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바퀴벌레. 듣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는 혐오스러움의 대명사다. 사람을 물거나 독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 혐오스러운 자태와 불결한 생태, 그리고 무엇보다 끈질긴 생명력과 번식력으로 인해 현대인이 가장 싫어하는 벌레 1순위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바퀴벌레 같은 놈'이라는 욕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런데 이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진 게임 캐릭터들이 있다. 포켓몬 '페코로체'나 디지몬 '고키몬'처럼 대놓고 바퀴벌레가 모티브면 억울하지나 않다. 하지만 이들은 멀쩡한 인간이거나, 인간형이거나, 심지어 귀엽기까지 하다. 단지 생김새가 좀 닮았거나, 특유의 끈질긴 생명력 같은 특성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바퀴벌레라 불린다. 오늘은 이 슬픈 운명의 주인공들을 모아봤다.
TOP 5. 사이퍼즈 웨슬리(사이퍼즈)
사이퍼즈의 '제네럴 웨슬리'. 비능력자임에도 강력한 퇴역 장군 캐릭터다. 서포터로 분류되어 있지만 상위권 체력과 높은 치명타를 가졌고, 실제로는 원거리 딜러(딜포터)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웨슬리의 최대 강점은 뛰어난 생존력이다. 원딜보다도 뒤에 자리 잡는 3선 포지션에, 평타의 원거리 경직 및 다운, 지뢰 특유의 방어 능력 때문에 적이 물기가 까다롭다.
여기에 설령 물리더라도 즉시 무적 회피기인 '긴급회피'와 힐킷으로 살아나가곤 한다. 이런 높은 생존력 덕분에 '웨퀴벌레'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기적인 플레이로 승리에 도움이 안 되는 악질 유저(충)가 많다는 비하적인 의미도 있지만, 구르기와 힐킷으로 아무리 때려도 안 죽는 고수들의 끈질긴 생존력을 칭송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여기에 윤기 도는 짙은 갈색 기본 복장도 이 별명에 한몫했다.
TOP 4. 폭격형 카논(에픽세븐)
또 다른 바퀴벌레 별명을 지닌 이는, 에픽세븐의 5성 사수 영웅 '카논'이다. 비행과 폭격에 특화된 타입으로, 스스로를 '논논'이라 부르는 귀여운 캐릭터다. 성능도 좋고 외형도 귀여워 인기가 높다. 스토리적으로도 딱히 모나지 않았기에, 비하받을 이유도 없다. 그런데 일부 유저들은 그녀를 '바퀴벌레 같다'고 말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비행 외형 때문이다.
카논은 폭격형 자동인형이라 비행 수트를 입는데, 어깨에 달린 검고 미끈한 여러 개의 날개형 갑주가 문제다. 바퀴벌레는 단단한 외피형 겉날개와 그 안에 숨어 있는 뒷날개를 모두 사용해 푸드득대며 날아다니는데, 카논의 여러 겹 날개가 꼭 바퀴벌레가 날개를 펼친 모습 같다는 것. 심지어 날개 안쪽에 달려 있는 원형 폭탄은 '날개에 달고 다니는 알'이라는 별칭까지 있다. 여기에 흑발 트윈테일의 더듬이 같은 장식까지 더해져 바퀴벌레 이미지를 완성했다.
TOP 3. 아트록스(리그 오브 레전드)
리그 오브 레전드(롤)의 챔피언 아트록스도 이 별명이 붙어 있다. 얼핏 유리몸처럼 보이는데 강력한 패시브 흡혈 때문에 생명력이 은근히 질겨서 '탱커' 태그까지 붙어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죽음에 이르는 피해를 받으면 체력의 30%를 회복하며 부활하는 패시브가 있었고, 흡혈을 기반으로 한 유지력으로 질기게 살아남았다.
리메이크 후에는 흡혈과 회복 능력이 더욱 강해졌다. '딸피' 상태로 금방 죽어나갈 것처럼 보이던 아트록스가 흡혈과 회복을 기반으로 계속 살아 움직이는 걸 보면 끔찍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여기에 어둡고 반들반들한 외피와 군데군데 드러난 붉은 피부, 날개를 펼치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외형도 한몫했다. 아트록스에게 몇 번 당하고 나면 '지옥에서 기어 나온 거대 미국바퀴'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롤에는 성능이나 활용법 등으로 인해 '충' 소리를 듣는 캐릭터들이 수두룩하지만, 아트록스만큼은 외형과 플레이 스타일만으로 이러한 별명을 얻은 터라 더욱 값지다.
TOP 2. 성기사(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지난 2019년, "[순정남] 떼껄룩처럼, 게임에서 유래된 인싸 단어 TOP5" 기사에서 소개한 신조어 1위로, '신기하고 기발하다'는 뜻으로 널리 쓰이는 '신박하다'는 단어가 있다. 이 단어의 유래가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우)의 성기사다. 과거 오리지널 시절, 얼라이언스 진영의 성기사는 특유의 징글징글한 생명력과 거의 모든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 잡식성으로 유명했다.
당시 친 호드 진영 커뮤니티에선 이들에게 비하 반 시기 반의 의미를 담아 '바퀴벌레' 이미지를 붙여 '성박휘'라 불렀고, 여기서 '보호기사(보박)', '징벌기사(징박)' 같은 'X박' 단어들이 파생됐다. 그중 '신성기사'를 뜻하는 '신박'이 유달리 입에 붙어 '신박하다'가 된 것. 호드 진영의 시샘 섞인 비하였지만, 진영 이동이 기본 서비스 중 하나가 되고 얼라이언스와 호드 간 갈등이 심하지 않게 된 이후로는 그냥 옛날 이야기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박'이라는 단어와 바퀴벌레 이미지는 여전히 남아 있으니, 족히 100년은 갈 별명이 아닐까 싶다.
TOP 1. 코토부키 미유키(도키메키 메모리얼 2)
도키메키 메모리얼 2의 히로인, 코토부키 미유키. 그녀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불운'이다. 이름은 '아름다운 행운(美幸)'이라 쓰지만 현실은 지독한 불운의 아이콘이다. 매일 덤프트럭에 치이는 건 일상이고, 생일은 일본 설날인 1월 1일이라 가족들도 잊어버리곤 한다. 엔딩에서조차 트럭에 치여 날아가거나 낚싯대에 걸린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억까'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런 그녀의 별명은 바퀴벌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 모든 생명의 위협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 때문이다. 또한 특유의 풍성한 장발과 위로 솟은 두 가닥 바보털이 뒤에서 보면 얼핏 바퀴벌레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결정적으로 성씨인 '코토부키'는 일본어로 바퀴벌레를 뜻하는 '고키부리(ゴキブリ)'와 발음마저 비슷해 이 별명을 벗을래야 벗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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