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3년 눈 내리던 겨울,
아키타현에서 태어난 작고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도쿄 시부야에 살던 '우에노 히데사부'
교수의 품에 안겼습니다.
앞다리를 딛고 선 모양이 한자 여덟 팔(八) 자를 닮아
'하치'라는 이름을 얻은 강아지는,
유독 자신을 아껴주던 다정한 주인의 사랑 속에서
하치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아침이면 출근하는 교수를 따라 시부야역까지 배웅하고,
해 질 무렵이면 개찰구 앞에 앉아 퇴근길 주인을 맞이하는 일,
그것은 두 존재가 매일 나누던 가장 평범하면서도
따스한 약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너무나 짧았습니다.
함께한 지 채 1년을 조금 넘긴 1925년 5월,
우에노 교수는 대학 강의 도중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쓰러져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영문도 모른 채 홀로 남겨진 하치는 그날부터
살을 에는 듯한 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옷깃을 적시는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하치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늘 같은 자리를 지켰습니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파 속에서
그리운 주인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올까,
하치는 고개를 빼든 채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무려 10년.
주인을 향한 하치의 변함없는 순정에 감동한 사람들은
그 숭고한 기다림을 기리기 위해 시부야역 앞에
동상을 세웠습니다.
하치의 애틋한 이야기는 훗날 영화 '하치 이야기'로
재탄생해 전 세계인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백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지금도 시부야역 앞 하치코 동상은
영원히 잊히지 않을 순수한 사랑과 그리움의 온기로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습니다.

상처가 두려워 마음을 선뜻 내어주기 어려운 세상입니다.
계산 없이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묵묵히 기다려주는 일.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그 따뜻한 진심을 잊고
살았는지도 모릅니다.
설령 조금 다치고 아플지라도 아낌없이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온 힘을 다해 건넨 진심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고,
우리 삶에 가장 다정한 온기로 남아
오래도록 빛날 테니까요.








