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지면 밭일도 끝을 향합니다.
배추를 뽑고 당근을 캐고 나면 가을 농사도
거의 마무리됩니다.
그때 농부는 마지막으로 마늘을 심습니다.
밭에 이랑을 만들고 마늘 한 쪽씩, 싹이 날 머리를
위로 향하게 놓습니다.
너무 얕게 심으면 겨울바람에 흙이 밀려 올라와 얼고
너무 깊게 심으면 봄이 되어도 싹이 늦게 자랍니다.
그래서 언제나 적당한 깊이가 중요합니다.
찬 바람이 불고 눈이 쌓여도
마늘은 짚 한 겹 덮은 채 묵묵히
긴 겨울을 납니다.
얼어붙은 땅속에서 어쩌면 맨몸으로
바람을 견디는 것처럼 조용히 계절을 버팁니다.
그렇게 긴 겨울을 지나면 마늘은 자신만의
매운맛을 익혀갑니다.
추위를 견딘 시간만큼
그 맛은 깊고 단단해집니다.

누구에게나 추운 계절은 찾아옵니다.
어떤 이는 그 시간에 멈추고 또 어떤 이는
그 속에서 단단해집니다.
마늘이 겨울을 견디며 매운맛을 품듯,
사람도 시련이라는 시간을 참고 견디며
자신만의 힘을 익혀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