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때 쌔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하던 기억이 납니다.
때로는 조금 더 재미있는 과정을 더하기도 하는데
쌔끼손가락을 걸고 엄지를 맞대 도장을 찍고,
손바닥을 스치며 복사하고 손등을 맞대며
코팅까지 합니다.
약속 하나가 작은 의식처럼 이어집니다.
우리가 쓰는 '걸다'라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옷을 옷걸이에 거는 가벼운 의미도 있고,
목숨을 건다는 무거운 의미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쌔끼손가락 약속은
어떤 뜻에서 시작된 것일까요.
스코틀랜드에서는 중요한 협상이나 계약을 체결할 때
쌔끼손가락을 거는 행위가 사용되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핑키 스웨어(Pinky Swear)'라고
어린아이들 사이에서 약속의 신뢰를 강조하기 위해서
쌔끼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유비키리(指切り)' 단어가 있는데
문자 그대로 '쌔끼손가락을 자른다'라는 뜻입니다.
에도 시대에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는 증표로
극단적으로 쌔끼손가락을 잘라 상대에게
맹세하는 행위로 사용되었습니다.

우리는 습관처럼 약속합니다.
하지만 약속은 말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신뢰를 상대에게 함께 내어놓는
일이기도 합니다.
신뢰에 경중이 없는 것처럼
약속에도 작은 약속, 큰 약속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