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가 북미 및 호주와 동남아 시장에서 도요타 하이럭스, 포드 레인저와 경쟁할 수 있는 픽업 트럭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픽업트럭 라인업 확대에 나선다. 그동안 SUV, 세단, 전기차 등 전 차종을 빠르게 확장해 온 현대차와 기아가 비교적 공백으로 남아있던 글로벌 픽업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 호주법인 관계자는 최근 “호주는 픽업이 곧 실생활의 중심에 놓인 시장이다. 캠핑, 아웃도어 활동, 업무, 가족 이동까지 하나의 차가 모든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라며 “현대차가 준비 중인 새로운 픽업 라인업은 단순한 차종 확장이 아니라 호주 고객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성능과 감성을 반영한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북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싼타크루즈(Santa Cruz)가 라이프 스타일형 픽업으로 자리 잡았다면 현대차는 여기에 본격적인 상업·레저용 중형 픽업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호주 및 동남아 시장에서 도요타 하이럭스, 포드 레인저 등이 장악하고 있는 중형 픽업 세그먼트에 대응하는 신차 개발도 진행되고 있으며 2027년 전후 출시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또 북미 전용 보디 온 프레임(Body-on-Frame) 구조의 정통 픽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는 현재 싼타크루즈가 모노코크 플랫폼 기반이라 내구성과 적재 능력에서 전통 픽업 대비 아쉬운 부분을 지적받아온 것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해당 모델은 내연기관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연장 주행 전기차(EREV) 등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픽업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은 속도보다 ‘선택의 폭’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영한 전략이다.
여기에 타스만의 파생 모델이 아닌 독자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하는 기아의 또 다른 픽업 트럭도 언급되고 있어 현대차와 기아가 픽업 트럭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기아 타스만, 현대 싼타크루즈, 호주 전략형 픽업, 북미 전략형 픽업 등 서로 성격이 다른 네 개의 픽업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와 기아는 라이프스타일형부터 본격 상업용, 오프로더 지향 모델, 전동화 전략형까지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글로벌 판매 지역·용도·고객층을 폭넓게 커버할 수 있게 된다.
픽업 시장은 지역별 사용 목적과 브랜드 충성도가 확고해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다. 그러나 최근 레저 확산, 캠핑 문화 성장, 도심형 픽업 확대 등 트렌드 변화는 새로운 수요 창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 중동, 오세아니아는 여전히 픽업이 ‘패밀리카’로 소비되는 시장으로 성장 여력이 크다.
현대차는 오프로더 감성, 실용성, 전동화 전략을 균형 있게 조정하며 픽업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차종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성격과 사용 목적에 맞춘 차별화된 픽업군 전략으로 시장에 접근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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