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이미 변했고, 우리는 바뀌어야 한다
거리에는 채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들이 당연하단 듯 나뒹굴고, 아이들이 그린 하늘은 미세 먼지 때문에 더 이상 하늘색이 아니며,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매주 카드 하나 분량의 미세 플라스틱을 섭취한다. 아무리 외면해도 우리가 만들어 낸 쓰레기로 지구는 이미 변했다. 매일 전 세계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다 처리할 수 없다면, 적어도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라도 줄여야 하지 않을까.

결혼하고 선물 받은 경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과 따기다. 지금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신혼 초 부부의 푸닥거리 끝에 제안한 체험이었다. 속마음을 담아 제안한 체험이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사과’ 따기가 민망함에 돌려 한 ‘사과’처럼 들려서 웃음이 났고, 우리 이런 식으로도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겠구나 싶어 유독 기억에 남는다.
그날의 가을 하늘은 사과의 의미가 빛을 발하게 참 맑았었다. 그 뒤로 나는 그때 같은 하늘을 볼 때면 사과를 따던 촉감과 수확한 사과를 깎을 때 맡았던 달콤한 향기를 또렷이 떠올린다. 그리고 내가 선물 받았듯 아내에게도 이런 경험을 하나 선물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개만 올리면 보이는 하늘로도 특별히 기억될 경험 하나를 선물해 주고 싶어진다.
물건 대신 주고받은 경험이라는 선물은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우리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든다. 덕분에 경험 연말정산은 늘 환급 기준을 충족하고 넘쳐 돌아온다.
그래서 라이프 스타일은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지만 경험은 맥시멀을 추구하려 한다. 앞으로도 경험의 씨앗을 뿌리고 또 뿌려서 삶이란 밭을 풍성하게 만드는 프로 경험러가 되겠다.
그러니까 여보, 다음에는 밤 따러 가자.
– 김예슬 에세이, <쓸모 있는 비움> 중에서
6월 5일은 환경의 날입니다.
특별한 날, 사랑하는 사람에게 포장지로 가득한 선물보다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