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x86 서버 전략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름이 만만치 않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복잡하고 어려울 수밖에 없는 데이터센터를 통합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HP는 새 프로세서를 쓴 새로운 서버를 내놓았다는 것보다는 고객들이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 고민한 결과를 제품으로 꺼내놓았다고 말한다.
한국HP ISS(업계 표준 서버) 마케팅과 세일즈를 맡고 있는 김영채 상무(사진)는 “HP는 지난 3년간 고객들이 현장에서 겪는 실제 이야기를 듣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설계했다. 특히 고객들의 업무 중 70%가 단순한 오퍼레이션과 시스템 관리에 투입되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업무는 30%에 그친다는 점에 집중했다. 이를 반대로 뒤집어 실제 업무에 70%의 노력을 부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라고 말한다.

사실 x86 서버와 클라우드가 시장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생긴 문제는 복잡성이다. 보통 클라우드를 위한 시스템은 서버 몇 십대 수준이 아니다. 적어도 1천대, 보통 2~3천개 서버를 묶을 만큼 거대한 프로젝트다. 그러다보니 데이터센터는 자연스레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내부적으로도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서버 각각에 대해서도 정리가 쉽지 않은 비정형 데이터가 늘어남에 따라 점차 관리가 어려워진다. 이를 마치 PC 한 대 놓은 것처럼 들여다보고 관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HP가 최근 가장 강조하는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구입해서 쓰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HP는 벌써 8세대까지 온 프로라이언트 Gen8을 둔다. x86 자체가 프로세서, 칩 등이 기본적으로 표준화 되어 있다 보니 기본 성능은 비슷할 수 있지만 제조사들은 저마다 독특한 기술을 넣는다. HP는 서버에 ILO라는 콘트롤러 칩을 넣었다. 이 칩은 기본적으로 서버의 셋팅을 몇 초 만에 마친다. 이전에도 HP는 CD를 통해 수 천대의 서버를 몇 분만에 셋팅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지만 이를 ILO칩에 더했다.

▲ 서버 옆의 자그마한 단자를 통해 ILO칩 속 정보들이 수집돼 장애 처리가 수월하다
또한 실시간으로 서버의 상태를 체크해 문제가 있는 서버는 물론이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했다. 1600개의 파라미터가 실시간 체크하기 때문에 정확도는 물론이고 ILO 칩 내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시스템 성능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번 8세대 프로라이언트 서버 옆에는 자그마한 단자가 있다. 이를 통해 서버 랙, 관리 툴에 연결하기 때문에 특정 랙과 그 안에 어떤 서버가 문제를 일으켰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관리자는 그저 어디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는지 찾으면 된다. 특히 클라우드로 서버를 수 천대씩 품고 있는 데이터센터에서 원인을 빠르고 정확히 찾아낸다는 것은 가용성 면에서 신뢰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는 서비스와도 직결된다. HP가 최근 발표한 프로액티브 서비스는 ILO의 데이터를 체크해 HP의 서비스를 요청할 때 이 정보가 함께 전달된다. HP 엔지니어들은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센터로 출발하기 전 문제가 생긴 부분이 메모리인지, 하드디스크인지 혹은 CPU인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 장애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김영채 상무는 “8세대 프로라이언트는 모든 설계의 기반이 보이저 프로젝트라는 이름 하에 모아온 고객들의 의견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부분이 변화한 이유입니다. 성능요? 그건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x86 서버의 차별점은 단순 플랫폼 성능이 아니라는 얘기다. HP의 제품 발표회장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CPU 소켓 방식도 그 한 예다. 누가 프로세서를 바꿀까 싶지만 실제 데이터센터 내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는 상황에 따라 CPU를 바꿔가며 쓰는 경우가 실제 종종 생깁니다. 당연히 LGA 타입 소켓은 CPU를 교체할 때마다 핀이 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장착 방식을 바꿨습니다.”
HP는 LGA 소켓 핀이 휘는 것을 막기 위해 핀 위에 프로세서를 놓고 덮개를 덮는 방식 대신 덮개에 프로세서를 미리 고정하는 방식을 썼다. CPU를 몇 번만 바꾸면 핀이 쉽게 휘어버리는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서버 본체에 하드디스크 작동 상태를 알려주는 LED를 단 것도 큰 의미가 있다. 하드디스크를 24개 가진 서버를 1000대 갖고 있다고 하면 그 중에서 고장난 하드디스크를 정확히 골라내서 빼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닌데 이 LED 하나로 하드디스크가 ‘나에요!’라고 손을 들어주는 셈이다.
▲ CPU를 소켓에 직접 달지 않고 덮개에 먼저 꽂아 흔들리지 않고 CPU를 교체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HP는 최상위급 서버인 슈퍼돔에 인텔의 아이태니엄 프로세서에 제온 E7 프로세서를 더하고 있다. 이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HP는 유닉스와 x86 서버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최대한의 선택권을 주겠다는 겁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유닉스를 구입했느냐, x86을 구입했느냐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뭘 할 수 있느냐, 어떤 서버가 그 일을 잘하겠냐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이미 특정 업무들은 x86으로 바뀌는 수순이고 굳이 유닉스를, x86을 고집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의미다.
비슷한 이유로 HP는 AMD의 프로세서를 이용한 서버도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최근의 AMD 옵테론은 제온처럼 파격적인 성능을 뽑아내는 것은 아니지만 애슬론 등 가격이 낮고 효율성이 좋은 프로세서를 갖고 있는 AMD인 만큼 마이크로서버 등의 용도로 적지 않은 판매를 일으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HP는 올해 프로라이언트 8세대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 기술을 더해 x86 시장에서 50%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호섭 기자 notebook@it.co.kr
상품지식 전문 뉴스 < 미디어잇 (i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