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공부를 위해서 미국에서 유학할 때의 일입니다.
가끔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용돈을 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 지인을 통해 찾아온 한 할머니에게
뜻밖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척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한 할머니는 낡은 흑백사진을
한 장 건네주며 이 사진의 아이들을 예쁜 색을 입혀
초상화로 그려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열 살 남짓해 보이는 남자아이들과
조금 어린 여자아이가 사이좋게 손을 꼭 잡고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흑백 사진 속에 아이들이 입고 있던 옷의 색까지
하나하나 말하며 꼭 색을 입혀 그림을 그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지인의 부탁도 있어서 나름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는데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할머니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몇 달의 시간이 지나 그림을 치워두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와 그림을 찾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소꿉친구이자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안타깝게도 몇 달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진 속의 아이들은 미국에 이민 오기 직전에
오빠들과 함께 찍은 할머니 본인이었습니다.
이미 오빠들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할머니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을 자신이 기억 속의
가장 예쁜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통통한 볼이 발갛게 상기된,
어린 시절 귀여운 할머니의 얼굴에 눈물을 흘리셨고
저에게 감사하다며 그림을 가지고 가셨습니다.
인생에서 기쁘고 따뜻한 추억, 아름다운 흔적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속에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멋진 인생을 산 것입니다.
행복과 슬픔이 반복되는 인생사를 마치고 떠날 때
무엇을 남기고 싶으신가요?
빛바랜 사진 한 장
2023.11.02. 09: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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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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