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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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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22. 20:25:40
조회 수
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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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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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제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책상 앞에는 흑백사진 한 장이 걸려 있습니다. 매화가 활짝 핀 산사의 돌담을 찍은 것이죠. 진흙을 이겨 틈을 메우고 기와지붕을 얹은 담은 쌓은 지 오래된 듯 가운데가 주저앉았습니다. 제 자리를 벗어나 엉켜 있는 돌들에 초점을 맞춘 사진은 틈틈이 마음의 환기창이 되고 있습니다.

 

한동안 돌담 쌓는 일을 눈여겨본 적이 있습니다. 다니는 절에서 도랑을 정비하며 돌담을 쌓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도탑들이 놓인 야트막한 언덕 아래 돌담을 쌓아 흙의 유실을 막고, 고즈넉한 돌담의 운치도 감상할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습니다.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절 마당에는 어디서 운반해 왔는지 크고 작은 돌덩이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기중기가 커다란 돌덩이를 들어 제자리를 잡아 주면 다음 일은 석공과 목도꾼 차지였습니다. 목도꾼을 본 것도 참 오랜만이어서 기도를 마친 나는 돌담 쌓는 일을 오래도록 바라보곤 했죠.

 

계절이 바뀌고 돌담 쌓기가 끝난 지금, 군데군데 잘생긴 소나무를 심어 도량은 도심 속 천년고찰의 정취를 한껏 풍기고 있습니다. 돌담이 완성된 뒤로는 절을 향하는 마음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부풀어 오릅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심사라고나 할까요. 기도하러 절에 가는 것이 아니라 새로 쌓은 돌담에 반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둘러 돌담 앞에 서면, 어떤 날은 아예 거기서 기도를 올리고 싶을 정도로 돌담이 내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돌들은 하나씩 뜯어보면 그리 잘생긴 것도 아닙니다. 투박하고 못생긴 돌들이 더 많습니다. 씨름선수처럼 덩치가 커다란 놈이 있는가 하면, 얄팍하고 자그마해서 물수제비를 뜨면 제격일 놈도 있죠.

대청마루에 넉장거리로 누워 낮잠에 빠진 듯 길게 놓인 돌, 야무지고 용골차서 공연히 꿀밤을 한 대 먹이고 싶은 놈, 어떤 돌은 비상을 꿈꾸는지 날렵하게 꽁지를 들어 올렸습니다. 거무튀튀한 돌이 있는가 하면, 백옥 같은 피부를 지닌 것도 있습니다. 돌담 앞에 서 있으면 주절주절 말을 걸고 싶어집니다. 다가가 한번 쓰다듬고도 싶죠. 콘크리트 담장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충동입니다. 다정하게 말을 걸면 돌담은 기다렸다는 듯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낼 것만 같습니다.

 

가슴에 여울물의 재잘거림을 담고 살아왔을 조약돌. 설해목의 비명에 놀라 산을 떠났을지 모를 우락부락한 바윗덩이, 당산나무 그늘에서 엿들은 비밀을 품고 쩔쩔맬 반석은 어떤 돌보 다 먼저 내 말에 대꾸할 게 분명합니다.

크고 작은 돌들이 어우러진 돌담. 그 앞에 서면 마음이 고요해집니다. 버려진 돌 하나 없이 어쩌면 모두 꼭 맞는 제자리를 차지했는지 놀랍습니다.

모든 사물은 제자리에 놓였을 때 가장 아름답게 빛나죠. 분명 나도 꼭 맞는 내 자리를 차지했을 텐데, 그 자리에 만족하며 산 날이 얼마나 될까요. 내 자리가 아니라고 투정을 부리고 남의 자리가 부러워 탐낸 것은 아닌지, 돌담 앞에서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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