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는 몇 인치가 제일 좋을까?"
애플이 이달 중 아이폰5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품의 크기를 둘러싼 루머가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외 언론의 분위기를 살펴보면 4인치(혹은 3.75인치) 디스플레이 탑재가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숫자로만 본다면 전작에 적용된 3.5인치 디스플레이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이폰의 디스플레이 확대는 단순히 디자인 측면에서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0.5인치 차이로 많은 것이 바뀌기 때문이다.
▲ 아이폰5로 추측되는 동영상 유출본 캡쳐 (출처:유튜브)
최근 독일의 한 사이트에는 아이폰5로 추정되는 제품의 동영상이 등장했는데, 이를 토대로 3.75인치 출시설이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의 앱포폰을 비롯, 외신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이폰5의 디스플레이는 3.75인치이며, 길이는 123.99mm 수준이다. 이 루머를 토대로 만들어진 목업 제품을 살펴보면 좌우 폭은 전작과 동일하지만 상하 길이만 늘어난 형태다.
그렇다면 아이폰은 꼭 커져야 하는 것일까? 확실히 최근 출시되는 제품과 아이폰4S를 비교해보면 눈에 띄게 작다. 애플이 첫 번째 아이폰부터 뚝심 있게 3.5인치 디스플레이를 고수하는 사이, 안드로이드 진영은 4인치를 훌쩍 넘어 5인치급 스마트폰까지 출시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2는 무려 5.5인치에 육박한다.
세계적인 트렌드를 고려한다면 새로운 아이폰이 기존보다 큰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보였던 태도를 고려한다면 애플 입장에서는 믿기 힘든 결단이다. 잡스는 “손으로 잡을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스마트폰은 누구도 사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안드로이 진영의 대형 스마트폰을 비난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 아이폰5 목업 디자인과 아이폰4S 비교 (출처:nowhereelse)
디스플레이가 달라지면 기기 간의 콘텐츠 호환성이 무너진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제외한 모든 모바일 기기에 동일한 비율의 3.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왔다. 때문에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모든 애플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동일한 비율과 화면 배열을 채택했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고 있는 3.75인치 혹은 4인치 아이폰5가 등장한다면 애플이 그간 유지해온 통일성이 한 순간에 무너진다.
결과적으로 아이폰의 크기를 둘러싼 쟁점은 보다 큰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변화할 것인지, iOS 생태계 안에서 지켜오던 콘텐츠의 통일성을 지키고 전작의 디스플레이를 유지할 것인지다.
▲ 아이폰5 목업 디자인과 아이폰4S 비교 (출처:9to5mac)
이 변화를 둘러싸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한 해외 누리꾼은 IT 매체에 보도된 아이폰5 디스플레이 관련 기사에 “거리에서 발견되는 4.5인치가 넘는 몬스터(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은 핸드백이 있는 여성들이나 쓸 수 있다”며 “아이폰에게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큰 화면의 아이폰은 생각만 해도 메스껍다”며 강한 반감을 나타내는 애플팬들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 누리꾼들은 SNS를 통해 “아이폰 크기가 3.75인치가 된다고 해도 너무 작다”고 언급하거나 “솔직히 3.5인치는 너무 작아서 불편하다”고 말하는 등 전혀 다른 의견을 냈다. 애플의 변화가 호불호가 나뉘는 선택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아이폰5는 빠르면 9월 중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미국 이동통신 사업자인 AT&T는 애플이 9월 12일 경 제품 공개 행사를 개최하고, 21일부터 정식 판매에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경화 기자 ha@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