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없으면 불편하지만 있다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자산이다. 구입한 후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는 하락하면서 정기적으로 손 봐줄 곳은 늘고, 운행할 때마다 연료 주유도 필요하다. 심지어 운행하지 않아도 세금과 보험료는 꼬박꼬박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자동차는 현대인에게 매우 중요한 이동수단이자 동시에 지속적인 유지비 출혈을 감당해야 하는 자산이기도 하다.
삶의 여유가 넉넉한 오너 드라이버가 아니라면 대부분 운전자가 이 유지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한다. 단 몇 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고, 가성비 좋은 엔진오일을 찾기 위해 인터넷 최저가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정비소 공임비를 아끼기 위해 스스로 정비하는 방법을 익히는 운전자도 늘고 있다. 자동차 유지비를 조금이라도 절약하려는 노력이 운전자들을 점점 능력자로 진화시킨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알뜰한 운전자들도 체계적인 지출 관리에는 약한 모습을 보여준다. 당장 어제 먹은 점심밥도 기억이 나지 않는 마당에 엔진오일을 언제 교체했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소모품 교환일을 적어 두는 운전자도 있지만, 어디에 적어 두었는지 찾을 수 없는 경우가 일상다반사다. 이럴 때는 자신의 기억력을 탓하기보다 스마트하지 못했음을 탓해야 한다. 바로 이런 운전자들을 위해 자동차 유지 관리를 도와주는 앱이 다수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계 지출은 가계부, 차량 지출은 차계부
소싯적에 용돈 기입장을 작성해 본 경험은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예전에는 이러한 수입·지출 기록을 일일이 손으로 적어야 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 앱으로 간단히 작성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출시된 가계부 앱들은 수입과 지출을 자동으로 기록해 주는 것은 물론이고, 통계 정보를 제공해 소비 패턴을 자동으로 분석해 주는 등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여러모로 도움을 준다.
가계부 앱처럼 자동차의 유지 관리를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을 차계부(카계부)라고 부른다. 물론, 차계부 앱은 일반적인 가계부 앱과는 기능이 많이 다르다. 단순히 자동차로 인해 발생한 지출을 기입하는 앱이 아니라, 자동차와 유지 보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앱이기 때문이다. 주유 기록과 연비를 계산해 주는 기능은 모든 차계부 앱이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엔진오일을 비롯한 각종 소모품의 교환 주기 등을 따로 정리해 기록해 둘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소모품의 점검이 필요한 시기와 교환 시기를 미리 파악해 더욱 안전하게 자동차를 관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주변의 주유소와 정비소의 위치를 제공하기도 하고, 공임 등을 미리 확인해 볼 수도 있다. 일부 앱은 이러한 업체들과 제휴를 통해 앱 이용자에게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를잘 활용하면 자동차 유지비를 더 절약할 수 있다. 물론, 이런 할인 혜택이 없다고 해도 차계부 앱은 그 자체로 현명한 오너 드라이버의 필수품이라 할 수 있다.
차계부 앱 3종 비교
▶ 마카롱 ★★★★☆
현재 인터넷에서 차계부 앱 추천을 부탁하면 가장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최고의 차계부 앱으로 통한다. 현재 출시된 자동차들의 브랜드와 차종이 총 망라되어 있어, 소유하고 있는 차량의 기종을 선택할 수 있다. 차종을 선택한 후 월 주유 횟수와 한 번 주유할 때 얼마나 넣는지 등을 선택하면 월평균 예상 주유금액과 1년 예상 주행거리를 표시해 준다.
또한 입력할 수 있는 항목의 종류가 많고, 입력폼 자체도 편리하게 디자인되었다. 가령 주유 기록을 입력할 때 자동으로 가장 가까운 주유소의 정보가 자동으로 선택되며, 해당 주유소의 연료 가격도 함께 표시된다. 물론 내가 방문한 주유소가 아니라면 맵에서 쉽게 바꿀 수 있다. 리터당 가격이 자동으로 표시되기 때문에 실제 주유한 가격만 입력하면 몇 리터가 주유됐는지 표시된다. 옵션으로 세차를 했다면 세차비용도 기입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정비 항목만 22종에 이르고 추가 또한 가능하다. 다만, 정비 목록의 점검 및 교환 주기를 제조사 메뉴얼에 맞춰서 표시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확한 차종을 입력할 경우 해당 차량의 제원부터 보험료까지 확인해 볼 수 있고, 같은 차를 소유한 오너들과 평가 및 정보를 공유할 수도 있다. 또한, 입력한 정보를 기준으로 향후 점검 스케줄을 정리해서 보여주고, 내가 기록한 내용을 그래프화 시켜서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에 게임의 도전과제 처럼 앱을 사용할 때마다 배지를 획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앱을 더욱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 EcoD ★★★☆☆
EcoD는 최소한의 차계부 역할만 하는 앱이다. 하지만 자차의 정보 등록을 수동으로 직접 기입해야 하며, 요구하는 항목도 많아 자동차의 제원을 모르면 채워 넣을 수 없을 정도다. 자차의 정보를 완벽하게 채워 넣는다고 해서 딱히 데이터에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
단순한 메인 화면은 자차의 정보와 3개월 동안의 지출 내역을 표시해 준다. 상단에는 카테고리별로 주유, 정비, 유지, 알림, 통계 등의 탭이 있으며, 해당 탭을 선택하면 메인 창이 바뀐다. 내용 작성은 우측 상단의 +버튼을 눌러 해당 카테고리에 지출 내역을 작성할 수 있다.
주유의 경우 주유가격 및 리터당 가격을 입력하면 주유량은 자동으로 계산되어 표시된다. 누적 주행 거리를 입력하면 지난번 주유한 이후의 연비를 자동으로 계산해 주며, 알림 탭에서는 소모품의 교환 주기와 알림 여부를 설정할 수 있다. 통계 탭에서는 전체 지출을 간단한 선형 그래프로 표시해 준다. 데이터 백업은 지원하지만, 별도의 파일로 내보낼 수 없다.
▶ 카링 ★★★★☆
카링은 차계부 전문 앱은 아니다.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망라한 일종의 포털 앱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동차 전문 포털 앱 안에 차계부 서비스도 제공하는 셈이다. 자동차와 관련한 매장들의 위치 정보와 가격 비교, 특가 이벤트 등을 제공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카링 차계부는 메인 서비스가 아닌 만큼 마카롱처럼 다양한 기능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기본기능은 충실하다.
인터페이스만 보면 차계부라기보다 차다이어리에 가깝다. 달력 화면의 날짜를 선택하고 하단의 차계부 작성 버튼을 누르면 주유, 세차, 정비, 기타의 네 개 항목 중 하나를 선택해 내용을 작성할 수 있다. 내용을 작성하면 날짜 밑에 해당 카테고리와 동일한 색상의 점이 찍힌다. 새로운 내용이 추가될 때마다 해당 카테고리의 점이 하나씩 늘어나며, 점은 최대 3개까지 보여진다.
자차 정보를 등록할 때 마카롱처럼 제조사와 차종을 선택해서 고르기만 하면 된다. 또, 주유 및 정비 기록을 기입할 때 주변의 주유소, 정비소의 상호가 자동으로 등록되며 내가 이용한 매장이 아닐 경우 가까운 매장 리스트에서 선택할 수 있다. 주유소를 선택할 경우 내 차에서 사용하는 연료의 실시간 가격이 바로 등록된다. 하지만 그래프 같은 통계 자료나 연비 등은 따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단점이다.
기획, 편집/ 홍석표 hongdev@danawa.com
글, 사진/ 석주원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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