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비처럼 내리는 하루.
어디선가 장마가 올 듯 말 듯, 하늘은 잿빛 감정을 흘리고 있었다.
촉촉이 내려앉은 빗방울이 창가를 타고 흐르고,
그 사이로 사랑을 나누는 듯 붙어 있는 러브버그 한 쌍.
요즘은 그 작은 벌레들이 유독 많다.
하늘이 흐리면 마음도 함께 젖는 것 같아서,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책장을 넘기는 손끝에,
오늘 하루의 느릿한 숨결이 배어든다.
세상도 나도 잠시 멈춘 듯한 토요일.
빗소리가 자장가처럼 마음을 감싼다.
이 조용한 하루가 오래도록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촉촉하고, 느리고, 다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