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속엔 엄마가 들어있다

보자기 속엔
엄마가 들어 있다
가만히 들어앉아 엄마는
네가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지, 라고
말씀하신다
바로 그때 보자기 속에 숨겨진 엄마의 귀는
빠르고 정확하게 나의 방문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보자기 속에 숨겨진 엄마의
손은 두껍고 큼지막해서 무엇이든
잘 뒤지신다, 내가 벗어놓은 옷가지와 몇 가지의
폐물, 가슴 설레는 어릴 적 예쁜 사진들이
엄마에겐 꼭꼭 감춰둔 비밀이 되어 있다
가끔씩 엄마를 만나러 간다
내가 보자기를 풀면
거기,
젊은 날 엄마가 나오신다
이수익 시 <엄마가 들어있다>
보자기는 무엇이든 그것을 자신의 한가운데에 놓고 그것의 바깥이 되기를 자처합니다. 나의 잘못도 허물도 포근히 덮어주는 큼직한 보자기. 보자기는 나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보자기는 어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