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구정 연휴를 보내고 두둑해진 새뱃돈으로 PC 업그레이드나 교체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PC로 교체하기에는 시기가 애매하다. 인텔의 새로운 CPU는 소비자 반응이 좋지않고 AMD는 아직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다. 그래픽 카드 역시 PC 한 대 가격보다 비싼 고성능 제품들이 먼저 등장했고 아직 메인스트림급 제품의 세대 교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럴 때 가장 만만한 부품이 저장장치(스토리지)인데 마침 3D 낸드 플래시 기술이 발전하고 QLC SSD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SSD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어 구매하기 적절한 시기가 됐다.
특히 크기가 작은 M.2 SSD는 고성능 게이밍 PC는 물론 크기를 줄이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인 미니 PC를 만들 때도 성능을 희생하지 않고 스토리지 옵션을 구성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규격이다.
미니 PC를 위한 스토리지, 작고 가벼운 M.2 옵션
저장장치는 플래터와 모터를 사용했던 HDD(Hard Disk Drive)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 칩이 들어가는 SSD(Solid State Drive)로 바뀌면서 용량은 줄었으나 속도가 빨라졌다.
그러나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2.5인치 SSD는 기존 HDD와 호환성을 유지하기 위해 2.5인치 노트북 HDD 규격에 맞춰서 만들고 SATA 인터페이스와 AHCI 프로토콜을 지원하다 보니 최대 속도가 SATA 3.0 6Gbps에 제한된다.
메인보드 M.2 슬롯에 장착하는 M.2 SSD는 기존 HDD 규격에서 벗어나면서 크기와 무게, 그리고 성능까지 SATA 한계를 뛰어넘었다. 2.5인치 SATA SSD는 물론 3.5인치 SATA HDD와 크기 및 무게를 비교해보면 미니 PC와 노트북에 잘 어울리는 스토리지 옵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M.2 SSD 중에도 SATA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제품이 존재한다. M.2 초기에 나온 제품이나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되는 보급형 모델은 M.2 슬롯에 장착하면서도 SATA 방식으로 동작한다. 이런 제품은 SATA M.2나 슬롯에 장착하는 커넥터 부분의 홈 위치와 갯수로 구분 가능하다.
최대 PCIe 3.0 x4 속도로 동작하는 M.2 SSD는 NVMe (Non-Volatile Memory Express)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커넥터 부분의 홈도 하나 뿐이다. M.2 규격에서는 PCIe 인터페이스를 쓰면서 AHCI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제품도 가능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므로 M.2 SSD를 구매한다면 NVMe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M.2 슬롯에 연결하는 카드도 종류에 따라 사이즈가 다양하지만 M.2 SSD는 거의 다 M.2 2280 (가로 22mm x 세로 80mm) 규격으로 만들어지니 걱정할 필요 없다.
SATA 케이블이 사라진다 더욱 쉬워진 PC 조립
미니 PC를 만들 때 필요한 미니 ITX(Mini-ITX) 메인보드는 크기를 작게 만들려고 내부 슬롯이나 커넥터 숫자를 줄인다. 심지어 노트북용 모바일 메모리 슬롯(SO-DIMM)을 사용하거나 PCIe 그래픽 카드 확장 슬롯을 빼버리기도 한다.
M.2 슬롯 역시 일반 ATX 메인보드라면 2개 이상이 들어가지만 미니 ITX 보드는 1개만 넣거나 아예 빼버리기도 한다. 이번 기사의 목적인 M.2 SSD를 사용한 미니 PC를 만들기 위해서는 미니 ITX 메인보드에서 M.2 슬롯을 제공하는지 꼭 확인하자.
또한 일부 보급형 메인보드는 M.2 슬롯에 PCIe 3.0 x2 Lane 구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인터페이스 속도가 PCIe 3.0 x4 Lane의 절반으로 떨어지니 고성능 NVMe M.2 SSD를 장착하려면 이런 부분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테스트에 사용한 기가바이트 GA-AB350N Gaming WiFi는 AMD 소켓 AM4 규격을 지원하는 B350 칩셋 기반 미니 ITX 메인보드로 M.2 슬롯이 메인보드 뒷쪽에 달려있다.
PCIe 3.0 x4 Lane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므로 고성능 NVMe M.2 SSD를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으나 SSD 방열판(히트싱크) 두께가 있다면 케이스 장착시 간섭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별도의 히트싱크나 쿨링 팬이 추가된 M.2 SSD를 설치하려면 M.2 슬롯이 메인보드 앞쪽에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미니 PC에 2.5인치 SATA SSD를 사용할 경우 SSD 장착 공간 자체는 크게 차지하지 않으나 SSD에 연결하는 SATA 데이터 케이블 및 전원 케이블이 걸리적거리는 문제가 생긴다. M.2 SSD는 메모리 모듈처럼 메인보드에 장착하면 끝이라 따로 케이블을 연결하거나 정리할 필요가 없고 케이스 내부 공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최근 낸드 플래시 가격이 내려가면서 500GB 미만의 SATA SSD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으니 필요하다면 고성능 M.2 SSD를 OS 부팅이나 게임용으로 쓰고 나머지 스토리지 활용을 위해 SATA SSD를 추가로 설치해도 된다.
작지만 빠르다, SATA 한계 넘는 NVMe M.2 SSD
모터로 플래터를 회전시키는 HDD는 아직 SATA 대역폭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능이 올라가지 않았지만, SATA SSD는 낸드 플래시와 컨트롤러 성능이 발전하고 있음에도 최대 6Gbps라는 SATA 대역폭에 묶여 있다.
그러나 PCIe 3.0 x4 Lanes으로 동작하는 고성능 NVMe M.2 SSD는 최대 32Gbps 인터페이스 속도로 SATA 6Gbps보다 5배 이상 빠른 전송 속도를 제공한다.
같은 1TB 용량이라도 SATA SSD는 연속 읽기/쓰기 성능이 SATA 인터페이스 제약으로 600MB/s를 넘지 못하지만, PCIe 3.0 x4 지원 NVMe M.2 SSD는 SATA 대역폭을 크게 넘는 높은 전송 속도를 갖춘 것을 볼 수 있다.
CPU와 그래픽 카드 같은 부품을 미니 PC에 넣으려면 성능과 크기에서 많은 타협이 필요하지만 M.2 SSD는 미니 PC에서도 고성능 NVMe 모델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 가능하다. 특히 요즘 미니 PC는 CPU 내장 그래픽 성능이 향상되어 적절한 옵션으로 게임 플레이도 가능하다.
예전에는 데스크탑 PC를 구성할 때 용량이 적은 SATA SSD에 윈도우만 설치하고 고용량 게임은 별도로 HDD에서 실행하면서 윈도우 부팅만 빠르고 실제 게임 로딩 시간은 여전히 느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500GB~1TB급 SSD 가격도 많이 내려가 윈도우가 있는 M.2 SSD에 직접 게임을 설치해 로딩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M.2 NVMe SSD, 이제는 필수품으로
M.2 SSD는 예전에는 하이엔드 메인보드 사용자를 위해 특별히 비싼 제품으로 취급되었지만, 지금은 최신 인텔과 AMD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메인보드에 M.2 슬롯이 기본 제공되기 때문에 PC 조립시 공간 절약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HDD도 5.25인치에서 3.5인치, 그리고 2.5인치로 규격화되고 SSD도 2.5인치 SATA 방식이나 PCIe 확장 카드 같은 단계를 거쳐 M.2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아직은 용량 대비 가격에서 M.2 SSD보다 2.5인치 SATA SSD 경쟁력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PC 사용자들이 HDD에서 SSD로 넘어간 것이 빠른 성능 때문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NVMe M.2 SSD가 메인 스토리지 자리에서 SATA SSD를 대체할 것이 분명하다.
또 썬더볼트3와 USB 3.1 Gen2 같은 USB-C 기반 외부 인터페이스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생각하면 미니 PC는 여러 개의 저장장치를 끼워넣는 것보다 깔끔하게 NVMe M.2 SSD 하나만 설치하고 나머지는 고용량 외부 저장장치로 해결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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