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에 저녁에 길을 가는데 사람 몇 몇이 무언가 사진을 찍고 가길래 가 봤더니만 둥지에서 떨어진 건 지 아니면 너무 빨리 나온 건 지 세끼 까마귀가 길에 있네요.
크기는 거의 성체만한테 꼬리깃털은 아직 다 안 자랐고 머리도 몸체에 비해서 좀 커서...더욱 더 기괴한 모습.
길은 한쪽은 11차선의 산업도로고 한 쪽은 아파트 단지. 아파트 단지는 돌더미로 쌓아서 사람들 다니는 길과 구분되어 있는데 돌담이 아니라 돌더미 위로는 다시 풀밭인 평지. 한마디로 아파트가 사람들 다니는 길보다 한 1미터정도 더 높이있다고 보면 됩니다.
사람들은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었고 까마귀는 무서워서 돌있는 곳에 꼭 움추리고있다 날지 못하는 날개로 어떻게든 위로 올라가려고 용을 쓰고 있는 상황.
안타까워서 잡아서 위로 올려주려고 했는데 크기도 꽤 크고 머리는 몸에 더 커서 부리도 상대적으로 커보여 잡다가 손가락 날라갈거 같아서 무서워서 망설여지더군요. 더 결정적인건 머리 위에서 어미 까마귀가 목이 찢어져라 날아다니면서 울고 있어서...공격받을까봐 못 만지겠더라구요.
어미 까마귀의 소리가 그냥 평상시의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목이 쉬어가지고 진짜 찢어진다는 느낌이 들면서 마치 사람 여자 울음 소리같기도 한게 저녁이라도 환했는데도 정말 음산하드라구요.
한 10분동안 주저하다가 결국 그냥 왔습니다. 예전에 까치경험도 있고 해서.
까치 경험이 뭐냐면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이번처럼 세끼 까치가 너무 빨리 둥지에서 나왔는지 길에 있더군요. 너무 길한복판이라 안되보여서 잡아서 좀 안전한 곳으로 옮겨주려고 했는데 얘는 이번 까마귀보다 날개가 발전을 해서 완전히 날지는 못하지만 닭정도로는 날더군요. 결국 못 잡았습니다. 마찮가지로 그 근처에 어미도 있었고 제가 세끼한테 접근할때마다 난리를 쳤구요.
포기하고 그 일도 완전히 까먹은 그 날 저녁 그 곳에서 한 1Km정도 떨어진 곳을 지나가는데 갑자기 까치한테 머리 공격당했습니다. 놀래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바로 옆 도로에 차에 깔려서 완전히 껌처럼 붙어버린 까치가 있더군요. 도와주려고 했던 저를 까치는 원수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까치 기억력 엄청납니다. 까마귀는 더 하겠죠.
그 까마귀 죽었겠죠? 길고양이도 많은데. 이제 한 동안 그길로 안가려구요. 어미가 저 습격할 거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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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끼를 세끼라고 못쓰는 이 기분은 마치 홍길동이 된 듯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