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따뜻한 봄날 동네 앞 개울을
딸과 함께 산책한 적이 있습니다.

개울 근처에는 돌미나리가 푸르게 돋아났고,
버들강아지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논둑길을 따라 걷던 중,
작은 물웅덩이에서 올챙이 떼를 발견했습니다.
걸음을 멈추고 개구리 알과 올챙이를 보고 있을때
딸이 조용히 물었습니다.

“아빠, 올챙이는 커서 왜 개구리만
되는 거예요?”

딸 아이는 올챙이가 새도 되고,
물고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자, 스스로
답을 내려 말했습니다.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그래요?”

순간 웃음이 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참 의미 있게 들렸습니다.
아무리 많은 개구리 알이 있어도
결국 모두 올챙이가 되고,
아무리 많은 올챙이가 있어도 마침내
개구리가 되는 것.

그것밖엔 될 게 없다는 것은 곧,
그것이 가장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겠지요.

 

 

우리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누구도 대신 그 길을 갈수도 살아줄 수 없는
저마다의 삶을 살아갑니다.

다른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는 삶,
그것밖엔 될 게 없어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입니다.

나만이 살아갈 수 있는
이 삶을 오로지 사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유일한
몫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