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좌절을 맛봐야 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워낙 오래돼 수명이 다한 경우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위안을 삼겠지만, 잘 쓰고 있던 제품에 갑자기 문제가 생기면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 눈 앞이 캄캄해지기 마련이다.
비단 PC 뿐만이 아니다.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제품에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소비자든 당황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문제는 가까운 A/S 센터 혹은 수리점에서 해결이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소생 불가 판정을 받거나 과도한 수리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를 해야하는 상황이라면 눈물을 머금고 제품을 폐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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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어느 작은 마을에 실제로 이런 곳이 있어 화제다. 바로 IT 업계의 화타(華佗)로 불리는 이성희 대표가 운영하는 PC 마스터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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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희 PC 마스터 대표 |
포천 PC 마스터, 그곳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
포천시 소흘읍 이가팔리에 위치한 PC 마스터는 조립PC 및 부품 판매와 수리를 주로 하는 곳이다. 이렇게 말하자면 어느 동네에나 하나쯤 있는 컴퓨터 매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외관상 차이점이라면, 쉬이 찾아오기 힘든 외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과 내부가 조금 크다는 정도.
하지만 PC 마스터는 여느 PC 매장과 다른 특별한 곳으로 더 잘 알려졌다. 바로 모든 전자 제품에 대한 수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아니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라고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PC 마스터는 정말 모든 전자 제품에 대한 수리가 가능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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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PC 마스터가 전국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매장이 된 것은 PC 업자들 사이에서 소위 화타로 통하는 이성희 대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죽은 사람도 살려낸다는 화타라는 별명이 조금은 과장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은 IT 업계의 화타, 21세기 마지막 전파사, 척척박사 이성희 등의 별명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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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2시간 남짓 동안 5팀이 노트북, 워크스테이션PC 등을 들고 찾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들 모두 수원, 서울 등지에서 근무하는 동종 업계 관계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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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손님 중에는 이 곳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찾아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게다가 A/S 센터의 경우 부품을 새 것으로 교체해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PC 마스터는 고장난 부분을 직접 찾아 고쳐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합니다"라며, "보통 PC 매장이라 하면 지역 고객이 대부분인데, 우리 매장은 전국에서 찾아옵니다. 가까운 가평이나 의정부는 물론 수원, 평택 심지어는 충청도나 전라도에서 고객이 찾아 오는 경우도 있어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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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마스터가 처음 문을 연건 지난 2005년 4월이다. 올해로 16년차이니, 경력만으로 충분히 형님 소리를 들을 법하다. 하지만 오늘날의 PC 마스터가 되기까지 결코 평탄한 길만 걸어 왔던 건 아니다. 처음에는 일반적인 PC 매장으로 시작했지만, 수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의 과정이 있었기에 전문적인 기술력을 갖춘 매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오픈 당시 이성희 대표는 동종 업계 관계자와 친해지기 위해 근교에 위치한 PC 매장에 개업떡을 돌리러 갔다고 한다. 하지만 돌아온 건 철저한 냉대와 무시였다. '안그래도 많은데 또 생겼냐'며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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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대표는 "사실 좀 난감했습니다. 수리라는게 어디가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그래도 이거 말고는 길이 없겠구나 싶어 밤낮으로 수리에만 매달렸습니다. 그렇게 몇 년 동안 회로를 계속해서 쳐다보니 조금씩 문제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이제는 기판이 들어간 전자 제품은 어지간해서는 고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게 됐죠"라며, "그러다 보니 주변 업자들이 조금씩 수리를 맡기더라구요. 이제는 전국에 있는 동종 업계에서 거래 및 제휴 문의가 쏟아지는 상황까지 오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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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를 주로 하다 보니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많다. 이성희 대표는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으로 땅끝 마을 해남에서 온 가족을 꼽았다. 해남에서 사는 어느 가족이 PC 마스터에 대한 소문을 듣고 차에 고장난 PC 3대를 싣어 포천까지 찾아 온 것이다.
참고로 해남에서 포천까지는 약 430km로 승용차로 대략 6시간 남짓 걸린다. 어지간히 큰 마음을 먹지 않고서는 오기 힘든 거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족은 PC 마스터를 찾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고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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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는 가평에서 수냉PC가 고장났다며 방문한 고객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여러 군데 서비스 센터를 전전하다 수리 불가 판정을 받고 찾아 온 것이다. 메인보드 불량이었는데,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지만 깔끔히 수리해 전과 다름없이 원상복구를 해놨다. 해당 고객은 너무 고마운 나머지 문 앞에서 큰 절을 하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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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PC,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품질은 확실히 보장!!!
안타깝게도 조립PC의 판매량은 대도시에 위치한 여느 매장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온라인 판매 없이 오직 매장에서만 판매하다 보니 지역 고객 외에는 구매자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하지만 써본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 입소문을 통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깔끔한 마감과 접지에 대한 꼼꼼한 처리, 철저한 테스트에 튜닝까지 신경써서 조립해 구매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타지에서도 제품을 주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매장을 더 크게 키우고자 하는 욕심도 가질 법한데, 이성희 대표의 철학은 우직하리만큼 완고했다. 단순히 PC를 한 대 더 판매하기 보다는 '하나를 팔더라도 고객이 믿고 쓸 수 있는 확실한 PC를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많은 양의 PC를 파는 것도 좋죠. 하지만 PC 마스터가 현재 2명의 인원이서 운영되는 만큼 대량의 제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누구나 믿을 만한 제품을 만들자'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는 일반 조립PC 외에도 튜닝PC나 커스텀 수냉PC도 만들 수 있으니, 이에 대한 문의도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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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마스터가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듣는 이유는 비단 실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근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어려운 이를 위한 선행을 이어오며, 진정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평소 수리한 제품 혹은 이래저래 모은 부품을 조립해 소년소녀 가정이나 결손 가정 등 PC를 구매하기 어려운 기초 수급 가정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있다.
실제로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포천 PC 마스터'를 치면 저소득 아동에게 노트북을 선물했다는 기사를 쉽게 찾을 수가 있다. 포천시 소흘읍 복지센터와 손을 잡고 지난 9년간 무려 100여대의 PC를 기증해 지역사회의 기부왕으로 칭송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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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제 큰 딸이 태어났을 때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중고 노트북과 PC를 기자체에 기증하고 있습니다. 올해 딸이 9살이니 그 동안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기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또한 제가 먼저 읍사무소에 제안해 성사된 것입니다. 원래는 여기저기 알릴 생각이 없었는데, 어떻게 알고 언론에서 찾아와 인터뷰를 하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습니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기왕이면 새 제품을 지원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만한 여건이 안 되다 보니 중고 제품을 수리해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복지센터에서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아요. 원래는 1년에 2차례를 기부했는데, 현재는 더 많이 하고 있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저소득층 가정에 기증을 하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라이젠 시스템을 주로 추천 '이제는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PC 마스터에서는 PC를 조립할 때 주로 어떤 부품을 선호할까? 물론 손님이 콕 짚어 사양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어떤 부품을 절대적으로 많이 사용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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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성희 대표가 라이젠 프로세서를 사용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AMD의 제품은 발열이 심하고 안정화가 어렵다는 불신을 갖고 있었다. 때문에 손님들에게 거의 권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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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포자기 하는 마음으로 '기왕에 생긴 PC인데, 이것저것 테스트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돌려보고 오버클럭도 해봤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았다. 우려했던 발열 문제도 없었고, 성능도 좋았다. 프로그램 호환성도 무척 좋아 쓸수록 마음에 들었다.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 걸 눈으로 확인하니 어느 정도 신뢰가 생겼다. 현재는 방송용PC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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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파워서플라는 안정성을 고려해 슈퍼플라워를 많이 사용하고,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는 안정성과 튜닝 등을 고려해 MSI를 많이 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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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고의 노력 끝에 화타 혹은 신의 손 같은 소위 말하는 '끝판왕'의 별명을 얻게 된 이성희 대표. 잠깐 동안이지만, 일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에서 흡사 맥가이버와 같은 박식함을, 격없이 사람을 대하는 말투에서 순돌이 아빠와 같은 푸근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명성을 고려한다면 좀더 큰 욕심을 부릴 법도 하건만, 바람은 오히려 소박했다. 많은 돈을 벌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잘하고,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것. 그리고 지역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삶이 아닐까라는 반문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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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희 대표(좌)와 방영선 실장(우) |
이성희 대표는 "PC 마스터를 찾아주시는 모든 고객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장 및 수리에 대한 이모저모는 최근 오픈한 유튜브 채널 '방글라TV'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니 참고를 부탁드립니다"라며,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손님들이 웃으면서 가시는게 좋기 때문에 언제나 지금처럼 할 생각입니다. 스스로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수리에 있어서는 최고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으니,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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