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당뇨가 있으셔서 인슐린 주사를 집에서 직접 놓으십니다. 펜처럼 생긴 인슐린이 들어 있는 통 앞쪽에 음료수 뚜껑닫듯 돌려서 주사기 바늘을 끼우는 거죠. 그래서 이름도 펜니들.
하루에 두 번씩 하시니까 주사바늘이 한달이면 꽤 쌓이죠. 이걸 몇 달 모아다 의료용 폐기물이니까 병원에 가져다 주면 (당체크하는데 쓰는 채혈침까지 같이 모아서) 병원에서 처리했었는데 코로나때부터 이걸 안받겠다고 하더군요. 감염위험이라나. 일반병원도 아니고 종합병원입니다.
그럼 어떻게 버리냐고 하니까 잘 포장해서 일반쓰레기에다 버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게 말이되느냐 감염이 위험하다면 일반쓰레기 수거하는 사람이 이런거에 더 취약한거 아니냐.. 그 사람들이 쓰레기 사이에 바늘이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냐 나는 환경미화원들한테 미안해서 도저히 일반 쓰레기버리는 데 못 버리겠다라고 하고 따졌는데 안된다는 말만 하더군요.
화가 많이 나서 보건소에 전화걸고 의료보험공단에 전화걸었지만 자기네는 병원에 그걸 받으라고 권고는 할 수 있겠지만 강제는 할 수 없다고 하더라구요. 한마디로 할 게 없으니 병원이 시키는 데로 그냥 일반쓰레기통에 버리라는 얘기. 결국 보건복지부 (지금도 이 명칭 쓰는거 맞는지 모르겠네요)까지 전화걸었는데 거기서도 같은 소리. 그리고 병원에 다시 전화걸어서 민원상담하는 사람한테 다시 따지기 시작했는데 보건복지부에서 뭐라 미리 연락을 했는지 아버지 성함 물어보고 병원주사실에서 이름 말하면 받아줄거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원래는 진료하는 곳 바로 옆에 있는 당혈색소검사하는 곳에다 주면 그냥 자기네가 처리했었습니다.
그래서 주러 갔더니만 '아 주사기 안 받아요' 하더군요. '여기서 받는다고 했다.' 하는데 다른 좀 직책 높아 보이는 간호사가 '환자분 이름이 뭐에요' 해서 제가 아버지 이름 얘기하니까 ''아! 그 분" 하고 원래 간호사한테 '받아주세요' 하는데 서로 말하며 저를 보는 태도가....아무래도 그 때부터 그 종합병원에 아버지가 찍힌듯한 기분이.
예전에는 모아놓은 주사기봉지를 주면 자기네가 알아서 했는데 이제는 통주고 저보고 일일히 부으라고 하고 통넘치면 말 그대로 인상쓰면서 째려보네요. 통도 쪼그만거 하나 줘서 늘 넘치네요.
그리고 코로나가 끝났는데도 주사기 수거는 정상으로 안 돌아오는군요.
마약이 늘어가는 요즘 주사기같은건 병원에서 더 적극적으로 자기네가 처리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물론 마약하는 사람들이 병원에다 주사바늘을 가져다 줄 거 같지는 않지만. 미국같은 곳에서는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하다가 감염 많이 된다고 하던데. 이것도 일종의 특수쓰레기인데 처리방법이 아쉽군요.
의사들이 많아져서 서로 경쟁해서 서비스가 좋아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