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이 필요 없는 공간

오늘 들었던 문장 중에 가슴에 와 닿았던 문장.
“책임감이 필요없는 공간이 있어요?“
사실, 그건 가면도 필요없고 그냥 나 자체로 인정받고 수용받는,
아무런 평가가 없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역할도 주어지지 않는 그런 책임감 필요없는 공간.
그 질문을 한 분은 얼마전 오랜 기간 보냈던 제 2의 고향에 다녀온 뒤, 뭔가 더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했다. 현실을 살아가는 여기선 느낄 수 없는 감정이었다고.
그리고선 왜 그럴까 생각을 했더니 바로 ‘책임감’의 유무였다고 했다. 그 곳에선 책임감이 없었기에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음, 나에겐 그런 공간이 어디있을까?
물었을 땐 우리집에 있는 나의 책상에선 왠지 ‘일’을 해야하는 곳이기에 일을 하려고 노력하며… 최근 베란다에서 그런 해방감을 느꼈다. 저 멀리 형체를 알 수 없는 불빛들을 보면서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그 책임감을 잠시 내려놓고 더 누리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떠올랐던 친정.
친정에 가면 그래도 나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잠시나마 쉬거나 잘 수 있었다. 그런데 엄마, 아빠께서 연세가 더 드시고도 잠시 쉬었던 고단한 일을 다시 시작하셨다. 마음이 착잡하다.
그래도 예전보다 심리적 분리가 잘 되어서 부모님의 선택이고 결정이겠거니 하지만 아직 더 누리지 못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기도 하다. 나에게 책임감이 없는 공간이라고 생각이 되지만, 또다른 한편으론 현재 주어진 딸로서의 책임감을 외면하고 싶은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by. 사랑애담다 https://brunch.co.kr/@eunaekim02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