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지인이 집에 찾아오겠다고 하면
정성껏 약도를 그려주곤 했습니다.
버스 정류장 옆 약국을 지나 50m 직진하면
갈림길에서 슈퍼가 나오는데 좌측 골목으로 올라오면
제일 끝 파란 대문 집이 나온다는 설명에는
목적지뿐만 아니라 그 길 위의 풍경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는 주소 하나면 가장 빠른 길을 찾아주는
내비게이션의 시대가 되었지만 가끔은 그 투박한
손 약도가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주는 내비게이션과 달리
손으로 직접 그린 정성이 담긴 약도에는
그 길을 무사히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은 평생에 걸쳐 자식의 인생 약도를
묵묵히 그려오신 분들이었습니다.
자녀의 손을 잡고 걷던 놀이동산의 입구부터
아픈 자녀를 업고 숨 가쁘게 병원으로 향하던 길,
그리고 자녀보다 더 설레는 마음으로 함께 간
초등학교 입학식의 교문까지.
부모님이 그려 넣어준 지도 위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랑의 이정표들이
촘촘히 놓여 있었습니다.

인생은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경쟁이 아니라,
부모님이 길목마다 심어놓은 사랑의 흔적을
하나씩 발견해 가는 과정입니다.
성공이라는 결과에만 몰두하느라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따뜻한 진심들을
잊고 사는 건 아닐까요.
오늘 하루 그 마음을 되짚어 볼 때,
우리의 삶도 생각보다 덜 헤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