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잇 정치연] 현대자동차가 수입차 대항마를 목표로 개발한 대형세단 '아슬란'이 출시 이후 저조한 판매량을 이어가면서 1997년 판매 부진으로 단종된 '마르샤'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아슬란은 올 들어 4월까지 총 3900여 대가 팔리며 월평균 1000대 미만의 부진한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이는 현대차가 제시한 연간 판매 목표인 2만2000대(월 1800대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아슬란은 지난해 10월 출시 첫 달 239대를 시작으로 11월 1320대, 12월 992대, 올해 1월 1070대, 2월 1054대, 3월 866대, 4월 965대가 판매됐다. 특히 올 들어 수백만원에 달하는 재고차 할인 등이 시행됐음에도 좀처럼 판매 회복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출시 7개월 만에 '공식 판매가격' 인하
아슬란의 판매 부진에 현대차는 출시 7개월 만에 공식적인 가격 인하를 선언했다. 그동안 한정된 물량에 한해 재고차량 할인 등이 진행됐지만, 공식적인 차량 가격 인하는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아슬란 최하위 트림 가격을 95만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신차를 출시한 이후 공식적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차는 아슬란 3.0 모델의 기본형인 모던 트림을 '모던 베이직'과 '모던 스페셜' 트림으로 이원화했다. 이에 따라 모던 베이직 트림은 앞좌석 통풍시트, 퍼들 램프 등의 기존 사양을 빼 기존 모던 트림(3990만원)보다 95만원 내린 3895만원으로 책정됐다.
기본형 가격을 낮춰 고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기존 현대차 보유고객이 5월 아슬란을 구매하면 차량가격의 100만원을 할인해주는 특별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 혜택을 적용해 아슬란을 구매하면 기존보다 195만원 3795만원에 아슬란 모던 베이직 트림을 구매할 수 있는 셈이다.

3년 만에 단종된 실패작 '마르샤' 전철 밟나
아슬란의 판매 저조의 원인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위치한 애매한 차급 및 가격 포지셔닝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틈새시장을 노렸으나, 이를 원하는 실수요는 높지 않았던 것이다.
아슬란과 플랫폼(차대)을 공유하는 기존 그랜저와의 차별화 전략도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관은 그랜저를, 실내는 제네시스를 흉내 낸 듯한 디자인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1997년 판매 부진으로 단종된 '마르샤'처럼 아슬란도 조기 단종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현실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1995년 첫선을 보인 마르샤는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를 매울 준대형 세단으로 개발됐으나, 애매한 차급과 가격 정책, 기존 쏘나타와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출시 3년 만에 단종된 바 있다.
실제 아슬란도 비슷한 이유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실패하면서 비운의 차 마르샤의 전철을 밟아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뒤늦은 할인 공세로 아슬란의 판매량이 회복될지는 미지수"라며 "출시 전부터 많은 누리꾼이 아슬란의 디자인, 가격, 차급 문제 등을 지적했음에도 현대차가 고객의 소리를 외면하고 출시를 강행해 발생한 전형적인 실패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