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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엄마와 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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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2. 21:22:04
조회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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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댓글 수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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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온 마을을 따뜻하게 만들 때쯤 엄마와 쑥을 캐러 뒷산에 갔다.

기대와 달리 그 시간에는 쑥이 별로 없었지만 분홍색 철쭉이 즐비하게 피어 있었다.

덕분에 늦봄의 꽃구경을 실컷 했다.

 

"쑥은 없어도 우리 딸이랑 산에 오니 이렇게 좋네."

 

엄마 뒤를 따라 산에 오르자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가 신발장 앞에만 서도 따라나서던 때가 있었다.

엄마는 소녀가 된 것처럼 흙길을 사뿐사뿐 걸으셨다.

그러고 보니 엄마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고 응석을 부리던

소녀이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

 

쑥은 의외로 집 앞에 있는 놀이터 주변에 더 많았다.

웅크리고 앉아 쑥을 조금씩 뜯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즘 엄마와 나는 트로트로 경연을 하는 음악 방송에 푹 빠져 있다.

서로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면서 저녁에 있을 순위를 예측해 보았다.

각자 좋아하는 가수 가 노래를 더 잘한다는 소소한 말씨름도 이어졌다.

 

트로트와 쑥을 캐는 일.

내 취향과 거리가 먼 것들인데 이상하게 엄마와 함께하면 모든 게 참 즐겁게 느껴졌다.

 

엄마와 나는 봄 언저리에 모녀로 인연을 맺었다.

엄마 는 봄의 정령이 깨어나기 시작하는 삼월에 태어나셨고,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하는 사월에 나를 낳아 주셨다.

엄마와 나는 서로의 삶에 봄이 되었다.

그렇게 엄마와 나는 서로의 인생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가 되었고

동시에 삶을 이어갈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특별한 날 건네받는 꽃다발처럼 삶을 환 하게 비추는 서로가 있기에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엄마의 봄에는 내가, 나의 봄에는 엄마가 항상 예쁘게 피어 있기를.

 

- 김해안 에세이, <시선이 닿는 모든 순간에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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