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가장 깊은 곳,
유난히 오래도록 귓가에 맴도는 그리운 소리가 있습니다.
유독 아이들이 많았던 어린 시절의 골목길.
어디선가 시작되었는지 모를 다정한 외침 하나가
동네를 한 바퀴 크게 돌고 나면,
문이 열리고 아이들이 하나둘 쏟아져 나왔습니다.
적막했던 골목은 순식간에 아이들의
청량한 웃음소리로 채워졌습니다.
이쪽에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
저쪽에서도 지지 않으려는 듯 목소리가 이어졌고,
그렇게 모인 우리는 금세 하나가 되었습니다.
"얘들아, 만세잡기 하자!"
"나는 깡통 찰 테니까, 너는 술래 해!"
술래잡기, 비석치기, 구슬치기와 땅따먹기까지...
매일 새로운 놀이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붉게 물들며 서둘러 저물어가는 하루해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웃고 뛰놀다 보면,
어느덧 땅거미와 함께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골목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저녁 짓는 연기처럼,
온 동네를 가득 채우던 엄마들의
따스한 목소리였습니다.
"얘들아, 밥 먹어라!"
아이들은 못내 아쉬운 발걸음으로,
흙먼지 묻은 옷을 털며 하나둘 집으로 향했습니다.
친구를 부르는 목소리로 시작된 하루는,
그렇게 집으로 부르는 엄마의 다정한 목소리를 품고
노을빛 닮은 따뜻한 저녁 속으로 저물어 갔습니다.

행복한 기억은 꼭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누군가가 있고,
돌아갈 곳에서 나를 반겨주는 다정한 목소리가 있을 때,
지극히 평범한 하루도 마음에 머물러
오래도록 빛이 납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나온 어느 한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날의 눈부신 풍경 때문이 아니라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가만히 기다려주던
그 따스함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