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당신과 무슨 인연이었길래
지금껏 고부간의 인연으로 만났는지요.
혼자 산 날보다 함께 산 날이 많은 걸 보면,
참 많은 세월 당신과 함께했나 봅니다.

전 아직도 갓 시집왔을 때,
서슬 퍼렇고 하늘을 찌르고도 남을
기세등등했던 당신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나요.
90세가 되시던 작년부터 쇠해지며,
그 기세등등함은 어디 가고 정신 줄까지 놓으려 하시는
당신 모습을 보며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 시절 제가 아무리 어려웠다 한들
스스로 몸도 못 가누며 힘들어하시는
당신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 하겠습니까?
예전에 호령하시던 그때가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곁에서 힘든 당신을 지켜보자니
인생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어제 휴가 다녀간 손주가 할머니
기운 없어 보인다며 펑펑 눈물 쏟고
갔다고 했습니다.

별걱정을 다한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말씀하셨지만, 당신 눈가를 촉촉이 적신
눈물을 봤습니다.

약해진 몸과 마음을 스스로가 느끼며
속으로 얼마나 우셨을지 이젠 말씀 안 해주셔도
알 것 같습니다.

우리 막내며느리가 최고라는 말씀도
저에겐 안 하셨지만, 사람들만 오면 입이 닳도록
자랑하신 거 사실 다 알고 있습니다.

어머니, 부디 사시는 그날까지 아프지 마시고,
힘들어하지 마시고, 맑은 정신으로 주무시듯
평안히 가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작아진 모습 안쓰럽기 그지없지만,
남은 시간 작은 호령이라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제 곁을 떠나는 그날까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지금껏 당신께 부끄러워 한 번도
하지 못한 말 이제야 합니다.

“어머님! 당신을 사랑하고
너무도 사랑합니다.”

 

 

마음을 전하기에 많이 늦은 것 같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전하세요.
당신은 참 고마운 분이라고…

따뜻한 하루로 안정순 님이 보내주신 사연입니다.
오늘 편지처럼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사랑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