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협착이 약하게 있어서 정형외과와 한의원에 자주 다니는 데, 참 병원을 많이 옮겨다녔어요.
항상 다니던 정형외과 의사 할아버지가 정말 좋았었는데 힘들다고 병원건물 파시고 은퇴한 후로 정형외과를 이곳 저곳 옮겨다녔는데 만나는 의사마다 말을 참 개떡같이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거나 아니면 환자말 들을 생각을 안한다는 기분이 많이 들더군요.
허리 협착이 심해져서 수술할 정도가 아니면 사실 의사가 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 운동으로 허리근육을 강하게 해줘야 하는데 그 짓을 안하니 주기적으로 아픕니다. 허리아픈것보다 운동하는게 더 싫어서.) 갈때마다 그냥 엑스레이찍고 물리치료처방을 하면 물리치료사가 거의 일을 다 합니다. 물리치료라는것도 정형화돼서 견인치료 좀 하고 초음파치료하고 온열치료하고...좀 더 심하게 아프면 소염진통제랑 근이완제 처방받은거 약먹는 거...
이렇게 간단한 일인데도 새로운 의사를 만나면 피곤해요. 왜 내가 내 돈주고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다 몇 년전에 리뷰를 좀 읽어보니 괜찮은 병원이 있어서 갔는데 참 말을 잘 들어주더군요. 정확히는 정형외과가 아니라 재활의학과였습니다.
갈때마다 의사가 아 오랜만입니다 어서오세요 인사를 먼저 하고 제가 증상에 대해 설명을 해도 중간에 말 끊지 않고 계속 들어주더군요..그래서 그런가 사람이 참 많고 후기도 좋더라구요.
어제도 갔었는데 문뜩 한의사가 한말이 생각나서 '추나받다가 들은 얘긴데 제 왼쪽다리가 약 1cm정도 짧다고 하네요. 골반이 틀어져서 짧은 건가요? 아니면 원래 길이가 짧은 건가요?' 하고 물으니 전에 찍은 엑스레이를 보여주면서 골반은 틀어지지 않았다고....그러더니만 하는 말이 '그러네요. 오른쪽다리가 약간 기네요.' 하더라구요.
듣는 순간 결국 같은 의미인고 두 단어를 바꿔말했을뿐이지만 사람을 기분좋게 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좋은 의미로 약간 놀랐습니다.
왼쪽다리가 오른쪽다리보다 약 1cm정도 짧다.
오른쪽다리가 왼쪽다리보다 약 1cm정도 길다.
예전에 한동안 떠돌던 '물컵에 물이 반이 있으면 반이 비어있는건가 아니면 반이 차있는건가?' 하는 얘기와 같군요. 긍정을 보느냐 부정을 보느냐 하는 차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진 짧은 대화에서 본능적으로 이렇게 말이 나온다는 건 오랜 시간을 걸쳐 이루어진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거겠죠? 저는 그렇게 말 못하거든요.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 별로 본 적도 없습니다.
하여간 그 짧은 대화가 계속 기억나면서 나도 말을 저렇게 해야겠다란 생각 많이 했습니다. 세상 밝게 살아야지 하면서요. 말한마디가 천냥빚도 갚는다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