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노트북을 구매할 때 성능을 우선시한다면 가장 최신 제품을, 가성비를 생각한다면 이전 세대 제품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최신 제품은 비싸지만 당연히 최신 CPU를 탑재한 만큼 성능이 좋고, 이전 세대 제품은 최신 제품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지만, 성능이 낮아서 활용도가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노트북에 사용되는 모바일 프로세서들이 성능을 엄청나게 끌어올렸기 때문에, 이제는 한 두 세대 전의 제품은 일상 용도로는 체감 상의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 수준까지 와버렸습니다.
특히 올해는 평상시보다 더 많은 세대의 노트북 제품이 시장에서 혼재하여 판매 중이기 때문에 성능과 가성비를 잘 따져 봐야 합니다. 예전 같으면 2세대 이전 제품은 최신 세대 제품과 비교해 성능이 많이 떨어져 선택지에서 제외되곤 했지만, 현재는 성능이 상향 평준화된 만큼 2세대 이전 제품이라도 '가격이 착하다면' 충분히 선택지에 넣을 수 있습니다.
▲ 게이밍 용도로는 체감 차이가 꽤 있습니다. CPU뿐만이 아니라 GPU도 세대 차이가 나기 때문이죠
<출처 : https://www.cpubenchmark.net/>
하지만, 고성능을 요구하는 게이밍 노트북이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2세대 이전 제품과 최신 제품의 체감 차이가 꽤 있습니다. 특히 CPU뿐만 아니라 GPU까지 성능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성능의 갭이 더 벌어지죠. 그러니 게이밍 노트북은 싸다고 무턱대고 구형 재고를 구매하는 것보다는 정확하게 본인이 원하는 성능의 정도를 파악한 다음에 고르셔야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게이밍 노트북은 잠깐 미뤄두고, 요즘 경량 데일리 노트북을 고를 때 어떤 CPU가 탑재된 제품을 고르면 좋을지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제조사와 무관한 고민
U-시리즈? H-시리즈? 저전력이냐, 고성능이냐
보통 경량 데일리 노트북에는 CPU가 저전력 버전인 U-시리즈로 탑재되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하지만 몇몇 제품은 고성능 버전인 H-시리즈가 탑재되기도 합니다. 이는 U-시리즈보다 더 높은 성능의 CPU를 원하는 사람을 위한 제품이죠. 인텔의 경우에는 12세대부터는 그 중간 정도 되는 P 시리즈도 있습니다. 사실상 12세대 이후로는 거의 P시리즈가 인텔의 저전력 데일리 노트북 프로세서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네요.
아무튼 프로세서 뒤에 H가 붙어 있는 제품들은 저전력 모델에 비해 그만큼 전력 소모도 빠르고 높은 발열을 해소하기 위한 쿨링 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런 제품들은 대개 U-시리즈 탑재 노트북보다 더 두껍고 무겁습니다. 따라서 높은 성능을 원한다면 H-시리즈를 탑재한 경량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지만, 보통의 경우 데일리 노트북에는 휴대성이 더 강조되기 때문에 U-시리즈나 인텔의 경우에는 P 시리즈를 탑재한 초경량 노트북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인텔 노트북의 경우
11세대, 12세대, 13세대 중에서 무엇을 사야 할까?
가격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성능도 나쁘지 않네
11세대 인텔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
현재 인텔 노트북 중에서 가장 저렴하고, 성능은 쓸만한 제품을 찾는다면 인텔 11세대를 탑재한 재고 제품이 있습니다. 인텔 11세대 타이거레이크는 코어 i7의 경우 최대 4코어 8스레드로 구성되었으며, 내장 그래픽은 인텔 Iris Xe죠. 이전 세대인 인텔 10세대 아이스레이크보다 큰 폭으로 성능이 향상된 것이 특징이에요.
초창기 인텔 11세대 제품에서는 CPU의 TDP(Thermal Design Power, 열 설계 전력)가 15W인지 28W인지 구매 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28W 버전이 더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지만, 그만큼 배터리 소모가 빠른데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원하는 버전을 고를 수 없었던 것이죠. 다행히 최근에는 11세대 탑재 노트북들도 TDP가 15W인지 28W인지 표기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구매 전 꼭 확인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노트북을 고를 때 디자인을 고려하는 사람이라도 11세대 노트북 부터는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인텔 11세대 ~ 12세대 노트북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쳐온 제품인데요, 부품 부족이라던지, 여러가지 이슈가 겹치면서 11세대 노트북의 디자인을 12세대 노트북들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심지어 13세대 제품까지 똑같은 디자인을 사용한 업체도 있을 정도죠. 따라서 디자인 자체로는 인텔 11세대 재고 노트북이라도 오래된 제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가격과 성능, 확장성(부가기능)의 적절한 조화
12세대 인텔 프로세서 노트북
무조건 싼 것 보다는 적절한 성능과 신제품의 장점들, 그리고 가격의 스윗 스팟을 노리는 분들도 계실텐데요. 이런 분들께는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탑재 노트북이 적절할 수 있습니다. 성능이 굉장히 좋으면서도 최신 모델인 인텔 13세대 탑재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인텔 13세대와 비교하면 CPU 구성은 같으면서 동작 클럭이 조금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도 사실상 큰 차이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데일리 노트북의 용도에 한해
인텔 12세대는 스마트폰의 AP(Application Processor)에서 사용하고 있는 big.LITTLE(빅리틀) 방식의 하이브리드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하나의 CPU에 고성능의 P코어(Performance-core와 저전력의 E코어(Efficient-core)가 함께 탑재되어 있죠. CPU는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저전력인 E코어를 구동할 것인지, 고성능의 P코어를 구동할 것인지 선택하고 무거운 프로그램이라면 P코어와 E코어를 모두 구동시킵니다. 성능과 전력 모두 잡은 방식이라고 보여지네요.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인텔 12세대부터는 U-시리즈에서 P-시리즈가 파생됐습니다. U-시리즈는 15W의 저전력 포지션을 유지하고 P-시리즈는 인텔 11세대에서 있었던 TDP 28W 버전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다만, 인텔 12세대부터는 TDP가 아니라 PBP(Processor Base Power, 프로세서 기본 전력)와 MTP(Maximum Turbo Power, 최대 터보 전력)으로 표기합니다. 모든 코어가 동일한 성능이 아니고 고성능의 P코어와 저전력의 E코어가 혼합되었기 때문이죠. U-시리즈의 BPB는 15W, MTP는 55W이고 P-시리즈의 BPB는 28W, MTP는 64W인데, 좀 괜찮은 노트북 제품들은 대부분 P 시리즈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강력한 성능과 썬더볼트의 확장성, 적당한 전력 효율
13세대 인텔 프로세서 노트북
성능과 최신형을 보유한다는 만족감이 우선이라면 인텔 13세대 랩터레이크 탑재 노트북을 골라야 합니다. 인텔 13세대는 인텔 12세대에서 선보였던 하이브리드 방식의 완성판이라는 평가를 받죠. 모바일 프로세서 버전에서는 이전 세대와 코어 구성이 같지만, 동작 클럭이 크게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성능이 개선됐고. 전력 소모는 비슷해서 결과적으로 전성비도 개선됐습니다.
탑재할 수 있는 DDR5 메모리의 성능도 더 좋아졌어요. 인텔 12세대에서 DDR5는 4800MHz까지, LPDDR5는 5200MHz까지였지만, 인텔 13세대에서 DDR5는 5200MHz, LPDDR5는 6400MHz까지 인식할 수 있거든요.
인텔 13세대도 구분은 U-시리즈와 P-시리즈로 나눕니다. 인텔 12세대와 똑같이 U-시리즈의 BPB는 15W, MTP는 55W이고 P-시리즈의 BPB는 28W, MTP는 64W입니다. 일부 데일리 노트북에 H-시리즈가 탑재되기도 하는데 H-시리즈의 성능이 월등히 높긴 하지만, PBP가 45W, MTP가 115W로 배터리 소모가 심하고 발열도 있으므로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는 모델로 선택하는 게 좋습니다. 저라면 데일리 노트북으로는 P 시리즈를 탑재한 모델을 더 추천할 것 같아요.
AMD 노트북의 경우
요즘 데일리 노트북 시장에서 AMD가 선전하는 이유
AMD 시스템은 인텔 시스템에 비해 호환성이 떨어진다면서 기피하기도 하는데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환성이 떨어졌던 것은 라이젠 초창기 노트북 때나 그렇고, 요즘은 이러한 문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내장 그래픽의 성능이 인텔 CPU보다 높아 초경량 노트북으로도 얼마든지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고, 전력 효율성도 상당히 좋아서 데일리 노트북으로 AMD 프로세서 탑재 모델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데일리 노트북으로 최고의 가성비
라이젠 5000 시리즈 노트북
AMD의 CPU는 똑같은 5000 시리즈라도 개별 제품에 따라서 프로세서의 세부 코드명이 다릅니다 (아키텍쳐가 다른 것이라고 이해하셔도 무방합니다) 그래서 좀 복잡할 수 있습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는 세잔 H(고성능), 저전력 버전인 세잔 U, 구 세대의 리프레시 버전인 루시엔(저전력), 세잔을 업그레이드한 바르셀로(고성능/저전력 모두 포함)까지 뒤섞여 있습니다. 특히 루시엔은 5000 시리즈지만, Zen2 아키텍쳐 기반이기 때문에 성능이 다소 차이 납니다. 그 대신 가격이 그만큼 더 저렴한 것이 특징이죠. 루시엔은 숫자 두 번째 자리가 홀수이기 때문에(예: 5700U, 5500U) 이것을 기억해두면 됩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의 내장 그래픽은 VEGA 아키텍처 기반의 라데온 그래픽스가 탑재됐습니다. 경쟁사인 인텔의 Iris Xe보다 높은 성능을 지녀서 내장 그래픽으로도 어느 정도 3D 게임을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사양 게임은 어렵고, 리그오브레전드 수준이 적당합니다. 라이젠 5000 시리즈를 탑재한 재고 노트북들은 이제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일상 용도로 구매한다면 최고의 가성비일 수 있습니다.
잘 나왔지만 시중에서 보기가 어렵네?
라이젠 6000 시리즈 노트북
아마 최근 모바일 프로세서 중에서 가장 큰 반향을 가져온 것이 라이젠 6000 시리즈 렘브란트가 아닐까 싶네요. CPU 구성은 이전 세대와 동일하고 동작 클럭이 조금 높아진 수준이지만, 내장 그래픽이 라데온 RX 6000 시리즈 그래픽카드에 적용된 RDNA2 마이크로아키텍처 기반입니다. 특히 라이젠 7 6800U에 탑재된 라데온 680M의 성능이 굉장합니다.
라이젠 7 6800U는 옵션 타협을 통해서 AAA급 패키지 게임도 구동이 가능할 정도니까요. 예전에는 내장 그래픽 노트북에서는 설치조차 꿈도 꿀 수 없던 고사양 게임이 구동 되기 때문에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TDP 28W 정도 CPU의 내장 그래픽이 지포스 GTX 1050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낸다는 거죠.
요즘 주목 받는 UMPC 게임기도 최신 제품들은 모두 라이젠 7 6800U를 탑재할 정도로 게이밍 성능이 보장되어 있습니다. 라이젠 6000 시리즈를 탑재한 노트북은 사무용은 물론, 가벼운 게이밍 용도도 원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할만 합니다. 다만 게임도 함께 즐기는 것이 목적이라면 노트북의 쿨링 솔루션이 좋은 제품을 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고로 라이젠 6000 시리즈는 아직 라이젠 3가 출시되지 않았으며, 저전력 버전은 라이젠 5 6600U와 라이젠 7 6800U가 전부입니다. 라이젠 7 6850U도 있는데 이 모델은 보안이 강화된 라이젠 프로 프로세서이며 6800U와 동일하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최신 성능과 강력한 내장그래픽, USB 4.0을 원한다면
라이젠 7000 시리즈 탑재 노트북
AMD 시스템 중 가장 성능이 좋은 최신 모델을 사용하고 싶다면 당연히 라이젠 7000 시리즈겠죠. Zen4 아키텍처가 적용된 새로운 코드명 드래곤 레인지와 피닉스로 명명돼 있습니다.
드래곤 레인지는 최대 16코어와 DDR5, PCIe 5.0을 지원하고 TDP 55W 이상의 고성능 버전이고, 피닉스는 LPDDR5, PCIe 5.0 지원의 모바일 프로세서입니다. 여러분이 데일리 노트북으로 만나보게 될 제품은 주로 피닉스가 될 것입니다. 9~28W의 저전력 버전과 35~45W의 고성능 버전으로 나뉘는데요. 상위 모델에는 내장 그래픽으로 최신 아키텍처인 RDNA3가 적용될 예정입니다.
구매 전에 주의해야 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라이젠 7000시리즈 노트북 프로세서의 라인업이 말도 안 되게 복잡해졌기 때문이죠. 위 이미지를 보면 첫 번째 숫자는 연도, 두 번째는 제품의 등급. 세 번째 숫자는 아키텍처입니다. 이 세 번째 숫자가 중요하니 잘 기억해주세요. 1은 Zen1/Zen+, 2는 Zen2, 3은 Zen3/Zen3+, 4는 Zen4를 뜻합니다. 네 번째 숫자에서 0은 하위 모델, 5는 상위 모델을 의미하고, 마지막에 붙는 알파벳은 제품의 전력사용량을 말합니다. 저전력 모델인지 고성능 모델인지 구분하는 거죠.
e는 9W(팬리스 모델), C는 15~28W(크롬북), U는 15~28W(프리미엄 울트라씬), HS는 35W+(얇은 게이밍), H는 45W+(하이엔드 게이밍), HX는 55W+(맥스 퍼포먼스)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즉, 라이젠 5 7640U의 경우, 라이젠 7000 시리즈에 라이젠 5, Zen4 아키텍처, 하위 모델에 TDP는 15~28W인 모델입니다.
강력한 내장 그래픽을 탑재해 소비자들이 많이 기다렸지만, 물량이 안 풀려서 아쉬웠던 6800U의 후속 모델은 7735U로 보시면 됩니다. 위 모델명 읽는 공식대로 풀이하면 사실상 같은 모델이죠. 7730U는 연산 성능은 6800U와 거의 같지만 내장그래픽의 성능이 다르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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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편집 / 다나와 송기윤 iamsong@cowave.kr
글 / 임강호 news@cowav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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