터 국가별로 순차적으로 RCS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해 온 애플이 점진적으로 상호 운용성을 인정했다는 신호며, 글로벌 개방형 표준 흐름에 부응한 결과인 셈이다.
한편, 애플은 “아이메시지는 사라지지 않고, RCS는 SMS와 멀티미디어 메시지 서비스(MMS)를 대체하는 것”이라며, “아이메시지가 RCS보다 훨씬 안전하고 개인 정보 보호에 친화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RCS 프로토콜을 더욱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GSMA 회원사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RCS 메시지의 보안 및 암호화 개선이 포함된다.
RCS, 어떤 특징이 있나?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단말뿐만 아니라, iOS 26 이상을 지원하는 아이폰 11 시리즈 이후 단말에서 RCS를 사용할 수 있다. RCS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 앱 설치 없이 기본 문자 메시지 앱에서 메신저 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폰에서 ‘설정’ 앱의 ‘메시지’ 메뉴에서 ‘RCS 메시지’를 활성화하면 된다. iOS 26 이용자는 기본 설정돼 있다.
RCS는 문자 메시지 기능을 메신저 앱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 모두 최대 100명까지 그룹 채팅이 가능하며, 풍부한 이모티콘을 지원한다. 또한 상대방이 문자 메시지를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고, ‘입력 중’ 표시가 되는 등 실시간 상호작용 기능이 강화됐다. 참고로, 아이폰에서 아이메시지는 파란색, RCS 메시지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표시된다.
가장 실질적인 사용자 편익은 대용량 파일 전송의 자유로움이다. 기존 SMS와 MMS가 통신망 기반으로 한 반면, RCS는 모바일 데이터(5G)와 와이파이(Wi-Fi)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덕분에 음성, 영상, 문자를 모두 문자 메시지 앱에서 공유할 수 있다. 기존 SMS가 한글 70자, MMS가 1000자 및 1MB 미만 미디어 전송 한계에 묶여 있었다면, RCS는 최대 2730자 및 최대 300MB의 고해상 파일을 지원한다. 특히 이통3사는 5MB 이하 첨부파일의 경우, 데이터 요금을 면제해 무료로 보낼 수 있게 했다.
이통3사의 채팅플러스, PC에서도 가능

이통3사와 삼성전자는 함께 만든 RCS 메시징 서비스를 ‘채팅플러스(채팅+)’라 부른다. 그룹채팅, 단체 문자, 보내기 취소, 읽음 표시 등 기능은 물론, 추가 플러그인을 통해 토스 송금과 삼성페이 선물 등도 가능하다. 또한 SKT용 갤럭시 사용자(One UI 6 이후 버전)에 한해 PC버전 채팅플러스로 스마트폰 없이도 PC에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다. 최근 SKT는 AI 서비스 에이닷 기능도 추가해 자동 메시지 답변 추천 등 기능을 더했다.
채팅플러스로 전송되는 파란색 말풍선은 무료지만, 초록색 말풍선은 채팅플러스가 아니라 기존 SMS/MMS로 발송된 경우이기 때문에 요금제에 따라 요금이 부과될 수 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요금제는 문자 메시지가 기본제공되나, 일부 요금제에서는 무료 이용량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요금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참고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 사항에 따라 스팸 방지를 위해 하루 최대 500건의 문자만 발송할 수 있다. 하루 200건 이상 발송한 날이 10일을 초과할 경우 발신이 제한될 수 있다. 발신 건수는 수신자 기준으로 계산되며, 광고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대량 전송이 필요한 경우 이니셜(Initial) 앱을 통해 일정 기간 제한 해제 신청해야 한다.
채팅플러스, 카카오톡 대체할 수 있을까?

RCS는 메신저 앱의 기능을 앱 설치 없이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미 카카오톡 기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고, 오픈채팅·송금·쇼핑 같은 확장 서비스까지 활용되고 있어 당장은 카카오톡 같은 국민 메신저를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특정 앱에 종속되지 않고 운영체제 제약을 넘는 표준 메시징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통3사는 기업 메시지 영역에서 카카오톡과 다른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 프로필’ 기능이 적용돼 RCS에 브랜드를 등록한 기업이 보내는 메시지는 안심하고 확인할 수 있다. 기업 프로필을 통해 스팸 우려를 줄이고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자 메시지를 통해 카드 사용 내역 등 주요 정보를 깔끔한 형태로 제공할 수도 있다. 이통3사는 장기적으로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 협력으로 공공·금융·기업 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 RCS의 존재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채팅플러스는 연락처에 번호가 저장되지 않은 상대와도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가족이나 친구처럼 친근한 관계 위주로 사용되는 카카오톡과 달리, 문자 메시지가 격식 있는 관계나 비즈니스 용도로 많이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RCS는 기업과 개인 간 소통의 확장성을 더욱 넓힐 것으로 보인다.
IT동아 김예지 기자 (yj@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